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나만 안 쓴거야? 네·카·쿠·배·무 다 뛰어든 ‘라이브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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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08.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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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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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쇼핑이 2021년 한국 이커머스업계 대세로 떠올랐다. 그래픽=한건희 인턴

5년 전 중국에서 시작된 라이브 쇼핑(라방)이, 2021년 한국 테크기업 격전지로 뜨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쿠팡·티몬·11번가 등 온라인 마켓,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 배달의민족·무신사 등까지 너도 나도 라방에 뛰어드는 배경은.

#1. 이커머스의 ‘넥스트 레벨’
국내에서 라방이 부상한 것은 2019년. 네이버·카카오 출신이 창업한 라방 플랫폼 ‘그립(Grip)’이 등장하면서다. TV 홈쇼핑을 모바일로 옮긴게 전부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실시간 채팅 기능과 터치 몇 번으로 구매가 끝나는 간편결제를 접목하자 MZ(2030)세대가 반응했다. 현재 그립에선 매일 700~800개, 많으면 1000개 이상의 라방이 진행된다.

시장이 싹트자 카카오·네이버·쿠팡·배달의민족 등 덩치 큰 플랫폼이 차례로 뛰어들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방 거래액은 지난해 4000억원으로 올해는 3조원, 2023년엔 10조원대로 커질 전망. 160조원짜리 한국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라방의 비중은 1.9%로 아직 미미하지만,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라방 경험률은 30.5%로 잠재력이 큰 편이다.

국내 라이브 쇼핑 주요 플레이어. 그래픽=정다운 인턴
#2. 이커머스, 문법이 바뀐다
① 실시간 쌍방 소통
TV홈쇼핑과 차별화되는 라방의 가장 큰 특징은 ‘쌍방향 소통’이다. “뒤집어서 안감 보여주세요”란 글이 채팅방에 올라오면, 바로 옷을 뒤집어 보여주는 맛.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방송을 켤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사장님이 직접 배추밭에서 라이브하고, 수산시장 새우가 눈앞에서 팔딱 뛴다. 기술의 발달이, 소통 부재라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돌파했다.

② 팬덤 경제
라방의 주역은 콘텐트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소통에 능하고, 전문지식도 있는 뷰티·먹방·IT 등 크리에이터 군단이 줄줄이 합류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기획사 레페리는 소속 크리에이터 라방 횟수가 작년 하반기 대비 올 상반기 1300% 늘었다고 밝혔다. 인기 크리에이터의 팬덤 영향력을 의식한 플랫폼은 크리에이터 육성과 공동제작에 적극적.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구독자 153만명)’은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직접 제작에 참여한 레깅스로 1시간 매출 1억원 이상을 찍었다.

폐업 위기의 소상공인들을 돕는 MBC 예능 '폐업요정'은 라이브 쇼핑 스타트업 '그립'과 콜라보한 바 있다. 사진 폐업요정 캡처

③ 콘텐트 커머스
드라마 속 그 옷, 예능 속 그 음식, 친구 SNS 속 그 소품은 '지름신'을 소환하는 지름길. 콘텐트에 광고를 녹이는 PPL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구매를 권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게 하라’는 것이 최근 이커머스 업계 ‘국룰’. 그래서 라방은 콘텐트와 빠르게 결합 중이다. 네이버는 인기 웹툰 ‘여신강림’ IP를 활용한 화장품 라방을 준비 중이고, 카카오도 자사 웹툰·드라마 IP를 커머스에 활용하려 한다. 그립(폐업요정), 티몬(쇼트리트파이터) 등이 만드는 ‘소고기vs돼지고기 여러분의 선택은?’과 같은 커머스 예능이 점점 늘어나는 배경.

④ 수수료 경쟁력
라방의 평균 구매전환율(방문자가 구매하는 비율)은 5~8%다. 유명인이 방송하면 20%까지 치솟기도. 기존 이커머스 평균의 5~30배 수준이다. 생방송 중 더 싸게 파는 타임세일 전략이 유효했다. 낮은 중개수수료→판매자 유입→시장 확대 선순환을 만들고 싶은 플랫폼이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면서, 지금의 가격경쟁력이 만들어졌다. 기존 홈쇼핑 수수료가 매출의 30~50%인 데 반해, 네이버는 3~5%, 카카오는 10~20%를 받는다.

#3. 누가 누가 잘하나
① “다 판다” 네이버·카카오·쿠팡
· 판 까는 네이버: ‘도전만화’, ‘스마트스토어’ 식으로 일반인 창작자를 모은다. 네이버가 동영상 제작 도구를 제공하면, 소상공인이 라방을 만들어 콘텐트가 넘쳐나는 구조. 하루 약 500개 라방이 진행되고, 인기 방송은 시청수 50만회도 거뜬한 업계 1위.

· 관리하는 카카오: 양보다 질. 카카오가 직접 만들어 하루 1~2회 방송한다. 평균 시청 수는 14만회. 올해부터 외부 브랜드가 제작한 방송도 조금씩 송출 중이다. 하루 10회 내보내는 게 연말 목표.

· 뿌리는 쿠팡: 일반인도 판매자 대신 라방을 진행할 수 있고, 판매수익의 5%를 가져간다. 다만, 평균 시청 수는 아직 5만회 미만.

네이버 쇼핑 라이브 예시. 사진 네이버

② “한 놈만 판다” 배민·무신사
· ‘맛잘알’ 배민: 올해 3월 배달앱 최초로 ‘푸드 라방’을 시작했다. 고기 굽는 소리 등 먹방·쿡방의 매력을 살리고 쿠폰 이벤트를 잘 버무렸다. 평균 시청 수 6만회로 고속성장 중.

· ‘옷잘알’ 무신사: 패션 에디터, 모델 등 패션 피플들이 시청자들과 ‘꿀팁’을 주고받는 커뮤니티형 라방. 올 1월 시작했다. 평균 구매전환율이 7%로 높은 편(최고 14%). 지난 5월 신발 브랜드 반스 라방은 1시간 매출 5억원을 달성하기도.

③ “우리, 안 죽었다” 유통 대기업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엘라이브), CJ온스타일, GS샵(샤피라이브), 신세계TV쇼핑, SSG(쓱라이브) 등 기존 이커머스·홈쇼핑 강자들도 전담 조직을 신설해가며 라방에 힘준다. 탄탄한 유통망과 계열사 상품 연계, 전문 MD의 큐레이션 등이 강점이지만 평균 시청수는 1만회 수준으로 미미한 편.

허민호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가 지난 4월 CJ오쇼핑, CJ몰 등을 통합한 브랜드 'CJ온스타일' 출범 간담회에서 라이브 커머스 선두 플랫폼이 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CJ ENM
#4. 넘어야 할 산
· 규제 공백: 허가제 사업인 TV홈쇼핑과 달리, 소관부처 없는 규제공백 상태.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용자 보호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허위·과대 광고 심의기관이 없으며 ▶︎플랫폼이 소비자 분쟁 해결에 책임을 안 진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도 있었다.

· 수수료 유지: 저렴한 수수료가 핵심 매력인데, 시장지배적 지위의 압도적 플랫폼이 생기면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해외 빅테크: 2019년 ‘아마존라이브’로 이미 이 시장에 참전한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한국에 곧 상륙한다. 온라인 상점 기능 ‘샵스’와 인스타그램을 앞세운 페이스북, 처음부터 크리에이터의 광고수익을 강조해온 틱톡 역시 라방 부문을 강화 중. 유튜브도 최근 인도 라이브쇼핑 스타트업 ‘심심’을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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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7월 27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이것은 쇼핑인가 예능인가, 라이브 쇼핑'의 요약본입니다. 종착지는 '메타버스'로 꼽히는 라이브 쇼핑업계의 전망이 담긴 뉴스레터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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