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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Jul 01. 2022

패션 마케팅과 패션 브랜딩

브랜드의 서명 signature과 시그니처 상품

브랜드의 서명 signature


사무실 근처에 몽중헌(夢中軒:꿈속의 집)이라는 중식당이 있다. 

식당 소개 웹페이지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진정한 식사는 음식의 맛과 이야기, 분위기를 함께 취하는 것이라는 정통 중식의 철학을 그대로 담아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선보입니다.’

철학을 담은 몽중헌 메뉴판에 [시그니처 볶음밥]이 있는데 가격은 18,000원이다. 동내 중식당 볶음밥보다 2배 비싼 가격이지만, 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식사류의 기본 가격이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시그니처의 맛이 궁금했기에 주문해서 먹은 적이 있다. 맛은 개인 취향이기에 평가하지 않겠다. 내가 궁금한 것은 중식 철학이 담긴 볶음밥이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아이돌의 노래는 3분 혹은 4분 안에 잘 들리지 않는 가사와 함께 현란한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킬링 포인트(콩글리쉬다, 같은 의미로 punch line, best part, highlight 사용)를 유행으로 만들기 위해 영혼과 몸을 갈아 넣는 안무를 만든다. 3~4초로 이어지는 이 안무를 시그니처 동작이라고 한다. 


[기술이 예술의 경지에 오르면 작품이 됩니다. LG signature ] 엘지 홈페이지에 가면 엘지가 Noldus社 표정 분석기술로 자사의 가전제품을 볼 때와 예술 작품을 볼 때 표정이 같다는 실험 동영상을 소개한다. 그래서 엘지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가전, 작품이 되다]


https://www.youtube.com/watch?v=sn50YesjT9A



[시그니처]라는 단어는 이쯤 되면 마녀(마케팅하는 녀석)의 단어가 된 것이다. 어디에다가 붙여도 대충 의미가 통하는 마술 용어처럼 현장에서 남용되고 있다. 시그니처 상품과 비슷한 단어로 플래그십 상품과 아이덴티티 상품도 있다. 업계에 따라서 아이템에 따라서 달리 사용하지만 시그니처와 비스름하고 그럴싸하게 마케팅 차별화를 위해 사용되는 단어로 전락해버렸다. 물론 시그니처를 사용하기 전에도 비슷한 단어가 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베이직, 베이직에 약간 변화가 있다면 뉴 베이직,  그 이전에는 대표 상품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폼나게 퉁쳐서 '시그니처'라고 말한다. 


시그니처 상품은 무엇인가? 어떻게 만드는가? 이번 글은 이런 질문에 대답이 아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필요하다. 브랜드에 관한 명확한 정의가 없으면 업계마다, 아이템별로 다르게 사용하는 ‘시그니처’는 마술사의 현란한 손동작에 불과하다. 마술은 실체는 초능력이 아니라 속임수다. 

  시그니처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아래 질문에 대답을 해보자.  

“당신의 제품에 당신이 서명 signature을 하면 그 제품은 작품이 됩니까?”



스티브 잡스의 서명 signature


2021년 8월에 고) 스티브 잡스의 서명이 있는 애플 II 매뉴얼이 경매에서 787,484달러(약 9억 3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줄리안, 당신 세대는 컴퓨터와 함께 자라는 첫 번째 세대다. 세상을 바꿔! 스티브 잡스 1980” 


서명 하나로 매뉴얼은 소모품이 아니라 소장품이 되었다.

애플의 시그니처 상품은 무엇일까? 컴퓨터에서 새로운 시장을 바꾼 아이팟일까? 아니면 아이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애플의 시그니처 상품은 애플 상품 전체이다.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상품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2년 2월에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플러스 개발에 참여한 45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종이에 사인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그 종이를 동판으로 찍어서 매킨토시 컴퓨터 뒷면에서 양각으로 만들었다.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에 서명했기에 작품과 같은 매킨토시 플러스 케이스에서 서명한 것이다.


2005년까지 브랜딩 Branding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브랜드는 마케팅과 디자인의 도구(혹은 장치)로 사용했기에 동사 branding가 아니라 명사 brand였다. 그러나 이제는 브랜드의 동사형인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마케팅의 상위 개념 혹은 유사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브랜드 관점, 브랜드 철학이 전략, 브랜딩을 통한 차별화 등. 마케팅의 툴이 아니라 경영 자체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이해하려면 앞서 스티브 잡스가 했던 시그니처signature를 이해해야 한다. 물론 시그니처도 업종과 아이템별로 다르기 때문에 애플의 정의가 진리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아직 애플의 브랜드 관점을 그 어떤 브랜드가 재정의하지 못했다. 당분간 팀 쿡의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바꾸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애플의 시그니처 signature의 정의로 여러 브랜드가 말하는 시그니처를 살펴보자. 

인감 (印鑑 도장-인, 거울, 본보기-감)도장과 서명 signature을 자주 바꾸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이라고 부를까? 인감도장과 서명이 없는 사람을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감과 서명은 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우리의 거울이고 표시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제품 자체가 인감 제품이고 시그니처 제품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3년에 출시할 애플 아이폰 14의 디자인을 대충 그릴 수 있다. 2007년부터 판매된 아이폰을 살펴보면, 최소한 팀 쿡이 경영자로 있을 때까지의 아이폰 디자인이 어떻게 (안) 변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애플의 제품은 애플 브랜드의 시그니처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2022년 6월에 맥북 에어의 디자인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완전히 바뀐 맥북에어는 맥북프로와 비슷하게 생겼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완전히 바뀌었다고 놀라는 소비자들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플이 만들(만들 것 같은) 자동차, 비행기, 냉장고, 자전거 그리고 청소기까지 우리는 애플다움을 예측할 수 있다. 제품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인, 곧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는 비슷하게 생긴 수많은 제품을 보면서 애플의 제품을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서명(제품)이다.


1980년도 스티브 잡스는 1982년에 개발할 매킨토시를 개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여기에 있겠는가.” 

스티브 잡스가 말한 우주의 흔적이 바로 애플 맥킨토시다.

이제 애플의 브랜드 관점으로 패션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생각해보자.



패션의 시그니처, 스타일.

'시그니처'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패션이다.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 내려오는 전통으로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어냈다.  

애플의 시그니처를 패션의 시그니처로 일반화시킬 수 없다. 

패션에서 시그니처 signature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패턴을 이용한, 심벌로 디자인을 만든, 큰 로고 디자인, 꾸준히 팔리는 상품, 패션쇼에서만 입는 옷으로 생각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나이키의 에어포스를 패션 시그니처 상품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에어포스는 매년 수십 개의 다른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패션에서 시그니처는 상품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Style은 양식, 문체, 화법, 형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뜻을 고유한 캐릭터(성격과 성향)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패션 외에도 선도적인 브랜드들을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려고 한다. 스타일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미지와 디자인의 독점이다. 그리고 자신을 모방하려는 경쟁자에 대한 차별화 대응 전략이다. 만약에 현대 자동차가 페라리와 비슷한 자동차를 만들었다면 페라리 짝퉁을 만든 것이다. 페라리 디자인도 계속 변하지만, 페라리 스타일을 만들어가면서 독점 시장과 차별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브랜드는 ‘있어야 한다’와 ‘있으면 좋다’라고 여겨지는 생필품을,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나이키 에어포스 이야기를 더 해보자. 1982년 나이키는 당대 최고의 농구선수 6명을 우주 비행사처럼 활주로에 세운 뒤 Air force I(에어포스원)이라는 상품 라인을 보여 주었다. 이에 따라 이 상품은 농구할 때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어야 하는 기능 신발에서 지금은 음악, 예술, 스토리, 춤, 문화 코드와 상징으로 변형되었다. 거기에 한정 기념 판으로 판매되어 줄을 서서 사야 하는 소장품이 되었다


 오래될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중고(선수가 직접 신었다면)일수록 희귀해진다. 이처럼 상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진화된 콘셉트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체험을 주는 것이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마력적인 브랜드의 광고 콘셉트들을 살펴보면 소비자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고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것이 브랜드만의 양식, 문체, 화법 그리고 형식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다.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브랜드는 ‘나와 비슷하면 가짜다’라는 강력한 독점의 독성을 가진 브랜드가 된다. 자신만의 스타일 자체가 시장이 되어 버리면 그야말로 독점과 독과점 시장을 누린다.


애플은 시그니처 상품은 결국 애플 스타일을 만들었다. 패션 브랜드는 시그니처 상품을 개발하기에 앞서 자신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어떤 사인 sign인지를 알아야 한다. 생산자가 아무리 시그니처 상품이라고 만들어도 그것을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프로모션 상품 돌려막기가 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이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질문을 해보자.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당신의 상품은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될 수 있을까? 당신의 브랜드 스타일을 소비자들이 시그니처로 인식하는가? 당신은 시그니처 프로모션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브랜드 스타일이라는 시그니처를 창조하고 싶은가? 


‘패션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코코 샤넬이 죽은 지 5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녀의 어록은 패션계에서는 진리이다. 스티브 잡스가 우주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 패션 브랜드를 하는 사람은 영원한 스타일을 남기는 것이다. 패션이 팔고 있는 것은 옷이 아니라 스타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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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는 자신의 스타일로 서명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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