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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은 무능한 마케터 최후의 보루일까요?

우리 함께 마케팅 책 한 권 써볼까요? #02.

현업 마케터들과 함께 하는 책 쓰기 프로젝트, 현재 지원자들과 면접을 진행 중이다. 경력도 확인하고 생각도 궁금해서다. 1년 간 부대끼며 한 권의 책을 써야 하는데 '왜 써야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면 힘들 것 같아서다. 그냥 공저로 책이나 한 권 써볼까 하는 사람은 견딜 수도 없을 것이도 내가 참지도 않을 테니까.


오늘은 Y님을 만났다. 아이 둘의 아빠이자 메이저 브랜드의 마케터를 거쳐 현재 중견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물으니 대뜸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첫 번째는 제휴 마케팅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마케터의 이상과 현실에 관한 것이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대뜸 '할인'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이건 진짜 실전에서 경험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뼈 때리는 이야기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브랜드 전문지에서 늘 할인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해왔던 터라 멀쩡한 제품을 할인해서 파는 마케터와 대판 싸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유통 과정에서 상처가 난 책을 '스크래치 북'이란 이름으로 반값에 팔아 2억이 넘는 매출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마케터가 멀쩡한 책도 할인해서 팔려고 하지 않는가. 지금은 전혀 나쁜 감정이 없지만 그때는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다만 지금은 당장 월급 줄 매출을 챙겨야 하는 마케터의 마음도 십분 이해한다.


오늘 만난 마케터 Y도 세스 고딘의 책이 할인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뼈를 때렸다고 한다.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쉬운 길을 두고 브랜드 가치를 지킨다는 것은 여간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마케터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매일 고민을 한다. 적어도 제대로 된 고민을 하는 마케터라면 당연히 해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현실 속 마케팅이다.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런 고민을 1년 동안 함께 나누며 한 권의 마케팅 책을 완성해보려고 한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스타 마케터들의 책은 우리가 아니고도 쓸 사람이 많다. 나는 평범한 마케터들의 현장감 넘치는 고민과 이를 해결하려는 다섯 공동저자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기록해볼 것이다. 그것이 현실 세계의 마케터들에게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 1년 간 함께 협력하며 진화해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단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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