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후 소식 없는 '만년 적자' 이커머스 상장... 컬리·SSG는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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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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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퍼플박스. 마켓컬리 제공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쿠팡의 뒤를 이어 올해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던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이 잠잠하다. 사그라든 e커머스 투자심리에 상반기 내 상장을 공언했던 컬리마저 몸을 사리면서, 하반기 상장을 노리던 나머지 기업들도 시장 눈치에 한창이다.

13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컬리는 아직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상태다. 원칙적으로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는 45영업일 내 끝나야 하지만, 지난해 상장 기업 대부분의 심사가 70일에서 100일까지 걸린 것을 고려했을 때 컬리가 6월까지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지난해 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JP모건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국내 'e커머스 1호 상장'을 준비해왔다.

상장 일정이 밀리는 것은 컬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반기 상장을 노리고 있는 SSG닷컴이나 오아시스마켓,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한 11번가까지 덩달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선구자'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하느냐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정 기업가치는 컬리 7조 원, SSG닷컴은 1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1년간 주가 비교. 구글 금융 캡처


이처럼 e커머스 업계에 감지된 소극적인 움직임은 위축된 국내외 투자심리와 무관치 않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을 대표한 쿠팡의 경우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할 때만 해도 주가가 69달러까지 올라 70달러 선도 바라봤지만, 1년간 4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면서 현재 17달러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매출이 22조 원을 넘기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덩치를 불렸음에도 악화하는 적자 규모에 투자자들이 외면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만성 적자' 문제가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팡은 물론이고 컬리, SSG닷컴 등 주요 e커머스 모두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유일하게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은 소폭 흑자를 내고 있지만, 다른 두 업체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문제는 당분간은 이들의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데 있다. 쿠팡이 시작한 '계획된 적자' 방식으로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경쟁하고 있는 데다, 갈수록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e커머스만의 '이유 있는' 적자 운영 형태를 시장에서 감안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거래소에선 재무 건전성이나 경영 안정성과 관련된 부분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의 뉴욕증시 1년 성적표도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인 만큼 지난해와 같은 장밋빛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국내 'e커머스 1호 상장' 기업이 등장한 뒤에야 나머지 기업 상장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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