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혁신가들] ②"일단 구경하세요" 제품 대신 콘텐츠 내밀었더니 MZ세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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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6. 오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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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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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무신사·스타일쉐어·쿠캣
커뮤니티로 ‘팬덤’ 구축…신뢰 기반으로 상거래 뛰어 들어 급성장

독립 1년 차인 초보 ‘자취러’ 이윤아(25)씨는 틈만 나면 ‘오늘의집’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남의 집을 구경한다. "혼자 살면서 집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얼마 전엔 다른 집 인테리어를 구경하다가 봄 느낌이 나는 커튼과 침구를 샀어요."

직장인 김승호(30)씨는 요즘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후 종종 유튜브 ‘쿠캣’ 채널을 보며 요리를 해먹고 있어요. 요리엔 소질이 없지만 밀키트를 사서 따라 만들어 보니 그럴싸하게 상이 차려지더라고요."

콘텐츠와 커머스를 접목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부상하고 있다.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는 인테리어 소품 플랫폼 오늘의집, 대기업 브랜드도 입점하는 패션 쇼핑몰 무신사와 스타일쉐어, 국내외 70개 소셜미디어(SNS) 채널에 요리법(레시피)을 공유하는 쿠캣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겨냥해 제품 대신 콘텐츠를 앞세운 전략으로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그래픽=박길우

포인트 1. 콘텐츠 앞세우니 ‘팬’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상거래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조만호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1년 만든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출발했다. 길거리 패션과 착장법, 한정판 제품, 브랜드 스토리 등을 공유해 회원을 확보한 후 8년 만인 2009년 상거래를 본격화했다. 2016년 1990억원이던 거래액은 2019년 9000억원, 지난해 1억4000억원(추정치)으로 급성장했다.

스타일쉐어는 2011년 대학교 4학년이던 윤자영 대표가 패션 정보 서비스로 시작해 2015년 상거래 기능을 도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옷 사진을 올리고 상품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데, 매일 5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된다. 현재 회원수는 740만여명으로 70% 이상이 15~25세. 2019년 거래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8년에는 25~45세 타깃의 온라인 편집숍 29CM를 인수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스타일쉐어가 SNS 플랫폼을 접목한 쇼핑몰이라면, 29CM는 에디터가 잡지처럼 상품 정보를 공유하고 제안하는 쇼핑몰로 차이가 난다. 지난해 스타일쉐어와 29CM를 합친 거래액은 3000억원이다.

오늘의집 ‘집들이’ 코너에서 20평대 집을 검색해 찾은 한 집. 집주인의 소개에 따라 집구경을 하며 ‘+’ 아이콘을 터치하면 유사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오늘의집 앱 캡처

오늘의집은 집 꾸미기 애호가들의 호응을 업고 성장한 콘텐츠 커머스다. 유저들이 ‘집들이’ 카테고리에 직접 자신의 공간과 가구, 소품 정보 등을 올리면, 다른 유저들이 이를 확인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소셜 플랫폼이 곧 온라인 전시장이 된 셈이다. 현재까지 1000만 건이 넘는 사진이 등록됐고, 회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오늘의집 운영사인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처음엔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등록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올리는 콘텐츠가 더 공감을 얻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늘의집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누적 거래액 1조원(10월 기준)을 돌파했다. 작년 11월에는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해 누적투자액 880억원을 달성했다.

포인트 2. 구경하다 사게 하자…‘콘텐츠+쇼핑’ 접목

커뮤니티를 통해 얻은 신뢰는 상거래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신사는 카테고리별로 실시간 판매 순위를 보여주는데, 이 순위가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 "무신사 랭킹에 들기만 하면 유행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회사는 매일 등록되는 1만7000건의 상품 후기를 콘텐츠로 제작해 매거진에 소개하고, 주목을 끈 후기에겐 상을 준다. 콘텐츠를 전담하는 직원만 100여명으로, 연간 10만 건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해 쇼핑을 지원한다.

스타일쉐어도 소비자들이 직접 작성한 상품 후기를 기반으로 쇼핑을 하도록 유도한다. 구매 전환율은 19%로, 온라인 쇼핑몰 평균 구매 전환율이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2019년에는 주 고객층인 10대~20대 초반 고객들이 신용카드 결제 대신 무통장 입금을 선호한다는 걸 고려해 편의점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찍고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쿠캣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쿠캣 레시피’./유튜브 캡처

요리 영상과 상거래를 접목한 쿠캣도 주목받고 있다. 2013년 SNS 채널 ‘오늘 뭐 먹지?’로 출발한 이 업체는 현재 동영상 채널인 ‘쿠캣 레시피’에 요리 콘텐츠를 올리고, 가정간편식 전문 쇼핑몰 ‘쿠캣마켓’에서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1~2인이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제품을 앞세웠다. 2015년 2억7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9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문주 쿠캣 대표는 "SNS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니즈를 빠르게 반영해 상품을 기획한 것이 주효했다"며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마켓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점이 회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포인트 3. 팬심(心) 파악해 PB·협업 제품 내고 오프라인 진출

업체들은 콘텐츠 커머스의 본질은 ‘상품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단독·자체 브랜드(PB)를 출시해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하고 있다. 쿠캣은 구독자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매달 10여개의 PB 제품을 쿠캣마켓에서 선보인다. 딸기와 고구마 넣은 찹쌀떡과 대방어장, 꼬막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 제품 중 66%가 PB제품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5월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연 매장에선 월평균 1억8000만원의 매출을 거둔다. 이문주 대표는 "콘텐츠 커머스도 상품의 품질이 우선"이라며 "좋은 상품을 바탕으로 고객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일쉐어의 메인 화면, 사용자들이 입은 옷을 구경하며 태그가 된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스타일쉐어 홈페이지 캡처

스타일쉐어도 ‘사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패션’을 주제로 2019년부터 PB ‘어스’를 운영하고 있다.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옷을 만들고, 제품 모델도 소비자를 기용한다. 어스의 반품률은 0.9%로, 인터넷 쇼핑몰의 평균 반품률(10~20%)보다 낮은 수준. 스타일쉐어 관계자는 "일반인이 입은 현실적인 핏을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무신사가 2017년 출시한 자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도 지난해 매출 1100억원으로 돌파했다. 이 회사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협업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한다. 하이트진로(000080)와 협업해 화제를 모은 ‘참이슬 백팩’과 스파오와 협업해 1만명의 구매 희망자를 모은 ‘펭수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서울 홍대입구역 AK&에 ‘무신사 테라스’를 연 데 이어, 올해 무신사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포인트 4. 콘텐츠 커머스 성공하려면 ‘신뢰’ 지켜야

최근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유통업계에선 이들과 같이 콘텐츠를 접목한 상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중에게 영향력이 있는 인플루언서(SNS유명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라이브 커머스(라방)처럼 예능과 드라마 등을 쇼핑에 접목하는 식이다.

다만 소통으로 고객과 신뢰를 구축한 만큼, 이에 반하는 행위는 성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무신사는 최근 여성 고객들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한 것을 두고 ‘남녀 차별’이라 지적한 한 고객에게 커뮤니티 60일 이용 정지 처분을 내려 고객들의 질타를 받았다. 조만호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고객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눈치다.

이와 함께 입점 업체들에게 경쟁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면 거래를 중지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는 공정거래법 23조에 규정한 ‘불공정거래 행위’ 중 경제 제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하다 보니 기업문화가 폐쇄적이고, 상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신사, 오늘의집 등은 오랜 시간 팬덤을 구축해 성공 기반을 만들었지만, 다량의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사전에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고 문제 발생 시 빨리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CS(고객관리) 대응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하이트진로와 2019년 함께 기획해 출시한 ‘참이슬 백팩’, 5분 만에 400개 물량이 동났다./하이트진로


[김은영 기자 key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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