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대형마트, '당일 배송'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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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잇따라 서비스 확대
당일배송·품질 등 경쟁력 있어
효율성은 의문…"시작 단계일 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 퀵커머스와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당일배송 서비스'가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핵심 전략은 'P.P센터'와 '다크스토어'입니다. P.P센터는 기존 대형마트 매장 일부를 물류 창고로 활용해 근거리 당일 배송을 진행하는 점포입니다. 다크스토어는 영업을 하지 않고 '배송'에만 올인하는 점포를 의미합니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닙니다. 대형마트는 오래 전부터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장을 보는 방식입니다. 고객은 SSG닷컴·롯데ON·홈플러스몰 등 각 대형마트의 앱으로 주문합니다. 이 주문을 받은 직원 '피커'가 장을 대신 봐주죠. P.P센터나 다크스토어 모두 동일합니다. 결국 대형마트식(式) 당일배송은 대형마트의 '품질'과 이커머스의 '배송 역량'을 하나로 합친 모델인 셈입니다.

대형마트의 당일배송 인프라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 110여 개의 P.P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루 3000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P.P센터를 오는 2025년 7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롯데마트는 현재 전국 21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P.P센터를 2년 내 전국 50여개로 늘리고, 다크스토어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홈플러스는 이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전국 377개의 P.P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이 당일배송에 관심을 갖는 것은 주력인 신선식품에도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2015년 대비 250배나 커졌습니다.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컬리, 오아시스마켓도 고속 성장 중입니다. 쿠팡 등도 신선식품에 투자하고 있죠. 인근 마트에서 초고속 배송을 제공하는 '퀵커머스' 시장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론 신선식품 이커머스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대형마트가 대세입니다.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경우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이 상황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커머스 신선식품의 품질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커머스에 익숙해지는 속도도 빠르고요. 대형마트에게는 지금이 곧 '위기'입니다.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대형마트만의 경쟁력은 뭘까요. 대형마트는 전국에 점포가 있습니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물류만 갖춘다면 이커머스보다 빠르게 배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퀵커머스에 비해서는 '품질'이 강점입니다. 퀵커머스의 물류 거점은 편의점이나 동네 식자재마트 등입니다. 배송 수단은 오토바입니다.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과 트럭 배송에 비해 낫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대형마트가 P.P센터와 다크스토어 기반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입니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와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아예 이커머스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이커머스 플랫폼처럼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세우자니 비용이 부담입니다. 결국 기존 점포도 살리면서 이커머스 요소도 도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신선식품 이커머스와의 차별화 요소로 당일배송을 꺼내든 겁니다.

대형마트의 당일배송은 시장에서 환영받을 겁니다. 식품은 품질관리가 어렵습니다. 같은 과일박스 안에서도 맛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마트는 품질관리의 '전문가'입니다. 게다가 대형마트는 다양한 공산품까지 취급하니 쇼핑 편의성도 높습니다. 이는 주문 후 최소 하루를 기다려야 하고 식품 외 상품이 빈약한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확실한 강점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당일배송이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대형마트의 당일배송 물류센터는 '점포'입니다. 이마트만이 수도권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커머스에 비해 주문을 일괄적으로 관리·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수요가 점포마다 달라 점포별 주문 처리 격차가 큽니다. 최악의 경우 주문이 적은 P.P센터와 다크스토어가 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전용 물류센터가 없다는 점은 상품 경쟁력도 떨어뜨립니다. 대형마트 당일배송의 시장은 각 점포의 담당 지역입니다. 고객 풀이 넓지 않아 대중적인 상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은 비건(Vegan) 등 소수의 다양한 니즈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주문이 전국에서 들어오니까요. 대형마트 당일배송 서비스가 단순히 흔한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약점은 '위치'입니다. 새벽배송은 배송 시간이 '새벽'이어서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에 배송되기 때문에 배송 시간을 지킬 수 있죠. 반면 대형마트는 도심에 있습니다. 교통 상황에 따라 배송 품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대형마트들은 배송 시간을 3시간 단위로 넓게 지정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핵심 경쟁력인 '속도'의 의미가 옅어집니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 대형마트들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과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이들의 경쟁이 소비자의 더 편리한 쇼핑 환경을 만들 것임은 확실합니다. 신선식품 배송을 둘러싼 대형마트와 플랫폼의 경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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