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NFT행 열차 탑승하는 유통가...천국행일까 지옥행일까 [생생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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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09. 오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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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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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등 앞다퉈 투자
'묻지마' 도전 이어지며 회의론
신기술만큼 새로운 비전 중요


롯데정보통신과 자회사 칼리버스가 구현한 롯데의 메타버스 세계<사진제공=롯데지주>
[생생유통]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지난 2월 게이브 뉴웰 밸브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의 게임 전문 미디어 'PC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다. 그는 "그들은 MMO(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그들은 '오, 여러분은 이 맞춤형 아바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파이널판타지14의 라노시아 지역에 가봐라. 10년 전에 해결된 문제이며 당신이 처음 알아낸 멋진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NFT와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뉴웰은 회의적인 반응 보여줬다. 뉴웰은 "최근 NFT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기술의 형태로서는 훌륭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프 라이프' '포털' 등의 작품과 세계 최대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게임 산업을 넘어 정보기술(IT) 역사를 뒤흔들어 온 뉴웰의 발언은 앞다퉈 신사업으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NFT를 선정하고 잰걸음을 하고 있는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움직임과 다른 것이다.

IT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도 메타버스와 NFT 열풍에 탑승하기 바쁘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에 업계 혁신의 주도권을 빼앗긴 오프라인 전통 강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영진 회의를 메타버스를 통해 열었다. 이날 신 회장은 "화성보다 먼저 살아가야 할 가상융합 세상에서 롯데 메타버스가 기준이 되도록 하자"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는 전사 역량을 모아 그룹사를 연결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자체 제작한 NFT 이미지<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그룹도 메타버스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SSG닷컴은 메타버스 기반 영상회의 플랫폼 '개더타운'에 가상 연수원 '쓱타운'을 열고 신입사원 교육을 실시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내 메타버스 별마당 도서관에 주기적으로 강연을 열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메타버스 세계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이 메타버스에 점포를 잇달아 연 데 이어 전용 아이템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GS25는 신한은행이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점포를 내고 아바타가 진열대 상품을 접촉하면 해당 상품의 기프티콘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NFT 제작에도 유통업계는 앞장서고 있다. SSG닷컴은 명품 NFT 보증서 서비스 'SSG개런티'를 내놓았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봄을 맞아 준비한 전 점 테마 이미지 '스프링 바이즈(Spring Vibes)'를 업계 최초 자체 제작 NFT로 발행해 백화점 모바일 앱 이용 고객에게 무료로 증정했다. CU는 유명 캐릭터 작가 '레이레이'와 협업해 만든 미술 작품을 NFT로 선보였다. CU가 선보인 NFT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로, 314개가 발행됐다.

11일 CU `헤이루 프렌즈`의 대학생 스태프 캐릭터 `하루`가 세계 최초 메타버스 편의점인 `CU제페토한강점`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CU>
IT업계를 넘어 유통업계까지 메타버스와 NFT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거품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비즈니스모델·사업영역이 없는 상황에 억지로 끼워넣듯 메타버스 용어를 활용하면서 회의론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NFT도 마찬가지다. 원천 IP(지식재산권)와 기술에 대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일단 만들고 보는 '묻지 마' 발행이 이뤄지면서 NFT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거품론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떨어졌다. 구글 검색 추이를 알려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메타버스(metaverse)' 글로벌 검색량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NFT는 평균 가격이 최근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특히 시장과 대중 사이에서 NFT 기술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면서 투매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NFT 거품론의 원인에 대해 업계는 일반 대중이 실생활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 수익화 모델이 아직은 불분명하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유통가에 불고 있는 메타버스와 NFT 열풍에는 조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기업 중 메타버스와 NFT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은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다. 이커머스 경쟁에서 네이버, 쿠팡 등에 뒤처진 경험을 반복하지 않고자 미래 먹거리로 보이는 메타버스와 NFT에 발빠르게 뛰어드는 모양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메타버스와 NFT 사업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마존이 전 세계를, 쿠팡이 국내 시장을 사로잡은 이유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로켓 와우'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생활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NFT와 메타버스는 새롭지 않다. 메타버스와 NFT에 단순히 먼저 뛰어드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새로워야 하는 건 메타버스와 NFT를 통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가이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아마존도 쿠팡도 초기에는 지금의 모습과 달랐다. 수많은 시행착오 중에 현재의 비전과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중요한 건 먼저 시작했는가가 아니다. 새로운 비전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메타버스와 NFT에 뛰어드는 유통기업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소비자들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미래를 열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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