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씩 걸리는 배송기간 감안해야
상품 검색 등 아직은 어수선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아마존은 SK텔레콤의 11번가와 손을 잡았다.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 쇼핑몰 내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를 연 것이다.
아마존이 이 같은 진출 방식을 택한 것은 한국 시장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름난 잔치에 배고픔을 더욱 느끼는 것은 비단 기자뿐일까. 샐러드 접시가 하나 필요했던 기자는 11번가 아마존 스토어를 클릭해봤다. 이제부터 '내돈내산' 후기다.
11번가 아마존 스토어를 처음 클릭했을 때의 느낌은 영어 울렁증이 해소돼 홀가분했다는 점이다. 기자는 연말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대박 할인 소식에도 영어 울렁증 때문에 아마존 사이트를 수차례 열었다 닫았다 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국어로 마음 편히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셈. 상품명부터 설명은 물론 다른 구매고객들의 후기도 한글로 다 적혀 있다.
최근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눈에 들어 왔던 '빌레로이앤보흐'의 샐러드볼(21㎝)을 3일 장바구니에 담았다. 가격은 3만9650원. 아마존의 미국 가격(33.71달러)을 기반으로 11번가가 환율을 반영해 원화로 변환 노출한 가격이다. 대략 배송기간은 구매 이후 10~15일 내 도착이라고 떴다.
벌써 매진 임박 3개뿐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나 다소 복잡한 절차를 밟아도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는 국내 온라인몰에서 쇼핑했을 때보다 더 싸게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다른 온라인몰을 뒤졌다.
게다가 현재 11번가의 아마존 스토어에서는 2만80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을 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닷컴 사이트에서 같은 상품을 직접 구매하려면 배송비 등을 포함해 49달러(약 5만6693원)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11번가 아마존 스토어를 통하면 그 배송비만큼을 절약할 수 있는 셈. 결제를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아마존에서 쇼핑을 했는데 배송비 0원이라니.' 그 기쁨은 달콤했다. 지금까지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한국에 배송되는 상품 구매 시 상품에 따라 최소 10.99달러(약 1만2800원)의 배송료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 무료배송 혜택이 잠시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어디까지나 '오픈 이벤트'여서다.
11번가는 아마존 스토어를 열면서 '우주패스'란 정기구독권 서비스를 강조해왔다. 월 4900원만 지급하면 상품 하나만 사도 무조건 무료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를 내세웠다. 그러나 기간한정 혜택이라는 것을 11번가는 명시해뒀다. '무료배송 기준과 기간은 당사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란 조그마한 문구와 함께 말이다.
요즘 같아선 해외직구 경로가 무척 다양하다. 기자가 미처 찾지 못하였을 뿐 온·오프라인에서 더 싸게 같은 브랜드의 샐러드 접시를 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참 어렵다.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리는 배송일 측면에서 기다려야 하는 수고스러움 등을 감안하면 11번가 아마존 스토어에서의 가격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국내 소비자들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배송료를 좀 더 지불하더라도 오늘 당장 내 집 현관문 앞에 배송되는 데 이미 익숙해졌다.
11번가도 인정했다. 11번가 내 마련된 아마존 스토어 속 상품 가짓수는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직접 구입했을 때보다 적다고 말이다. 11번가의 아마존 스토어에 들어온 상품들은 아마존 미국이 직매입한 상품에 한정돼 있다.
그럼에도 수십만 개의 상품 속 망망대해를 헤매는 기분은 지우기 어렵다. 카테고리 분류나 상품 검색 기능 등에서 미비한 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11번가에 따르면 아마존 스토어의 카테고리는 식품, 가전, 도서, 화장품, 문구, 컴퓨터, 반려동물, 패션, 스포츠레저, 주방용품, 인테리어, 공구용품, 자동차용품 등 13개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정작 홈페이지상에서는 현재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패션 카테고리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 딜이라는 메뉴 속 메뉴 형태로 보일 뿐이다.
아마존을 통해 해외 원서를 즐겨 구입하는 이들로서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11번가 아마존 스토어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책 분류 측면에서 역시나 편의성이 떨어진다.
원하는 상품 검색 역시 쉽지 않다. 예컨대 젊은 층들이 온라인에서 즐겨 쇼핑하고 구매하는 '명품'이라고 검색 시 국내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명품 브랜드가 뜨거나, 추천상품, 많이 구매한 명품 브랜드 등이 순식간에 보인다.
반면 아마존 스토어에서는 상품 통합검색란에 '명품'이라고 치면 여성 속옷류만 잔뜩 보일 뿐이다. 명품이란 검색어 자체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스매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원이던 해외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조109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의 경우 5조원 돌파가 확실하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11번가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 국내 직구 시장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지 기대를 잔뜩 모았다. 역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아마존 스토어를 선보이며 "아마존의 파트너로서 한국 고객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쇼핑 경험을 계속해서 혁신하고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를 더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