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커머스 판매자 친화정책, ‘입점’이 전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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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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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과거 이커머스 시장에선 10원 단위로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해 최저가 경쟁을 벌이던 때가 있었다. 어딜 가나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소비자들도 작은 가격 차이에 민감했던 것. 당시 이들에게 중요했던 건 소비자를 경쟁사에 뺏기지 않고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는 것이었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만’ 바라보지 않는다.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우수 판매자 유치다. 양질의 제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가 많을수록 최종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이나 소상공인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증가하면서 ‘제2의 고객’인 판매자 유치를 위해 업계 내 ‘판매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수많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이에서 판매자가 선호하는 곳은 어디일까. 디지털경제포럼이 국내 이커머스 판매자 약 2800여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자사몰(9.3%)과 쿠팡(2.9%)이 뒤를 이었지만 1순위와 격차는 상당했다. 관건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부여하느냐에 있었다.

‘접근성’과 ‘권한’으로 대변되는 판매자 개방성을 비교하면 접근성 측면에선 플랫폼 사이 큰 차이가 없다. 네이버·쿠팡·지마켓글로벌(G마켓·옥션) 등 모두 판매자 진입은 쉬운 편이다. 네이버 차별점은 자율성에 있었다. 즉 빠른 정산과 낮은 수수료, 데이터·정보기술(IT) 인프라 개방으로 자사몰과 유사한 수준의 개방성을 갖췄다는 조사다. 판매자가 쉽게 입점하는 데서 나아가 브랜드별 정체성을 갖춰 사업을 확장하도록 재무·마케팅 권한을 확대했다.  

플랫폼 개방성 확보가 판매자 유치 경쟁에서 핵심이라고 볼 때, 플랫폼에 권한이 집중되는 ‘집중형’보다 판매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분권형’이 유리하다.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소상공인과 상생해 스마트스토어를 키워온 역량을 일본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아마존이나 이베이보다 판매자 개방성을 극대화 한 분권형 모델을 일본으로 확장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역시 보완해야 할 점은 있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네이버가 판매자들에게 데이터는 제공하지만 리타겟팅·맞춤형 광고 등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육과 통계·분석 툴을 제공하면서도 판매자가 제품 혁신 없이 질 낮은 상품을 제공해 소비자 편익을 줄이고 있진 않은지도 지속 검토해야 할 과제다.

주목할 점은 11번가나 위메프, 카카오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빠른 정산과 낮은 수수료, 기술 개방 등으로 자사몰과 유사한 수준으로 판매자 개방성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것. 판매자 개방성은 거래 안전성을 지키면서 참여자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개념이다. 권한을 무분별하게 확장해 오히려 거래질서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우선은 개방성 수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판매자 자율성이 높아짐에 따라 책임을 강화하도록 질적인 교육도 동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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