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나란히 인건비 1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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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06.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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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품귀에 연봉 경쟁
1년만에 30~40%나 급증


◆ IT업계 인건비 쓰나미 (上) ◆

국내 빅테크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급여총액이 급증해 나란히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초부터 개발자 구인난에 연쇄 이직까지 겹치면서 수천만 원씩 연봉 인상 경쟁을 벌인 탓이다. 그래도 충원이 쉽지 않자 주식 보상(스톡옵션)까지 늘린 사례도 많아 양사 인건비가 불과 1년 만에 30~40%나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연봉 인상은 대형 게임사, 중견 정보기술(IT)업체, 스타트업에까지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업계 전반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 가중이라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급여총액이 2020년 총 9035억원에서 지난해 1조195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도 7112억원에서 1조158억원으로 증가했다. 단 1년 만에 임직원 인건비가 각각 32.3%, 42.8%씩 급증한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추가적인 임금 인상과 주식 보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올해도 인건비 상승이 예상된다.

인건비 부담에 이익률은 뒷걸음질했다. 인건비 외에도 마케팅비, 연구개발비까지 동시 상승하면서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네이버가 22.9%에서 19.4%로, 카카오는 10.9%에서 9.7%로 하락했다. 5% 안팎인 제조업 이익률보다 높지만 세계적 빅테크 기업인 구글, 애플, 넷플릭스가 25%에서 30%인 점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산업실장은 "닷컴버블 당시 일부 벤처기업 임금이 삼성전자보다 높았지만 버블 붕괴 후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며 "규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에 테크업계의 고정비 증가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에 발목잡힌 네카오…돈 잘 벌어도 이익률 줄어간다

네이버·카카오 급여총액 1년새 30~40% 폭증

네이버 영업이익률 3.5%P 뚝
카카오도 1년새 10%대 깨져
美빅테크 25~30%와 대조적

카카오 평균연봉 1억7천만원
"실리콘밸리에 사람 뺏겨서…"
주식보상 확 늘려 개발자 구애

인력 뺏긴 중견업체는 구인난
'울면서 월급 더 주기' 악순환

최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스타트업 A사는 초급 개발자 연봉을 기존 5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중견 정보기술(IT) 회사나 게임사로 개발자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A사 대표는 "우리보다 큰 기업도 더 큰 기업에 인력을 뺏기면서 연쇄 작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으로 스톡옵션도 내걸고 있지만 당장 상장이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유인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빅테크 쌍두마차인 네이버와 카카오 인건비 상승이 IT업계 전체 생태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빅테크가 인력 확충에 나서면 중견 IT회사나 중소·벤처 스타트업이 차례로 인력에 구멍이 생기는 먹이사슬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직원 539명을 충원해 4526명을 확보했고 카카오는 556명을 더 선발하면서 3303명으로 확대했다. 전체 인원이 20%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평균 임금도 올랐다. 네이버 평균 임금은 2020년 1억247만원에서 지난해 1억2915만원으로, 카카오는 같은 기간 1억800만원에서 1억7200만원으로 상승했다.

특히 임직원 인센티브 확대 정책으로 스톡옵션 비용은 3배가량 늘었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290억원에서 734억원으로 2.5배, 카카오는 433억원에서 1480억원으로 3.4배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향후 주식 보상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어서 주식 인센티브 비용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올해 연봉 재원 15%를 늘리며 추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카카오 직원 연봉은 평균 500만원 정도 인상될 전망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내년 연봉 예산도 추가로 6% 이상 늘린다고 밝힌 상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스톡옵션을 나눠주지 않고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최근 네이버가 스톡옵션 혹은 외국계 회사의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개념 자사주를 분배해주기 시작한 것은 카카오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RSU는 특정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스톡옵션과 달리 직원이 특정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으로 지급하는 보상 체계다. 카카오 관계자는 "네이버는 현금 보상, 카카오는 주식 보상이라는 인센티브 체계가 최근 서로 섞이면서 키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제는 연쇄 효과로 중견 IT회사와 스타트업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기업도 연봉 인상과 주식 보상을 내걸었다. 예컨대 크래프톤은 개발자 연봉을 일괄적으로 2000만원 인상했고 신입사원 초봉도 6000만원으로 높였다. 넥슨은 전 직원 연봉 800만원 인상과 신입 초봉 5000만원을 제시했고 넷마블도 넥슨에 맞춰 같은 비율로 임금을 올렸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핀테크 업체 토스는 이직 시 연봉을 최대 1.5배까지 제시하고 스톡옵션 1억원을 내걸기도 했다.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로 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큰 당근인 임금 인상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 인상에 더해 주식 보상까지 요구하는 분위기에 따라 스톡옵션 정책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카카오도 인력 먹이사슬의 최상단은 아니다. 한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빅테크에서 우리 개발자를 데려가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도 실리콘밸리에 인력을 뺏기고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재택근무 확산으로 서울이나 분당에서 일하면서 미국의 구글·메타(옛 페이스북)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 스카우트되는 인재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지속 성장하면 괜찮지만 부침을 겪을 때 고정비가 너무 커진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마진 둔화를 우려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모든 사업부가 고르게 성장 중이지만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 마진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올해 8조4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9.4%에서 18.9%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카카오 영업이익률에 대해서도 올해는 지난해 9.7%보다 낮은 8.8%를 제시했다.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마케팅 비용이나 연구개발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5794억원으로 36.1%, 연구개발비는 1조6550억원으로 24.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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