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에 돈 뿌리는 네이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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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3. 오후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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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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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스타트업 투자 39건, 작년 21건의 두배
수억~수십억대 기술 기업 대부분
네이버는 커머스, 카카오는 헬스
패션 앱 ‘온더룩’ 딱 맞는 옷 추천
AI로 암 진단, 약 분류 앱 등 다양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충격파로 국내외 벤처투자 투자액이 감소하는 ‘빙하기’가 찾아왔지만, 네이버·카카오는 올 들어 스타트업 투자를 지난해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현재까지 두 회사가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수는 총 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스타트업 투자 합계 21건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거품 논란이 이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투자보다는 수억~수십억원대 돈으로 초기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선행 기술과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확대에 대해 “시장 거품이 걷힌 지금이야말로 될성부른 기술 스타트업을 골라낼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커머스, 카카오는 헬스케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주목하는 스타트업 분야는 서로 확연히 다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이자 북미·유럽 웹툰 시장을 공략 중인 네이버는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 투자를 늘렸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카카오는 이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선점하고 나섰다. 제2 벤처붐이 일었던 지난해에는 두 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났지만, 올해는 양사가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에 맞춰 투자 영역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육성 조직 D2SF는 올해 상반기 19건의 투자를 했다. 작년 상반기에는 12건이었다. 네이버 D2SF는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 상반기 투자에선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달 말 투자한 패션 콘텐츠 스타트업 ‘온더룩’은 이용자의 성별·키·스타일을 분석해 이와 비슷한 유명인들의 패션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다. 같은 시기 투자한 ‘유니드컴즈’는 이커머스 광고·운영·마케팅을 자동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체나 공간을 찍기만 하면 3분 내에 3D 모델로 변환시켜주는 기술을 가진 ‘리빌더AI’에 투자했다. 메타버스·이커머스 같은 분야에서 네이버와 협력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DS2F 양상환 리더는 “시장이 어려울 때 R&D(연구개발)에 도움이 되는 전략 투자는 더 늘려야 한다”며 “네이버는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같은 기간(9곳)보다 두 배가 넘는 20곳에 투자했다. 카카오의 벤처캐피털 자회사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투자내역 비공개 기업 6곳을 제외한 14곳 중 절반 가까이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였다. 투자받은 프리베노틱스(AI 암 진단), 프로이드(정밀 의료 영상기기), 위커버(AI 의료), 아티피셜소사이어티(독해력 향상), 메딜리티(의약품 분류 앱)가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헬스케어 사업을 주도할 사내 독립기업 카카오헬스케어를 출범시키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던 황희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카카오 헬스케어 대표로 영입했고,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김치원 원장을 파트너로 영입했다. 카카오는 스타트업 투자와는 별개로 카카오헬스케어에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몰아주기도 했다.

”대기업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 늘어날 것”

다른 대기업들도 초기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는 지난 8일 그룹 차원에서 3년간 1500억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300곳을 발굴·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스타트업 전용 업무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GS그룹도 올해 초 벤처캐피털 자회사 GS벤처스를 설립하고 1호 펀드 조성에 나섰다. GS벤처스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GS그룹 특성에 맞춰 기후변화 대응, 자원순환, 바이오 분야의 초기 기술기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벤처캐피털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디지털헬스케어·가상 화폐 등 신성장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덩치가 큰 스타트업 투자와 상장은 둔화하더라도 새 먹거리를 찾는 대기업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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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도특파원, 현 테크팀 반도체 담당. 성장하는 곳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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