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배 빼면 전멸...쿠팡도 못살리는 라이브커머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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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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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라이브 커머스 평균 시청수 10만회 돌파
배민, 시작 넉달 만에 평균 시청수 4만→6만 ‘다크호스'
쿠팡 등 이커머스 성적 부진...차별화 요인 부족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배민)을 제외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모바일 방송으로 제품을 판매,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 실적이 저조하다. 가격을 확 낮추거나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힘든 구조여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네이버 쇼핑 라이브 메인 화면에 게시된 라이브 커머스 방송들. / 네이버 캡처

21일 네이버(NAVER(035420))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쇼핑 라이브가 작년 7월 30일 시작한 지 11개월 만에 누적 시청수 3억5000만회, 누적 거래액 2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035720)의 쇼핑 라이브는 작년 5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누적 시청수 7000만뷰를 기록했다. 거래액은 방송횟수(약 300여회)와 평균 거래액(1억원)을 토대로 추정하면 300억원 규모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 하루 수십건의 방송을 진행한 반면 카카오는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일평균 방송횟수를 5회로 제한하면서 거래액 격차가 커졌다.

카카오커머스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기업들과 기획부터 송출까지 세부적으로 협의해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거래액은 적지만 방송당 효율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5일 윤홍근 BBQ 회장과 가수 황광희가 카카오쇼핑라이브에 출연한 모습. 사진=카카오커머스 제공

두 회사가 라이브 커머스를 선보인 지 아직 1년 밖에 안된 만큼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는지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

다만 방송횟수는 300회, 평균 시청횟수는 10만회를 돌파했는데 홈쇼핑을 제외하고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도입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가운데 독보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3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민은 지난 3월 쇼핑 라이브를 선보였다. 출발은 늦었지만 후발주자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쇼핑 라이브 평균 시청수는 3월 4만회에서 7월 6만건으로 뛰었다. 판매 보다는 예능형 방송에 초점을 맞춘 것이 조회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누적 거래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시간당 최고 거래액이 2억1800만원으로 집계 됐다.

3개 업체를 제외한 이커머스 업체들도 라이브 커머스 편성을 확대하고 있으나 평균 시청수는 10만회에 못 미친다. 쿠팡은 지난 1월부터 쿠팡 앱 메인화면에 쿠팡라이브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일반인이 각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조회수가 높았던 최신 방송을 보면 시청수가 10만회를 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상당수는 5만회 미만, 적게는 수천회에 그친다. 올해 3월 기준 MAU 2600만명에 비하면 저조한 성과다. 위메프·티몬·11번가·인터파크 등은 평균 시청수나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일 쿠팡 앱 메인화면에 노출된 라이브 커머스 방송들. / 쿠팡 캡처

쿠팡은 일반인들도 라이브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뒀지만 조회수가 잘 나오는 방송은 대부분 쇼호스트나 유명인이 등장하는 경우다.

굳이 방송을 보지 않아도 앱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빠르고 편리하게 가격비교를 할 수 있고 상세한 정보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크게 낮거나 쿠팡에서만 판매하는 독특한 제품이 아닌 이상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라이브 커머스는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구매하길 원하는 의류나 식품 조회수가 높고 거래액 증가로 이어지는데, 이커머스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공산품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한계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비해 시청수나 거래액이 너무 작기 때문에 공개하기가 조심스러워 증가율로만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홈쇼핑처럼 송출 수수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촬영도 가능하지만 스튜디오 대여나 진행자 섭외 등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며 “현재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나 공공기관 지원을 받아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커머스 업체들은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에 주도권을 빼앗겨선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3조원에서 2023년 9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2019년 주요 홈쇼핑 3사의 취급고를 합하면 12조원인데 향후 이 시장 대부분이 라이브 커머스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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