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 150원 인상, 롯데가 1호···CJ대한통운 "상황 주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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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7. 오후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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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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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5일부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소형 택배 단가를 150원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번 택배비 인상은 택배 기사의 택배 분류 작업을 사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한 이후 처음 나온 결정이다. 택배 분류작업에 따른 비용 증가는 다른 택배사도 마찬가지여서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택배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전국 대리점에 오는 15일부터 모든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택배 단가를 평균 150원 인상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소형(가로·세로·높이 합 80㎝ 이하) 기준 택배 운임이 1750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된다. 한 롯데글로벌로지스 대리점주 A씨는 “원래 (본사가 제시한) 요금 인상 폭은 더 컸다”며 “대리점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일부 조정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 노·사는 지난 1월 택배 과정 중 각 지역 대리점의 분류 작업을 사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 기사의 기본 업무 범위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고, 사측이 분류 전담인력을 투입해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택배 기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택배업계는 “분류인력 투입에 업체별로 연간 450억~750억원이 추가로 소요돼 매출 감소에 따른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가장 먼저 택배비 인상에 나선 건 경쟁 업체보다 자동 분류기(휠소터) 시설이 부족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본사 수익구조가 다른 택배사에 비해 약하다 보니 분류 비용을 대리점과 일부 분담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사측이 분류비를 부담하게되니 상황이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택배비를 가장 먼저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엄청난 분류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화 설비까지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택배 3사 중 수익성이 가장 낮은 롯데가 먼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택배시장 평균 단가 추이

또 택배업계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 고객 택배의 단가를 인상하기로 한 건 그동안 지나치게 가격이 낮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기업 고객 택배는 전체 택배 물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하지만 택배 단가가 입찰을 통해 정해지다보니 택배사로서는 인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 택배 업체 관계자는 “현재 일부 온라인 쇼핑몰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택배 단가는 상당히 낮게 형성돼 있다”며 “다른 업체도 현실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택배시장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개에서 지난해 33억 7373만개로 2배 이상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평균 단가는 2506원에서 2221원으로 오히려 11% 정도 낮아졌다.

롯데가 ‘1호’를 끊으면서 택배업계도 단가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CJ대한통운 측은 “단가 상승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일부 대리점은 지난달 대형 화주를 상대로 단가 인상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한진택배는 측은 “기업 고객 대상으로 일괄적인 단가 인상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도 “일부 저단가 화주 대상으로 택배비 현실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올해 1분기 안에 택배 운임 현실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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