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고지를 향해…이커머스 ‘몸불리기 치킨게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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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27. 오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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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시장 자체가 고속 성장
매출·적자 함께 늘면 더 경쟁력 평가
미래 위해 공격적 인프라 투자 나서

쿠팡, 물류센터 확보에 1조원 투입
신세계, 온라인 물류투자 1조 전망

업계 ‘점유율 30% 차지땐 승자’ 시각
현재 네이버 17% 쓱닷컴 15% 쿠팡 13%
물류투자 끝나는 4~5년뒤 재편 전망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11월 전후 연중 최대 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이냐 수익성이냐?’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통상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늘면 수익성도 개선된다. 고정비가 줄어 이익률이 좋아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실에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과 같은 변덕스러운 시장 상황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터라 두 마리 토끼 잡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전통 유통시장을 수년째 뒤흔들며 고속 성장 중인 전자상거래 시장에 들어오면 이런 ‘일반론’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단적으로 매년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매출이나 거래액 등 외형 성장만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업체가 여럿이다. 매출과 적자 함께 느는 회사가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비치는 역설이 이 시장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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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투자 확대…미래의 이익을 좇는다


이런 기묘한 현상은 일단 전자상거래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온라인쇼핑 동향)를 보면,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래액은 2018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6~20%씩 불어났다. 해당 기간 연간 경상성장률(명목 GDP 증가율)이 0~3%에 머문 점을 염두에 두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이런 시장에선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비용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이 아닌 미래의 이익을 위해 큰 자금이 드는 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강화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류센터 투자가 그런 예에 속한다. 유통업체에 최대 인프라는 물류센터다. 특히 하루 배송을 넘어 반나절 배송 서비스가 나올 정도로 배송 속도는 경쟁력 평가의 핵심 가늠자로 떠오르자 수천억원 혹은 조단위의 자금이 들어가는 물류센터 증설 내지 신설 계획 발표가 줄을 잇는다.

올해 봄 뉴욕 증시 상장으로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쿠팡은 전북과 경남, 충북, 부산 등에 물류센터 확보에 1조원 남짓 쏟아붓고 있다. 올해 6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도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 등을 매각한 대금 1조원가량을 온라인 물류 투자에 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마트는 최근 3년(2018~2020년) 동안 매년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5000억~8000억원의 돈을 매년 시설 투자(연결현금흐름표 상 유형자산 취득액 기준)에 쏟아부은 바 있다.

절대 강자 없는 신시장


전자상거래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높은 역동성을 보이는 신시장이라는 점이다. 각 업체마다 ‘붙어볼 만하다’란 생각에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인 외형 확장 경쟁에 뛰어든다는 얘기다. 전통 유통업계에 일하는 한 간부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10년 전후를 바라보며 사업을 구상하는데 이커머스에선 5년 주기로 시장이 급변한다”고 말한다.

실제 메리츠증권이 거래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전자상거래 시장 업체별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17%, 쓱닷컴 15%(이베이코리아 12% 포함), 쿠팡 13%, 11번가 6%, 롯데온 5%, 카카오 2% 순이다. 어느 업체도 20%를 넘는 곳이 없다. 이런 순위와 점유율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몸집은 불고 있으나 누구도 지배적 사업자에 이르지는 못한 형국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활동이 활발했던 올해에도 업체별 순위와 점유율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시장에선 바라본다.

최근 1~2년 새 업체 간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이 활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올해 쓱닷컴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이베이를 품으면서 순식간에 합산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달 중순 신세계의 쓱닷컴이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거나 11번가가 미 아마존에 올라온 상품을 국내 소비자가 직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등 ‘적과 동침’도 활발하다. 물론 전통 물류기업과의 협업도 부쩍 늘었다. 이런 현상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기 전까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소속을 밝히길 꺼린 한 전자상거래 업체 간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과 아이티 대기업들도 막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참전한 상태다. 1~2년 내 승부가 결정될 싸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승자독식으로 가는 여정


언제까지 이익을 희생하며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을 댄 투자자들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전자상거래 업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쿠팡의 초고속 성장에 시장이 환호하면서도 매번 ‘흑자 전환’ 시점이 예상보다 매번 뒤로 밀리는 데 불안함을 느끼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올해 봄 상장 당시 주당 50달러에 육박하던 쿠팡 주가가 최근 30달러 아래로까지 뚝 떨어진 것도 이런 불안감이 반영돼서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한동안 주목을 받은 마켓컬리 운용사 컬리의 증시 상장 연기도 쿠팡이 맞닥뜨린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치킨 게임도 끝이 있다는 얘기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는 무얼까. 업계에선 시장 점유율 30%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점유율 30%’ 고지에 오른 업체가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면 업체별 전략도 바뀐다는 얘기다. 군소 업체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매각되고, 지배적 사업자는 더욱 강한 지배력을 확보하며 독과점 이익을 챙겨가는 ‘승자 독식’ 형태로 시장 자체가 재편될 공산이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는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여 독점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며 “전자상거래 주요 업체의 물류센터 투자가 완료되는 4~5년 뒤에는 치킨 게임의 승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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