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중고거래 플랫폼이 경쟁사에 투자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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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28.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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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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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중고거래 플랫폼들, 버티컬 중고 플랫폼에 잇단 투자…"카테고리 킬러 잡는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등 종합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잇따라 특정 상품군만 취급하는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통해 특정 분야 중고거래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는 올 들어 코너마켓과 라이트브라더스에 잇따라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각각 유아동 의류와 자전거 분야에서 위탁거래와 인증거래 등으로 입지를 쌓고있는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이미 중고나라 내에서도 유아동 의류 1200만건(1300억원), 자전거 50만건(2000억원) 등 거래가 활발하지만 각 플랫폼들의 위탁거래, 품질검수 등 전문 서비스를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인증 및 검수가 가능한 상품군을 중심으로 또다른 적합한 거래 플랫폼들이 어디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중고나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내세우며 특정 영역의 중고거래 전문화를 강조해온 번개장터는 이미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 투자를 진행해왔다.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와 빈티지 의류편집샵 마켓인유가 대표적이다. 두 플랫폼은 가격대비 높은 품질과 검수과정 등으로 해당분야의 충성고객을 확보해온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들이다. 아울러 착한텔레콤의 중고사업부도 인수해 중고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큰손 MZ 뜨자…이커머스는 이미 전문몰 전성시대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카테고리 킬러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인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문몰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무신사, 컬리, 오늘의집 등 전문몰들은 자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나 큐레이션, 관련 커뮤니티나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종합몰 거래액은 전년동기대비 9.7% 증가한 반면 전문몰 거래액은 28.0%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MZ) 세대를 중심으로 가격경쟁력보다 한정판 상품, 제품 관련 콘텐츠 소비 등을 선호하는 성향이 두드러진 점 등이 전문몰을 성장시킨 것"이라며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도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3년 전엔 "그러다 망할라"…이제는 역전의 발판


불과 2~3년 전만 해도 번개장터가 본격화한 중고거래 전문화는 '실패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확장성을 떨어뜨려 당근마켓 등 후발주자들에게 밀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상황이 변하면서 버티컬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 성장세를 뒷받침하게 됐다. 실제 2020년 초까지 1500억원 가량으로 인정받던 번개장터의 기업가치는 올해 초 4000억원대로 2년만에 2.5배 이상 껑충 뛰었다.

중고나라 역시 이같은 흐름에 맞춰 성장 전략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의 원조 격인 중고나라는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의 급성장과 번개장터의 뒷심에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의 인증·검수 등 차별화된 서비스는 중고나라의 최대 꼬리표인 '사기꾼 나라'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가 쌓아온 데이터와 버티컬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전문성이 다른 플랫폼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른 버티컬 플랫폼과의 제휴 및 투자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도 "현재로서 확정된 계획은 없다"면서도 "MZ세대를 중심 타깃으로 스니커즈, 명품 등 특정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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