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끝낸 유통가…'쩐의 전쟁'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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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03. 오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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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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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vs 네이버 vs 쿠팡 제대로 한판 붙는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쩐의 전쟁'이 새해 유통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큰 인수합병(M&A)이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판이 열렸다. 올해 유통가 경쟁은 그 이전과 사뭇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시장 지배력 강화와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투자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전국에 첨단물류센터를 추가로 건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쿠팡은 수조원의 달하는 누적 손실에도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오픈마켓 강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거금 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또한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은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의 변화는 코로나19 확산이 계기로 작용했다. 온라인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변화는 불가피했다. 실제 이커머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의 장점을 내세워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동시에 진출 기업이 늘며 경쟁 또한 치열하다.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돈뭉치를 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서 오프라인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판매 시설이 아닌 고객이 머무는 곳으로 바꾸고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온라인과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변신이다. 새해에는 또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짚어봤다.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캠프 인근 주차장에 서 있는 쿠팡 차량들. © News1 이성철 기자

◇ 쿠팡, 물류센터 이어 쿠팡플레이·이츠에도 투자 본격화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쿠팡이다. 지난해 뉴욕 증시 상장으로 마련된 실탄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이미 전국에 신규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있고 1조5000억원 이상 투자를 계획해 놓고 있다.

올해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배달 앱 쿠팡이츠에도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락인 효과(Lock-in effect)로 쿠팡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쿠팡플레이에 차별화 콘텐츠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지난해 SNL코리아'와 드라마 '어느날'이라는 독점 콘텐츠를 확보했다. 국가 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와 미국 인기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의 국내 디지털 독점권도 손에 쥐었다.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 시작 시각을 오전 9시에서 오전 6시로 3시간 앞당겼다. 동시에 라이더 수급을 위해 이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를 올렸다. 경쟁사가 진입하지 않은 시간대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역시 지속적인 투자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주문 처리와 물류 인프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의 경기도 김포시 물류센터 네오(SSG닷컴 제공)© 뉴스1

◇ '실탄 충전' 급한 새벽배송 이커머스 상장 본격화

쿠팡 이후 국내 새벽배송 이커머스 역시 상장 준비를 본격화했다. 쿠팡의 공격 본능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현금 확보가 절실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고객을 꾸준하게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투자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상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SSG닷컴·마켓컬리·오아시스마켓 모두 상장을 위한 주간사 선정을 지난해 끝냈다. 이르면 연내 국내 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상장을 통해 최소 수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국 어디에서라도 오늘 주문하고 내일 새벽에 배송을 받는 시스템이 멀지 않은 셈이다.

새벽배송 이커머스는 때마침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은 2020년 매출 1조2941억원을 기록해 2019년(8441억원) 대비 약 53% 성장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물류 인프라와 IT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 수도권 중심 사업에서 범위를 전국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는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쏠린 물류센터의 전국화를 예상한다. 새벽배송을 전국에 서비스할 수 있다면 쿠팡 못지않은 장점으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최근 지방으로 새벽배송 영역을 넓히면서 물류센터의 고도화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공모 자금을 사업 전반에 투자해 경쟁력 강화에 힘 쏟을 계획"이라며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해 배송 서비스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 뉴스1

◇오프라인 위기감…온라인 확대에 수조 원 투입

오프라인 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졌다. 합병과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약점 메우기를 시작했다.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광폭 행보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라는 양대 축을 거느린 신세계그룹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신세계그룹마저도 변화를 모색하게 만든 시발점이 됐다. 변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대기업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이마트는 오픈마켓 강자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약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유통시장의 흐름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에 강점을 지닌 SSG닷컴과 시너지를 통해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이로써 '이마트-이베이코리아 연합'은 온라인 시장에서 쿠팡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기존 국내 온라인 시장 네이버(17%)·쿠팡(13%)·이베이코리아(12%)·11번가(7%)의 순위를 바꾼 사건에 가까웠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2500억원에 달하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경쟁사와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유통업계의 흐름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심지어 이마트는 상징성 짙은 서울 성수동 본사 매각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전사적으로 디지털 자산 재배치에 올인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사들은 당분간 이익 창출보다는 투자에 집중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금력에서 한발 앞선 신세계그룹과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사업자 1위 GS리테일도 지난해 7월 GS홈쇼핑과 합병했다. GS홈쇼핑은 3000만명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 가구와 함께 1800만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쇼핑 앱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부릉'이라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쉬코리아와 배달 앱 요기요의 지분 인수에 총3500억원을 투자했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 1만6000개를 활용해 집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한 물건을 1∼2시간 이내에 배달을 완료하는 퀵커머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메쉬코리아의 400개가 넘는 주요 도심 소형 물류거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차별화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15조5000억원 수준의 연간 취급액을 2025년까지 25조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향후 5년간 1조원이란 거금 투입도 약속했다. 그는 통합 GS리테일 출범에 대해 "디지털커머스 주축으로 모든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대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News1 김영운 기자

◇수천억 투자한 백화점의 변신 '고정관념' 깬다

오프라인 대표 유통업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과 맞대응 차원에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신규 점포 한 곳에 투입한 수천억원이란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겠다는 목표를 미루고 일단 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판매 시설 대신 휴식공간이 넓어졌고 외부와 단절이 아닌 유기적인 공간 활용에 중점을 뒀다.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로 오프라인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이 스타트를 끊었다. 전체 영업 면적(8만9100㎡) 중 판매 시설을 절반으로 줄이고 체험형 공간을 늘리는 파격적인 선택을 공개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건 5층에 전체 면적 3300㎡에 달하는 규모로 조성된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다. 천연 잔디에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공원 분위기를 풍기는 명소다. 기존 백화점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시설에 고객들은 열광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고정관념을 깬 매장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파비앙 머렐을 포함한 국내외 유명작가 100여명의 작품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들 작품 가격만 수백억대에 달한다. 백화점이 아닌 마치 갤러리와 흡사하다는 평가다.

대전신세계 아트앤 사이언스도 문화와 예술·과학을 아우르는 복합문화시설로 등장했다. 193m 높이에서 대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트 전망대가 단연 눈길을 끈다. 충청권 최초의 스포츠몬스터(실내 테마파크)와 살아 있는 바다 생물을 만나는 아쿠아리움도 대전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점이다.

실제 이들의 전략은 적중했다. 고객들은 기존과 다른 백화점에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었다. 대전신세계 Art&Scien의 경우 출점 두달 만에 매출 목표의 40%를 초과 달성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혁신과 신규 점포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새해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계획된 적자'라고 애써 위로하고 있지만, 수년간 이어진 영업손실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어느 정도 투자가 마무리된 이후 사업이 안정화되고 적자 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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