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AI·빅데이터가 '승부처'…'알고리즘 전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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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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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정보 바탕으로 한 '개인화'가 미래 경쟁력유튜브(YouTube)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제공에 있다. 이용자의 검색어, 이전 시청 영상 등을 분석한 '개인화 알고리즘'은 유튜브를 전 세계에서 이용시간이 가장 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어 냈다. 이 같은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 알고리즘'에 최근 이커머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31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에 따르면, 오는 2022년에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친화적 '개인화'가 더욱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별로 다른 기호, 관심, 구매 경험 등 정보를 분석해 가장 알맞은 상품을 제시하고, 구매율을 크게 높이는 이커머스 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란 것이다.

실제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 중 91%가 개인화 형태로 상품을 제시하는 브랜드에서 구매할 확률이 높았다. 이는 자신이 필요로 하거나 관심을 보인 상품을 소개하는 '알고리즘' 때문이다.

미국의 비즈니스 전문 잡지 엔터프리너도 내년 전자상거래 판도를 바꿀 5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개인화된 제품 수요'를 꼽았다. 매체는 "고객이 직접 신발의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고르도록 하는 나이키나 임산부에게 출산 예정일을 묻는 엔파밀처럼 2022년에는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대부분이 개인화를 통해 소비자의 쇼핑 경험을 개선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AI 마케팅 개인화 서비스 '다이얼로그'에서 개인화 상품 추천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카페24]


◆ '개인화'로 매출 95.5% 늘린 나이키

나이키는 지난 6월 25일 실적 발표에서 3~5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5.5%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디지털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고, 2019년과 비교하면 147% 올랐다. 주요 성장 비결로는 아마존을 포함한 도매 채널 매출이 전체 매출의 8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과감히 탈(脫)아마존을 선언하고 D2C(소비자 직거래) 전환을 통해 개인화에 집중한 것이 적중했다.

D2C 모델은 타 유통채널에 매이지 않고 자사 고객만을 위해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자는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나 반응 등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수집·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오픈마켓에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일부 데이터만 받아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나이키는 바로 이 점에 집중했다.

실제로 나이키는 아마존에서 철수하기 전인 2018년부터 데이터 스타트업 4곳을 차례로 인수해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열을 올렸다. 데이터 분석기업 '조디악'을 인수할 때는 "고객에게 더 빠르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조디악은 나이키 앱이나 핏빗 웨어러블을 통해 고객의 주요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 습관을 파악하고 구매 패턴을 예측한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통찰로 나이키는 타겟팅할 고객, 시점을 파악해 고객을 확보하거나 유지한다. 예를들어 6개월마다 신발을 사는 습관이 있는 고객이 마지막 신발을 구매한 이후 12개월이 지나면 나이키는 해당 고객에게 다시 신발을 살 것을 권하는 메시지를 표시한다. 이는 고객 이탈율과 회사의 각종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등 앱도 데이터 확보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 나이키는 회원에게 매달 15달러쯤 되는 트레이닝 비디오와 운동용 음악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 결과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 나이키 런 클럽(NRC) 앱 가입자 수는 2017년 기준 1억여명에서 2019년에는 1억 8천500명까지 늘었다. 나이키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트레이닝 비디오의 종류 등을 분석해 집중할 제품군을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9년에는 스포츠 분야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존 도나호 CEO를 선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베이, 서비스나우 CEO를 역임했다. 나이키의 선택은 운동화 회사에서 기술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 대기업 아닌 중소상공인도 손쉽게 '개인화' 가능

나이키의 성공 사례처럼 다양한 이커머스 기업이 개인화를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기 원한다. 영국 유통 테크놀로지 전문기업 브라이트펄의 지난해 10월 주요 유통·이커머스 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기업들이 투자할 유통 기술 중 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는 항목 1위가 웹 개인화(64%)로 꼽혔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개인 대형 기업인 나이키처럼 AI·빅데이터 관련 고급 기술 인력을 채용하거나, 관련 회사를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개인화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술 진입장벽을 해소할 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카페24는 AI 기반 개인화 기술을 마치 '휴대폰에 앱을 설치하듯' 손쉽게 내려받아 자사몰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페24는 자사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2018년부터 공개해 수많은 개발사가 생태계에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개발사는 API를 바탕으로 쇼핑몰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구현한 앱을 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토어에 참여한 개발사(자) 수는 6천곳, 앱 다운로드 횟수는 32만건을 넘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전자상거래 이용자 최적화 플랫폼 기업 '다이얼로그'는 최근 카페24를 통해 AI 마케팅 서비스 '다이얼로그'를 한국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몰에 소비자가 유입되는 검색 순간부터 실제 구매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AI로 관리해 구매전환율을 향상한다.

소상공인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활용해 대기업 못지않은 쇼핑몰 운영이 가능해 졌다. 농산물 쇼핑몰을 운영하는 홍준익 씨는 "자사 쇼핑몰에 AI 서비스 등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여러 플랫폼에서 이를 지원하면서 몰 운영이 수월해 졌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만 할 수 있었던 쇼핑몰 고도화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가 이제는 중소 쇼핑몰에서도 가능하게 됐다"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알고리즘이 각 이커머스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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