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은 잊어라. 1개 주문해도 10분 내 도착하는 퀵커머스(즉시배송)가 대세다.’
퀵커머스 경쟁이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당일배송과 새벽배송과는 차원이 다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퀵커머스는 10~15분 이내, 단건의 초소량 물건부터 식료품 등을 고객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기록적인 폭염과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외출을 자제하는 소비자들은 퀵커머스 덕분에 마트나 편의점에 직접 가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더 빠르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 유통업체들은 경쟁사보다 배송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앞당겨 배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배민이 시작한 시장, 쿠팡이 치고 들어와 퀵커머스는 2019년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B마트’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주요 마트 상품을 자체 물류창고에서 보관하다 주문 발생 시 소비자 집 앞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1시간 이내로 배달하다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B마트 매출은 약 1450억원, 주문 건수는 1000만건에 이른다. 이 같은 퀵커머스가 유통업계 최대 화두가 된 데에는 쿠팡이 이 시장을 치고 들어와서다. 쿠팡은 이달 들어 서울 송파구에서 퀵커머스 ‘쿠팡이츠 마트’ 시범운영으로 참전했다. 쿠팡이츠 마트는 최소주문 금액이 따로 없는 대신 배달비 2000원이 붙고 주문하면 15분 안에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이에 반해 B마트는 최소주문 금액 1만원을 채워야 하고 1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한다. B마트의 고객 선택지가 훨씬 넓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이용 가능하고 취급 품목이 7000여개에 이른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 및 군소업체들이 영위했던 퀵커머스 동네상권 시장을 쿠팡이 참전하면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게 됐다”면서 “특히 송파구는 직장인인 1인 가구가 가장 밀집한 요충지인 만큼 쿠팡은 경쟁력을 동원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커머스의 선전포고에 전통강자도 맞불 이들 업체의 퀵커머스 경쟁은 사실상 대형업체들에 대한 선전포고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기존 유통공룡이 잠식한 오프라인 채널을 배송속도로 맞붙겠다는 포석이다. 전통 유통기업들도 ‘맞불’을 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물류센터로 삼아 ‘퀵커머스’ 전쟁을 직면했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주거지와 근접해 있어 빠른 배송이 원활하다는 특징이 있다. 롯데슈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가 이를 통해 1~2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마트는 자사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거점으로 퀵커머스를 준비 중이다. GS리테일은 자체 마트와 편의점을 연계한 자체 퀵커머스 플랫폼 ‘우딜 주문하기’를 7월 론칭해 1시간 내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백화점도 배송속도전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이동형 물류센터’로 승부를 낸다. 서울 압구정 본점 반경 3㎞ 이내 이동식 물류기지인 트럭 4대를 운행 중인 현대백화점은 수산물, 육류, 채소류 등 신선식품 60여종을 즉시배송하고 있다. 편의점도 퀵커머스에 가세했다. CU도 스마트 결제·주문 서비스 ‘페이코 오더’에 입점하며 배달서비스를 제공한다. hy(한국야쿠르트)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퀵커머스 시장공략을 준비 중이다. 오아시스마켓도 메쉬코리아와 하반기 내 퀵커머스와 새벽배송 서비스 제공을 예고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존재한다. 유통업계가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면서 지역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현관문 앞까지 1시간 이내 배달해주는 편리함 때문에 소비자가 동네 편의점보다 퀵커머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편의점은 더 이상 유통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안전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만이 공략할 수 있는 상품(술·담배)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퀵커머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0월 B마트에 이어 요마트가 퀵커머스에 가세하자 “전통적으로 소매 업종이 지켜왔던 골목상권의 붕괴가 예상된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