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이커머스 성장세 둔화 전망
미국 금리 인상·규제 등 불확실성 커져
마켓컬리 뛰고 SSG닷컴 달린다
현재 마켓컬리, SSG닷컴, 11번가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올해나 내년 초 상장이 목표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있는 곳은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다. 지난 3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면서 상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한다면 이르면 7월 중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영업손실이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1조5614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전년 보다 더 늘어났다.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그동안 김 대표는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확보해 왔다. 상장 이후 경영권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김 대표는 공동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회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11번가도 IPO에 뛰어들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등에서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5년 내 IPO 추진을 명시했다. 11번가 역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실적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이 5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610% 늘어난 694억원을 기록했다.
엔데믹이 반갑지 않은 이유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엔데믹에 따른 일상회복으로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소비패턴이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커머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유통 경기전망 지수(RBSI)는 1분기 대비 3포인트 오른 99(기준치 100)로 나타났다. 백화점(102→111), 슈퍼마켓(82→99), 대형마트(88→97), 편의점(85→96) 등 오프라인은 모두 상승했다. 반면 온라인쇼핑(107→96)은 지난해 1분기부터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2분기에는 유일하게 하락했다. 온라인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방증인 셈이다.
성장률 둔화 전망은 업계의 입장에서는 큰 악재다.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자 상황에도 거래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앞으로 엔데믹이 본격화 할 경우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기능성이 있다. 특히 새벽배송 등 신사업이 영향을 받는다면 상장을 준비 중인 마켓컬리나 SSG닷컴 입장에서는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 커져
미국 금리 인상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문제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상장 첫날 69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14개월 동안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지난 6일에는 12.04달러로 상장 당시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00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이제 26조원으로 줄었다. 금리 인상과 엔데믹에 따른 성장 기대감 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증시도 부진하면서 IPO를 앞둔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SK쉴더스는 상장을 포기했다.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돼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등 '대어'로 꼽히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장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경쟁이 계속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상장 이슈가 판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상장에 성공하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도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업계가 IPO 과정에서 어떤 진통을 겪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