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오늘의집·에이블리·무신사를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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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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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높은 매출, 흑자 전환, 지속적인 성장…. 모두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이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일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넣자면 ‘충성도 높은 고객’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다. 이커머스 기업은 매출과 수익과 성장을 이끌어 줄 열혈 소비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의 성공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적인 물류망을 토대로 지방 소도시에서도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하면서다. 그렇게 ‘쿠팡만 쓸 수밖에 없는 소비자’를 대거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은 아직 그 정도로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뜻밖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있다. G마켓이나 옥션처럼 오래된 오픈마켓도 아니고, 롯데온이나 SSG닷컴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도 아니다. 오늘의집, 에이블리, 지그재그, 무신사, 트렌비, 브랜디, 스타일쉐어, 아이디어스처럼 인테리어 용품, 패션, 명품, 소품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몰’이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 8월 한 달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을 조사한 결과, 10위 안에 오늘의집(4위), 에이블리(5위), 지그재그(8위)가 이름을 올렸다. 인기 있는 전문몰은 MZ세대(1980~2000년대생)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들이 ‘자주 쓰고 오래 머무르는 앱’이라고도 요약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는 쿠팡이 압도적 1위로 꼽혔다. 이어 11번가, G마켓, 티몬, 위메프, GS샵, 옥션이 포함됐다. 전문몰 3곳이 10위 안에 들어온 반면 이커머스 거래액 기준 상위 10위권인 롯데온과 SSG닷컴은 랭크되지 못했다.

와이즈앱 제공


전문몰의 경쟁력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소비층이 MZ세대 중심으로 얇을지라도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지점을 가져갈 수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에이블리에 들른다. 사야 할 물건이 있어서 찾는 게 아니라 일상처럼 드나드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행에 민감한 10~30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쇼핑몰이 되면 ‘유행을 선도하는 앱’이라는 타이틀도 얻을 수 있다. 열혈 소비자와 트렌드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다. 유행을 선도하는 앱이라는 입소문을 타면 소비층이 다양해진다. 그렇게 앱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가 쌓이면 다른 사업으로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도 전문몰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전문몰의 충성 고객은 10~20대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아직 본격 생활인의 영역에 들어서 있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패션, 뷰티 등 자신의 취향과 유행에 따른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소비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대별 쇼핑앱 사용현황을 보면 10~20대의 전문몰 사용 빈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쿠팡, 에이블리, 브랜디, 지그재그, 무신사, 11번가, 스타일쉐어, G마켓, 아이디어스, 오늘의집’ 순이었다. 쿠팡 11번가 G마켓을 제외하고는 7개 앱이 전문몰이다.

20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쿠팡, 지그재그, 에이블리, 무신사, 브랜디, 아이디어스, 올리브영, 11번가, 오늘의집, G마켓’ 순이다. 종합 온라인쇼핑몰은 3곳뿐이고 나머지는 패션·뷰티·인테리어·소품 관련 전문 몰이다. 다만 순위의 변화에서 20대의 관심사는 10대보다 뷰티와 인테리어로 좀 더 다양하게 확장됨을 확인할 수 있다.

30대부터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30대는 ‘쿠팡, 11번가, G마켓, 티몬, 위메프, 오늘의집,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옥션’ 순이었다. 전문몰이 4군데로 확 줄어든다. 40대는 ‘쿠팡, 11번가, G마켓, 오늘의집, 티몬, 위메프, GS SHOP, 옥션, 홈앤쇼핑, 에이블리’ 순으로 오늘의집과 에이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종합쇼핑몰이다. 패션과 뷰티의 관심사를 넘어 ‘생활인’으로서의 쇼핑 스타일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들은 전문몰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전문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브랜디, 카카오는 지그재그에 투자를 했다. SSG닷컴은 여성 패션 쇼핑몰 W컨셉을 인수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몰을 인수해도 그 전문몰의 색깔을 잃지 않아야 기존 고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며 “당장 기존 기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차원이라기보다 패션앱 시장 선점 차원에서 투자하는 경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몰도 종합 쇼핑몰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에 대해 전문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 위주였던 에이블리, 무신사 등이 인테리어 소품이나 전자제품까지 판매하는 것은 종합 쇼핑몰로 도약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게 오히려 전문몰의 경쟁력을 낮추는 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패션 전문몰을 찾는 충성도 높은 고객은 ‘패션’의 경쟁력 때문에 찾는 것이지 물건이 많아서 방문하는 게 아니다”라며 “전문몰이 사업을 잘못 확장하면 본래의 매력을 잃게 된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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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문수정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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