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이커머스 시장…쿠·쓱·온 어떤 난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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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14. 오후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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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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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의 ‘디지털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조직을 만들고 인수합병(M&A)을 하는 등 예열 단계였다면, 올해부턴 조직·인사 재정비와 사업확장으로 본 게임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의 고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그만큼 타격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인구 10명 중 3명이 쿠팡 회원
900만명. 쿠팡이 밝힌 유료회원 숫자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의 3분의1이 따로 돈을 내고 쿠팡을 이용하는 셈이다. 사실상 ‘국민 쇼핑앱’이 된 쿠팡은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올려 2010년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3배 성장했다”며 “신규고객 구매액까지 매년 30% 이상 늘었다는 건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다는 의미”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축구장 500개 크기의 전국 100여 개 물류센터는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로켓배송(당일·익일배송)’ 경쟁력의 핵심이다.
쿠팡이 지난달 준공한 대구 첨단물류센터 모습. 단일 물류 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다. [사진 쿠팡]
디지털 후발주자지만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 대기업도 조금씩 이커머스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쓱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71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성장해 국내 온라인 평균 성장률인 15.7%를 크게 앞섰다. 롯데온 역시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매출이 22.7% 증가했고, 월평균 방문자와 구매자 모두 40% 이상 증가했다.
200조 시장, 성장율은 절반으로
매출만 보면 쿠팡의 압승이지만 거래액 기준 점유율 면에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다. 점유율이 30%는 돼야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데 검색엔진이 본업인 네이버가 17%, 신세계(SSG닷컴+G마켓글로벌)가 15%, 쿠팡 13%, 롯데온 5% 정도다. 신세계·롯데로선 영토 경쟁을 해볼 만하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반면 그동안 매년 20% 이상 커 온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거래액은 전년 동기대비 12% 성장에 그쳤다. 한국 소매시장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온라인 침투율은 자동차와 연료를 제외하면 47%에 달한다. 웬만한 건 이미 온라인으로 다 사고 있어서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율은 11.5%로 209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 “6월부터 기존회원도 4990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지만 이커머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숙제도 만만치 않다.

쿠팡의 경우 적자 해소가 급선무다. 물류센터 설립 등으로 지금까지 쌓인 적자만 6조원대다. 특히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만큼 필요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결국 실적이 따라줘야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기조라 언제까지 적자 만회를 기다려줄 수 없게 됐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 역시 “올해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수익성 개선을 공식화했다. 증권가에선 “재무구조상 쿠팡이 계속 투자를 하려면 2024년까지는 흑자전환 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화면. [사진 쿠팡]
이에 쿠팡은 신규 멤버십 이용료를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대폭 올리고 ‘쿠팡이츠’도 배달 수수료를 음식값에 비례하도록 개편해 인상효과를 냈다. 오는 6월부턴 기존회원 이용료도 4990원으로 오른다. 또 광고수익을 늘려가는 한편 신선식품(로켓프레시)을 강화하고, 쿠팡이츠를 최근 성장세가 부진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넘어 배달앱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베이 3조4000억 몸값할까”
신세계는 2018년 SSG닷컴을, 롯데는 2020년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시기적으로도, 실적면에서도 신세계가 앞서있다. 관건은 3조4000억원이란 거액을 주고 산 G마켓글로벌(이베이코리아)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 것이냐, 올해 기업공개(IPO)가 얼마나 성공적일 것이냐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는 모바일이 아닌 PC기반으로 출발한 회사라 고객 연령대가 가장 높은 플랫폼이고 몇 년째 성장도 정체인데 신세계에 필요한 인수였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신세계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코리아 인수로 인한 영업권 상각비로 향후 약 10년에 걸쳐 매분기 400억원 이상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 고위 관계자는 “G마켓쪽 실적이 별로고 천문학적인 영업권 상각이 발생하면 신세계 그룹에도 큰 부담”이라며 “매년 이 비용에 쫓기게 되면 단기 성과에 급급해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자금 부담을 한 방에 날려버릴 카드는 SSG닷컴 상장 이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본사 부지와 건물까지 판 이마트로선 “올해 무조건, 어떻게든 (상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대박’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롯데, 사람 바꾸고 ‘전문매장’ 강화
롯데온은 롯데그룹 차원에서 수조원을 들여 출범시켰지만 주력 서비스가 없고, 각 계열사의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들어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롯데온 수장으로 영입하며 대대적인 재정비에 나섰다. 롯데는 ‘잘하는 것’을 택하고 있다. 최근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여는 등 백화점과 마트 경쟁력이 높은 뷰티·패션·명품·신선식품 등을 온라인으로 가져오겠단 얘기다. 대신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새벽배송은 접고,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가까운 롯데마트 등에서 물건을 받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온의 프리미엄 뷰티전문매장 '온앤더뷰티' 화면. [사진 롯데온]
신세계와 롯데 모두 대형마트·백화점 등의 사업역량을 십분 활용해 온·오프라인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려 한다. 특히 신세계는 “올 상반기 SSG닷컴·G마켓글로벌·스타벅스를 연계한 유료멤버십을 론칭해 고객 락인(lock-in, 묶어두기) 효과를 일으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기에 야구단과 스타필드까지 말 그대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노리고 있다. 롯데 역시 백화점·마트·홈쇼핑·면세점·하이마트 등 7개 유통계열사가 구매력을 앞세워 할인경쟁도 불사하겠단 전략이다.
SSG닷컴은 라이프스타일 영역 가운데 반려동물 용품 전문 매장을 육성하고 있다. [사진 SSG닷컴]
‘유통 공룡’ 얼마나 빨리 잘 바뀌나
두 거대 기업의 이커머스 성공은 결국 사람과 조직문화의 전환에 달렸다는 평가다. 일례로 이마트는 최근 본사 이전에 따른 사무실 배치나 성과급과 관련해 사업부 간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롯데 역시 최고경영진에 외부 인사가 대거 영입되면서 기존 인력과의 유기적 통합이 숙제로 떠올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판을 바꾸려면 외부인사 영입, 디지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M&A가 필요한데 신세계와 롯데가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고무적”이라며 “연말, 내년 초쯤이면 시류에 맞는 시스템을 내부에 잘 안착시켰는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성장 여지는 남았다고 본다. 공산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40%대로 높지만 식료품의 경우 20%대에 그치고 미국·중국 등에 비해 배달 범위가 좁아 얼마든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장 SSG닷컴이나 롯데온이 쿠팡을 위협할 것이라는 신호가 잡히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온라인 구매행태가 포화상태에 달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갖춘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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