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25일 용산전자상가 도소매상의 물품을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포장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자상가 상인 각자의 창고에 모니터·키보드 등을 갖고 있다가 주문받으면 택배를 불러 배송했지만 앞으론 보관·주문·배송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상품 준비와 출고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전보다 배송 기간이 1~3일가량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밤늦게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받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커지고 빠른 배송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배송만 하던 택배업계가 풀필먼트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풀필먼트(Fullfillment)는 판매자 제품을 물류사 창고에 보관하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사가 제품 선별부터 포장, 배송까지 나머지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다. 택배업체들은 터미널과 연계한 전용 풀필멘트 센터를 구축하고, 전담 부서를 만들어 각종 쇼핑몰 등 고객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빠른 포장·배송을 목표로 로봇 같은 첨단 기술도 풀필먼트 센터에 들어오고 있다.
전용 풀필먼트 센터 확대에 공들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4월 경기도 이천에 첫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했다. 소규모 판매자 위주로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는데, 하루 1건 출고도 가능하다. 내년 1월엔 충북 진천에 3만6000㎡(약 1만평) 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열고 사업을 강화한다.
한진은 지난 6월 대표 직속 이커머스 전담 사업부를 신설했다. 총 3개 팀으로 온라인 판매자를 위해 쇼핑몰 통합 관리 서비스, 풀필먼트 서비스를 책임진다. 배송의 마지막 단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토바이 배송도 늘릴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남서울 허브 터미널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해 앞으로 수도권에도 권역별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이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선발 주자다. 작년 4월 곤지암센터에서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올해 6월 군포, 8월 용인에도 풀필먼트 센터를 차례로 열었다. 처음에 LG생활건강 정도였던 고객사도 네이버쇼핑, 지그재그 등으로 늘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단순배송인 택배에 비중을 두었던 라스트마일 사업을 풀필먼트 같은 이커머스 물류 전반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 강점에 첨단 기술로 무장
택배업체가 풀필먼트 사업에 잇달아 나서는 건 쿠팡 등 자체 풀필먼트 센터를 갖춘 곳이 늘어나며 이에 대항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이런 플랫폼에 입점해 이들 배송망을 이용하면 택배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커졌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를 이용하던 판매자 중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같이 해주길 원하는 곳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전국에 택배 터미널과 운송 조직이 깔려 있는 택배회사에 유리한 분야기도 하다. 기존에 하던 배송 업무에 보관과 포장 서비스만 덧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조서윤 차장은 “풀필먼트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들도 최종 배송은 택배 같은 기존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국 각지에 허브 터미널과 배송 조직을 갖춘 택배업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풀필먼트 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피킹(상품을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일)과 패킹(포장) 과정에 첨단 기술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덕평센터에서 무인 운송 로봇을 도입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고 선반을 피킹 직원 앞으로 자동으로 옮겨준다. 내년 여는 진천 센터에는 물건을 꺼내고 포장하는 작업도 자동화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의 AI(인공지능) 수요 예측 기술 ‘클로바 포캐스트’를 이용해 주문량을 예측하고 적정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풀필먼트
판매자의 재고를 보관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포장해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