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AI가 골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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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02. 오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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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부터 신발까지…패션·뷰티 ‘첨단 테크’ 열풍]
“오프라인 매장 갈 필요 없어요”
발 사진 찍어서 앱에 올리면 5초만에 진단, 맞춤형 신발 추천
화장품·의류·머리색깔… 증강현실 기술로 미리 가상체험

‘발볼 너비가 좁은 편(하위 25% 이내)이어서 245 사이즈가 잘 맞으시겠네요.’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신발 사이즈 추천 앱 ‘펄핏’을 다운받아 A4 용지 위에 발을 올려놓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발을 찍었더니, 5초 만에 이런 진단이 나왔다. 펄핏은 휠라의 ‘레이 트레이서’는 250, 나이키의 ‘우먼스 웨어올데이’ 운동화는 245사이즈를 사라고 추천했다.


펄핏은 사람마다 발 모양이 제각각이고 브랜드마다 신발 사이즈도 달라 신발만큼은 신어보고 사는 이들이 많은 점에 착안했다. 5만장의 발 이미지, 7만개의 신발 내측 사이즈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분석한 딥 러닝(기계학습) 기술이 핵심이다. 출시 2년여 만인 지난달 누적 가입자 50만명을 넘겼고,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을 보유한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등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패션·뷰티 이커머스 시장에 AI·증강현실(AR)에 기반한 가상 피팅, 개인 맞춤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발, 옷, 화장품 등을 살 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일일이 착용해보고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첨단 기술이 바꾸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온라인 패션·뷰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기업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패션·화장품도 AI가 골라주고 AR로 보여줘

NHN클라우드는 올 하반기에 가상 피팅 서비스 ‘버추얼 트라이온(Virtual Try-on)’을 선보인다. 이용자의 사진을 등록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른 옷을 입은 모습을 진짜처럼 구현해준다. 사진에 옷 이미지를 겹쳐놓는 수준이 아니라 이용자 체형에 맞는 자연스러운 핏을 선보인다. 사람의 자세, 체형에 대한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 기술 덕분이다. 미국 스타트업 ‘3DLook’은 사람의 정면·측면 전신 사진 2장만 올리면 AI가 맞는 옷을 추천해주고, 옷을 착용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국내 스타트업 ‘라운즈’는 안경테, ‘스타일 AR’은 귀걸이 등 액세서리 가상 피팅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뷰티 분야도 테크 바람이 거세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월 선보인 ‘LG CHI 컬러 마스터’는 한번 하면 되돌리기 힘든 염색 후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머신러닝 기술로 얼굴과 머리카락 영역을 정확하게 구분해, 증강현실로 염색 시술 후 모습을 보여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원래 모발 색상에 따라 염색 후 모발의 색상과 명도를 자동으로 조정해 실제 염색 후의 모습과 동일하게 표현된다”고 말했다.

샤넬이 지난해 선보인 ‘립 스캐너’ 앱은 원하는 색상을 스캔하면 AI가 가장 유사한 색상의 자사 립스틱을 찾아낸다. 가상으로 입술에 해당 컬러를 발라 볼 수도 있다. 로레알, 에스티로더도 AI와 AR을 이용해 자사 메이크업, 염색 제품을 발라보는 가상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뷰티 앱 잼페이스는 AI가 퍼스널컬러(피부, 머리카락 등과 잘 어울리는 색상)를 진단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메라로 얼굴을 비추고 증강현실로 다양한 립스틱 컬러를 입혀보면서 어울리는 색상을 선택하면 AI가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 이에 맞는 화장품도 추천한다.

◇반품 줄이고 지갑 여는 신무기

옷이나 신발을 착용해보고 고를 수 있다는 건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자 온라인 쇼핑몰의 한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온라인 몰에서도 생생한 가상 피팅이 가능해지면서 패션·뷰티 이커머스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가상 피팅과 맞춤형 진단 기술은 온라인 쇼핑몰의 골칫거리인 반품을 줄이고 더 많은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 펄핏의 경우 발 사이즈 측정을 한 고객이 그러지 않은 고객보다 3개월 내 다시 신발을 살 확률이 4.7배 높다고 한다. 잼페이스도 퍼스널 컬러 진단 서비스 이후 앱 이용자의 화장품 검색 횟수와 관심 제품을 저장하는 횟수가 각각 7배, 2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진단 서비스와 가상 피팅은 그 자체로 놀이이자 콘텐츠인 이색 경험”이라며 “소비자가 오랜 시간 머무르며 구매 확신을 가지고 지갑을 열게 하고 다른 소비자들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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