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광고에 속고 플랫폼 무책임에 울고…소비자피해 방지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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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7. 오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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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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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업체에 책임 떠넘기고 '모르쇠'…"피해구제율 59% 불과"
96만개+알파(α) 업체가 적용 대상…위반 시 과태료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된 지 19년이 지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전자상거래법)을 변화한 시장 상황에 맞춰 대대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과거 카탈로그 거래 등 통신판매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으로는 포털, 오픈마켓, 배달·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제대로 규율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발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의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 초점을 뒀다.

플랫폼, 입점업체에 책임 떠넘기고 '모르쇠'…"피해구제율 59%에 불과" 공정위가 5일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검색광고'에 속아 제품을 구입하거나 중고거래 판매자의 연락두절로 손해를 보는 등 최근 온라인 거래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안이다.

디지털 경제 발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까지 겹쳐 온라인 거래는 크게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상거래 상담은 지난해 21만4천872건으로 한 해 전보다 1만789건 늘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는 일은 쉽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의 경우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구제가 더욱 어렵다.

이희숙 한국소비자원장은 "5년간 접수된 9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관련 분쟁에서 피해구제 합의율은 58.6%에 불과했다"며 "입증 자료가 미흡하거나 판매자의 신원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법 개정으로 온라인 플랫폼 운영업자 책임 강화 개정안은 일단 온라인 거래 양태가 지금과는 크게 다른 시절 만들어진 기존 전자상거래법의 적용 대상 용어부터 바꿨다.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 사이버몰운영자,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 등 복잡한 분류와 정의를 모두 폐지하고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 인터넷사이트 사업자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정의했다.

이 중 특히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지는 책임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현행법에선 온라인 플랫폼이 중개사업자라는 것만 고지하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데, 플랫폼이 결제·대금 수령·환불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의·과실로 소비자에 손해를 끼칠 경우 입점업체와 배상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거래했을 경우 해당 플랫폼이 만든 피해구제 신청 대행 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 거래하다 판매자가 연락두절되는 등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판매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 신원정보를 알 수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졌으나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플랫폼도 책임을 지게 하면서 소비자 피해구제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색광고'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상품 정렬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알리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조 위원장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광고인지 정보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알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거래 사기(PG)
[제작 이태호]


96만개+알파(α) 업체가 적용 대상…위반 시 과태료 이번 개정안에 따른 규율 대상 업체는 96만개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과 11번가·쿠팡 등 오픈마켓, 배달의민족·야놀자 등 배달·숙박앱, 인스타그램 등 SNS, 96만개에 달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이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다만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법 통과 이후 곧장 소비자 피해구제 의무나 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법 적용 대상이 넓고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따라야 하는 조치가 많은 만큼 시행 시기는 법 공포 후 1년 이후로 뒀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임시중지명령이나 리콜 명령 협조를 어긴 곳, 검색 결과 순위를 결정하는 데 이용되는 주요 기준을 표시하지 않은 플랫폼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온라인 플랫폼에 과도한 책임을 지워 결국 입점업체 수수료 인상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 플랫폼이 고의·과실이 있으면 배상하고 없다면 입점업체에 구상을 청구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가 두터워질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법이 있어 플랫폼이 자신의 고의·과실로 피해가 생겼는데도 입점업체 수수료를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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