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압박 시달리는 쿠팡, ‘계획 적자’로 몸집 불리는 SSG·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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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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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롯데온·11번가 3분기 적자 일제히 확대
’계획된 적자’로 큰 쿠팡, 1~3분기 영업적자 1조원 넘어

‘계획된 적자’를 바탕으로 거래액을 불리는 이른바 쿠팡식 성장 모델이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로 전이되고 있다. 정작 이 모델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로 만든 쿠팡은 투자자들로부터 흑자전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신세계(004170)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과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롯데온), 11번가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적자가 전년 대비 일제히 확대됐다. SSG닷컴은 영업적자가 지난해 31억원에서 올해 382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온 영업적자는 280억원에서 460억원으로 확대됐고, 11번가는 작년 14억 흑자를 냈다가 올해 18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의 롯데온과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 / 각 앱 캡처.

3사의 영업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내년 상장을 앞둔 SSG닷컴은 이마트 매장 내 PP센터(피킹 앤드 패킹 매장·온라인 주문 물품을 골라 포장하는 장소)를 확대하고 IT인력을 꾸준히 늘렸다. 8월에는 2년 만에 재개한 TV광고에서 배우 공유, 공효진 등 유명배우를 출연시켰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의 온라인 사업부를 흡수하며 물류센터, 배송차량 등의 감가상각이 반영됐고 할인 쿠폰 발급으로 광고판촉비도 늘었다.

11번가는 8월 아마존 해외직구 상품을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문 열고 라이브방송 서비스 라이브11의 기술을 고도화 하는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늘고 광고판촉비가 증가했다. 비용 집행을 늘린 결과 3사의 3분기 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은 일제히 늘었다. SSG닷컴과 롯데온은 3분기 GMV가 전년 대비 각각 28%, 15% 늘었다고 밝혔다. 11번가는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GMV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영업적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기업들과 증권업계의 시각도 달라졌다. 기업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하거나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한다. 쿠팡이 누적 적자가 4조원이 넘는데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직매입한 물건을 전국 물류센터에 보관해두고 직고용한 배송기사를 통해 하루 안에 배송하는 고비용 사업구조를 밀어붙여 작년 기준 시장점유율 13%를 확보, 네이버(17%)에 이어 2위 사업자가 됐다.

그런데 유통업계에 계획된 적자를 유행시킨 쿠팡은 정작 투자자들에게 흑자 전환을 압박받는 처지가 됐다. 12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쿠팡 주가는 전날보다 8.94% 하락한 26.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전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악재였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인 8월 12일(-8.25%) 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3분기 매출이 46억4470만달러(5조4800억원)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나 영업적자와 순손실도 확대됐다. 영업손실(operating loss)은 3억1511만달러(3716억원)로 전년 대비 45.7% 늘었고 순손실(net loss)은 3억2397만달러(3821억원)로 87% 확대됐다. 1~3분기 누적 영업손실과 순손실 모두 각각 1조원이 넘었다.

김범석 창업주는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인건비와 운영비에 9500만달러(1120억원)를 투자했다”며 “코로나19로 신규 고용이 감소했고 이런 부족 사태는 6월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와 코로나19 사례로 인한 시설 폐쇄로 악화 됐다. 고객과의 배송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 배송용량을 넘어서는 주문을 받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해 성장을 희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로켓프레시(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풀필먼트 센터(상품 보관·포장·출하·배송 등 일괄 처리) 중 절반이 최근에 문 열었거나 여전히 공사중이어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쿠팡 주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8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해 공모가인 35달러를 밑돌고 있다. 3개월간 주가가 28.5% 하락했다. 2분기 순손실이 작년 1억205만달러(1178억원)에서 올해 5억1860만달러(5985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영향을 제외하면 순손실이 2억231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9%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 순손실이 180% 증가한 것에 비하면 손실 증가폭이 축소됐는데도 주가는 하락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적자 폭이 확대된 건 덕평물류센터 화재 영향도 있지만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투자가 집중되면서 영업 관련 적자 폭이 일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속적인 투자에 따라 단기적으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선 쿠팡이 대만, 일본에 진출했지만 현지에 이미 시장점유율이 높은 회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소 2~3년은 판매관리비 증가가 예상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간 가격·판촉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하에서는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이 고객을 확보하는 데 있어 가격보다 재고 확보 여부와 배송의 정확성, 접근성 등의 요인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가격·판촉 경쟁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며 “낮은 가격과 할인 쿠폰, 부가 서비스 등은 여전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보에 주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는 가격·판촉 경쟁이 재차 점화되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수익성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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