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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쩐의 전쟁, 전통 강자 롯데의 돌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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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17 11:11:28   폰트크기 변경      

[e대한경제=문수아기자]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롯데가 참여한 것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롯데온의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절호의 찬스’라는 긍정적 분석도 있지만, 대체로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성격이 강할 것이란 시선이 짙다.

롯데의 아픈 손가락인 ‘롯데온’을 살리고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롯데의 안팎에서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진단이 엇갈리는 탓이다.

롯데온은 7개 유통계열사 쇼핑몰을 통합해 야심차게 출발했다. 이커머스계의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가격 경쟁 대신 초개인화 정책으로 차별화한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였다. 유통계열사의 회원 수, 거래액을 단순 합산하면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었다.

그러나 계열사의 정보를 통합하는 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고, 이마저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초기 시스템은 어느 정도 안착시켰지만, 여전히 물류와 환불ㆍ반품을 계열사별로 처리하다 보니 ‘한 번 쓰고 안 쓴다’는 후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작년 롯데온의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경쟁사인 SSG닷컴보다 앞섰지만, 이 역시 계열사의 매출 총합에 그친다는 점도 뼈 아프다. 신세계백화점이 명품 선 공개 라이브 커머스를 SSG닷컴에서 진행하는 것과 달리, 롯데백화점은 자체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진행하는 것만 봐도 유기적 결합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동빈 회장도 문제를 알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첫 VCM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도 부진한 사업은 전략이 아닌 실행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한 데 대해 제대로 된 이커머스 ‘실행 방법’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베이코리아 실사를 통해 이커머스 노하우를 보더라도, 롯데에 접목할 수 있느냐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이 물러난 자리에 외부 인사를 수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전권’이 주어지지 않는 한 계열사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롯데의 체질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존 오픈마켓 채널을 그대로 유지해야 판매자,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이는 e커머스 사업부가 롯데쇼핑의 최상단에 위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화점 출신을 우대하는 롯데의 전통이 깨져야 가능한 일이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개발자 중심인 유연한 조직문화가 보수적으로 알려진 롯데와 화학적 결합에 성공해야만 한다. 실패하면 이커머스의 핵심 자산인 인재 유출은 불가피하다. 이미 이베이코리아 내부에서는 “롯데에 인수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다.

아울러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돌파구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올해 첫 VCM 회의에서 “저부터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던 신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삼성과 현대, LG 등 기업 총수들이 대내외 스킨십을 늘려가면서 협업을 이끌어내는 등 변화한 경영 환경에 롯데도 동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변화는 신 회장의 변화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신 회장이 “매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도 주주로부터 보전받는 기업과는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던 쿠팡 방식은 이미 업계 ‘표준’이 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롯데의 ‘딥체인지(근원적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초기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온라인 대규모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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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기자
moo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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