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한다…이커머스 판도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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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2. 오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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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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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직접구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주문 후 열흘이 지나야 받을 수 있던 배송 기간이 4~5일 수준으로 짧아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와 손잡은 11번가가 직구를 발판으로 네이버·쿠팡 ‘2강 체제’로 굳어지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판도를 흔들지 주목된다.

11번가 모회사 에스케이텔레콤(SKT)은 11일 오후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에스케이티 구독 서비스와 연계해 차별화된 쇼핑 편의성을 제공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8월말 오픈이 차질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아마존이 11번가와 사업협력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 약 10개월 만에 두 회사의 협력 서비스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다만 이날 회사 쪽은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한겨레> 취재 결과, 11번가는 플랫폼 내 새로 만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미국 아마존에 올라온 상품 약 3900만개를 판매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영국·독일 등 유럽에서 서비스하는 아마존 상품도 11번가 플랫폼에서 판매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경쟁력은 배송 기간이다. 현재 국내 소비자가 미국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 기간은 대략 10~14일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11번가를 통해 구매하면 이 기간이 5~6일로 절반 남짓 줄어든다. 아마존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11번가를 통한 주문 처리를 위한 전용 물류창고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선 해외 직구 때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언어 장벽도 사라진다.

그간 11번가는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후발주자인 네이버(17%)와 쿠팡(14%)에 밀려 시장 점유율(거래액 기준)이 6%에 머물 정도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던 탓이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영업손실도 한 해 전보다 90억원 불어난 14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번 아마존과의 제휴 서비스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이번 서비스로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 거래 상당량을 가져올 여지가 커서다.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은 약 4조원(2020년 기준)으로, 이중 미국 직구 거래 비중은 40% 남짓인 1조6천억원 정도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 점유율이 40% 수준인 점을 염두에 두면 1조6천억원 중 상당액을 11번가가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단 11번가는 올 하반기 2500억원, 내년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자체 추산 중이다. 11번가 연간 거래액이 10~11조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단시간내 10%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에스케이티는 조만간 월 9900원 유료 멤버십 서비스 ‘우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아마존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이익도 끌어올리려는 포석인 셈이다. 유료 멤버십에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도 묶을 방침이다.

유승우 에스케이(SK)증권 연구원은 “그간 차별화 포인트가 없던 11번가에 아마존 스토어 도입으로 고령층 등 해외직구에 허들이 있던 사람들까지 유입된다면 예상보다 훨씬 큰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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