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2차 영토전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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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치열한 마케팅 대결
배달 플랫폼 넘어 커머스 플랫폼 도약 노림수


데이터 경쟁시대다. 아날로그 유통이 디지털 모바일로 변하고 있다. 그 선두를 맡고 있는 게 배달앱이다. 배달앱은 e커머스, 검색포털, 페이, 모빌리티 등 어떤 분야와도 융합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배달 영토 확장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다.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은 그동안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통해 경쟁해 왔다. 플랫폼 사업자가 고객의 주문을 스토어에 중개해 주는 역할이었다. 플랫폼에서 고객이 주문하면 스토어에 주문 정보를 제공하고, 스토어는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 사업자를 호출해 음식을 전달하는 구조다. 이전까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2019년 쿠팡이츠가 새롭게 배달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객을 잡기 위한 '1차 영토전쟁'이 시작됐다.

1월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로데오프라자 앞에서 열린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론칭 행사에서 배달라이더들이 헬멧을 쓰고 있다.ⓒ뉴시스


쿠팡이츠 합류로 '1차 영토전쟁' 막 올라

쿠팡이츠는 국내 최초로 하프스택(Half-stack) 모델을 도입했다. 음식 제조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모두 본사가 관리하는 모델이다. 쿠팡이츠가 직접 배달원을 지정해 동선을 확인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음식 배달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치타배달'이라는 플랫폼 기능을 추가했다. 광고비 위주의 노출 방식 대신 스토어 운영 노력에 따른 별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쿠팡이츠는 이 치타배달을 중심으로 2019년 사업 시작 2년 만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위협하게 됐다.

무엇보다 2021년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른다. 2019년 9조원 정도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배달업계 부동의 1위는 배달의민족이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사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약 3500만 명이다. 배달의민족이 207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요기요가 888만 명으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쿠팡이츠는 568만 명으로 전월 628만 명에 비해 감소했다. 이에 따른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7.7%, 요기요 24.7%, 쿠팡이츠 17.5%다.

특이한 점은 요기요의 선전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각각 빠른 배달, 한 번에 한 집 배달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반면 요기요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유료 멤버십 요기패스인데, 정기할인 구독 서비스에 제휴사 할인 혜택을 결합해 선보인 배달앱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다. 요기패스는 지난해 11월 출시 후 3월까지 누적 가입자 90만 명을 돌파했다. 그 덕에 2021년 17.9%로 추락했던 시장점유율을 24.7%로 끌어올렸다. 요기요의 선전에 배달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업 다각화와 이익 때문이다. 일단 점유율이 확보된다면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금융업계도 배달 서비스에 진출했다. 전라북도 군산시와 경기도는 2021년 공공배달앱인 '배달의명수'와 '배달특급'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배달앱 '땡겨요'를 선보였다. 내년 말까지 8만 개 가맹점 확보가 목표다. KB국민은행도 자사 앱인 KB스타뱅킹에 요기요 배너를 탑재했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앱을 통해 세븐일레븐에서 1만5000원 이상 상품 주문 시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배달앱을 통해 영업이익을 올리기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는 수익성 개선과 점유율, 데이터를 통한 커머스 도약이 주목적이다. 먼저 수익성 개선인데, 단건 배달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배달 플랫폼 간 출혈경쟁이 심해졌다. 배달의민족은 적자 폭이 2019년 364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쿠팡도 지난해 4분기 쿠팡이츠 등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당기적자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요기요의 요기요 익스프레스 역시 현재까지 적자인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 부과방식을 변경한 상태다.

커머스로의 도약은 '점유율=영업이익'이라는 공식과 맞물린다. 배달의민족은 이미 네이버, 쿠팡에 이어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세 번째로 많이 결제하는 이커머스로 자리 잡았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1월 이베이코리아, 11번가, SSG닷컴 등 기존 이커머스의 결제액을 앞선다고 발표했다. 올 1분기에는 6조296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7% 증가했다. 배달의민족 측도 배달앱을 넘어 커머스가 되겠다며 B마트를 통한 퀵커머스, 배민쇼핑라이브를 통한 라이브커머스 등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1년 10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기환 쿠팡 이츠 서비스 대표(오른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국회사진취재단


배달앱은 손쉬운 커머스 도약의 '발판'

요기요도 확장 정책을 통해 강력한 멤버십 할인을 제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 OTT 서비스에 이어 쇼핑, 여행까지 제휴 영역을 대폭 늘렸다. 요기패스 구독자라면 시즌 30일 무료 이용, 현대백화점 면세점 12% 할인, 호텔스닷컴 10% 할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편의점·마트, 헬스·뷰티, 반려동물용품 카테고리 등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쿠팡의 경우 쿠팡이츠의 시장점유율 상승에 힘입어 올 1분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과 쿠팡이츠의 결제금액을 합산한 결과, 올 1분기에는 9조62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7조5172억원에 비해 28% 증가했다. 이는 네이버의 올해 1분기 9조4834억원보다 높다. 윤인철 광주대학교 창업학과 교수는 "배달앱은 진입장벽이 낮은 반면 확장성과 융합성이 크다"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을 전달해 주는 융합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e커머스의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배달앱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배달앱의 다양한 융합 모델을 위한 영토 확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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