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디알코퍼레이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원단 플랫폼 '키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원단유통업체 6400여개, 원단제조업체 430여개 등의 공급망을 확보했다. 등록된 원단 정보는 145만여 건에 달한다. 동대문 원단업체의 90%가량이 키위를 통해 온라인 거래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영 구조는 간단하다. 의류 제작에 필요한 원단과 부자재 등의 정보를 모아 온라인을 통해 판매자·구매자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수많은 원단 정보 중에서 구매자에게 적합한 원단을 골라서 보여주는 선별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기존에 원단업체별로 구분돼 있던 상품 카테고리 분류도 계절별, 용도·스타일별 등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찾기 쉽게 재편성했다. 정 대표는 "기존에도 B2B 온라인 원단몰은 있었지만, 원단 업체가 자사몰을 운영하는 정도라서 취급 품목이 제한적이었다"며 "그마저도 상세한 정보를 알기 어렵거나 오프라인과 가격 및 품질에서 차이가 있어서 구매자는 결국 다시 발품을 팔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사거나 만들거나…B2B 오프라인 중간 단계 다 없애
김수성 어이사컴퍼니 대표는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브랜디 등에 입점한 판매자 대부분이 여전히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발품을 팔면서 '사입삼촌', '미송거래' 등 과거 거래 방식에 따라 옷들을 매입한다"며 "이런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도매가 6000원이었던 티셔츠가 1만원을 훌쩍 넘기는 등 원가 비용이 두 세배씩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옷 디자인만 있으면 제작부터 판매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모예는 올해 초부터 개인 디자이너나 신진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선주문(프리오더)' 서비스를 선보였다. 디자이너가 시제품(샘플)을 제작해 플랫폼에 등록한 뒤 구매자들한테 선주문을 받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이다.
선주문을 받아 모은 돈으로 실제 판매 상품을 제작한다. 초기 비용은 샘플 제작비 5만~30만원만 있으면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실제 상품 제작과 판매 페이지 개설, 마케팅 등 판매를 위한 후속 절차는 모두 모예에서 처리한다.
송하운 모예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응용한 패션 이커머스로 판매자가 부담해야 하는 초기 생산비용을 기존 대비 97%까지 줄였다"며 "1개 시제품을 제작해 등록한 뒤 주문 받은 만큼 물량을 생산·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에서는 B2B 플랫폼에서도 무신사, 지그재그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투자를 담당했던 한 국내 투자사 임원은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거래 방식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쉽게 바뀌지 않았던 오프라인 유통구조에도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B2C 시장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무신사 같은 유니콘이 나왔듯이 B2B 시장에도 머지 않은 시점에 혁신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