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대금 지급 묵묵부답” 속 타는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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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쓰게된 포인트로 주문 쇄도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이영훈(가명)씨는 지난 12일부터 모바일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연락 가능한 창구는 카카오톡뿐이다. ‘카톡’으로 대금지급 여부를 계속 물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씨는 “머지포인트 결제가 많아야 월 100만원 정도였고, 7월까지는 대금이 잘 들어왔다”며 “12일 하루에만 1시간 동안 머지포인트 결제로 100만원 넘게 팔았다. 8월 결제는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사용이 사실상 중단된 지 15일로 나흘째다. 머지플러스 측은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환불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씨처럼 머지플러스 측과 직접 계약한 소상공인들은 대금 지급에 대해 어떤 답도 듣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천모씨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천씨는 “12일 점심 직전 가장 바쁜 시간에 포장 주문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80만원 정도였고, 전부 머지포인트 결제 손님이었다”며 “결제가 밀린 적은 없었으니 애태우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 사용처 가운데 대기업이 본사인 곳은 “가맹점이 피해 볼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의 경우 머지포인트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발권 대행사나 마케팅 대행사를 통해 거래했다. 대행사들은 대개 보증보험을 들어놓기 때문에 만에 하나 머지플러스가 대금 지급을 못하게 되더라도 해결이 가능하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은 최악의 경우에도 편의점주가 손해를 떠안지는 않는다. 본사가 가맹점 매출을 한꺼번에 정산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는데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내해드렸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이나 커피전문점 가운데 가장 가맹점이 많은 이디야커피 등도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피자, 치킨 등을 판매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은 머지플러스와 ‘한도 제한’ 또는 ‘5일 단위 정산’ 등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규모가 큰 유통업체들은 한 달에 쓸 수 있는 포인트 한도가 정해져 있었다.

머지머니와 머지플러스 구독권을 판매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머지포인트가 선불전자지급업 미등록 업체인데도 이를 검증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입점 업체에 하자가 있더라도 오픈마켓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커머스 기업 한 관계자는 “입점 당시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대부분 기업이 ‘미등록 머지머니’에 대해서 환불을 해주는 것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지포인트는 약 20% 할인된 금액으로 전국 2만개 점포에서 사용 가능했던 결제 플랫폼이다. 지난 11일 법적 하자를 이유로 돌연 서비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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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문수정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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