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상장 불안요인은…증시변동성·기업가치 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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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25. 오전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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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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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액 많지만 성장엔 한계…매출도 정체
아마존과 제휴로 해법 마련 "중장기 성장전략 가동"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뉴스1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11번가가 내년 하반기까지 기업공개(IPO) 완료를 목표로 상장 주관사 선정에 착수했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약정에 따른 상장 추진이지만 IPO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물가상승 압박에 따른 금리인상 기조가 증시에 불안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상장을 추진하는 동종 브랜드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예비심사에는 보통 2개월가량 걸린다. 심사결과가 적격으로 결정되면 증권신고서 제출 후 수요예측, 공모가 확정, 청약, 상장까지 2∼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한 뒤 자금유치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5년내 상장을 약정했다. 상장 후 원금 및 수익을 회수하길 원한 FI들과 자금유치가 필요한 11번가의 이해관계가 맞아 성사된 약정이다.

약정을 맺은 시점은 2018년 9월로 추정된다. 내년 9월 상장이 목표라면 늦어도 3∼4월에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한다. 최근 10곳 이상 증권사에 주관사 선정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11번가는 5월에는 주관사단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약정에 따라 상장 추진에 나섰지만 11번가가 넘어야할 산이 만만하지가 않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불안과 물가 상승압박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악재다.

IPO를 추진 중인 동종 기업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도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2020년 기준 11번가의 거래액은 10조원가량이다. 이커머스 동종 기업인 SSG닷컴(5.7조), 컬리(약2조) 비교했을 때 거래액에서 크게 앞선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총 거래액(GMV)은 공모가 결정에 중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IB 업계가 평가한 기업가치는 거래액 규모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IB업계가 추정하는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4조~5조원이다.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SSG닷컴의 기업가치 평가 추정액인 10조원의 반 수준이다. 컬리 4조원과 비교했을 때도 저평가됐다.

총거래액에서 우위를 점한 11번가가 이들 기업과 비교해 가치가 낮게 평가받는 이유는 급격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사업구조 영향으로 해석된다.

오픈마켓인 11번가는 제품을 유통하면서 받는 판매수수료가 주된 수입원이다. 컬리는 제품을 생산자에게 직접 매입해 판매한다. 단순히 수수료를 받는 방식보다 직매입은 매출 및 수익 규모를 키우는데 유리하다. 이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11번가는 2019년 매출 530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신장률은 매해 3%에 못 미쳤다. 직매입을 위주로 하는 컬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이다. 거래액은 11번가에 뒤처지지만 몸집은 더 크다.

SSG닷컴의 경우 오픈마켓 운영과 직매입을 병행하는 종합몰로 체질을 개선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도 매출 8442억원에서 지난해 1조5000억원가량을 기록하면서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11번가에 대한 보수적인 평가와 불안한 증시 상황이 겹치면 상장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상장이 완료되더라도 흥행에 실패할 경우 확보한 자금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11번가가 지난해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같은 약점을 벗어나려는 조치로 보인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성장 발판을 확보해야 하는데 글로벌 이커머스 공룡인 아마존과 손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아마존에 올라탄 11번가의 해외직구 거래액이 크게 늘어나면 매출·수익 성장 가능성에서 지금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펀더멘털을 확보했다고 본다"며 "상장 과정에서 시장에 이 점을 알려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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