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배민 별점·네이버 리뷰, 소비자 권리와 갑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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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11. 오후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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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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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어이없었을 때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으로 주문하면서 리뷰 써주겠다고 서비스 달라고 하길래 음료수 줬더니 별점 1점에 다시 안 시킨다고 리뷰 쓴 경우였어요."
"네이버 리뷰 안봐요. 향수 좋다고 해서 보면 갑자기 그 향수의 유사품을 홍보하더라고요. 황당했어요."(이상 트위터 글 발췌)

코로나19의 여파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온라인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쇼핑을 하는 것은 일상이 됐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처럼 직접 물건을 볼 수가 없죠. 판매자가 게시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에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 별점과 리뷰입니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수많은 음식점들 중 이왕이면 높은 별점과 긍정적인 리뷰가 많은 곳으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겠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민 별점'으로 검색해보면 '낮은 별점 순으로 탈락시킨다', '리뷰 이벤트가 없는데 별점이 높거나 1~3점 리뷰가 적은 경우는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등의 주문 팁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먼저 음식을 먹어보거나 물건을 사용해 본 소비자의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의미겠죠.

배달의민족 앱의 리뷰 탭.(사진=배달의민족 앱)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앱 배민, 네이버 쇼핑, 쿠팡 등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온라인 서비스들은 고객들이 별점과 리뷰를 작성하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면 결제 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별점이나 리뷰의 수가 적은 곳은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플랫폼 입장에서 좋은 상품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큼 소비자들의 별점과 리뷰가 중요한 콘텐츠가 된 셈입니다.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 입장에서도 별점과 리뷰 관리에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배민에 입점한 음식점이나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기업에게 소비자로부터 받는 별점과 리뷰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된 셈이죠. 소비자의 각 리뷰마다 댓글을 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긍정적이라면 감사의 댓글을 쓰고 부정적인 리뷰라면 사과를 하며 향후 개선책을 제시합니다. 우선 낮은 별점과 부정적인 리뷰가 애초에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겠죠. 일부 사업자들은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직접 쓴 손편지도 동봉하며 5점 별점과 리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플랫폼과 사업자들이 높은 별점과 긍정적인 리뷰에 사활을 걸자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습니다. 5점 별점을 제시하며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며 리뷰에 쓰겠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구매한 후 칭찬을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한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특히 건전한 비판은 사업자에게도 음식이나 물건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도를 지나친 악성 별점이나 리뷰는 사업자와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라는 위치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죠. 악성 별점이나 리뷰를 일삼는 소비자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업자들이 늘자 결국 정부와 플랫폼도 나섰습니다.

네이버가 3분기 중으로 도입할 '키워드 리뷰'. (그래픽=네이버)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5가지 정책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방안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개정안에는 과장‧기만성이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발생이 예상되는 등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 해당 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방통위는 조치를 취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아 정할 계획입니다. 법으로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네이버도 나섰습니다. 네이버는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별점을 매기던 방식 대신 가게 장점이 적힌 키워드를 선택할 수 있는 '키워드 리뷰' 기능을 3분기 중으로 식당·카페 업종을 대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키워드 리뷰는 '재료가 신선해요', '디저트가 맛있어요' 등 업종별 대표 키워드 중에서 자신의 느낌과 유사한 키워드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허위 리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실제 방문한 고객만 리뷰를 남길 수 있는 '영수증 리뷰'도 도입했습니다.

법과 기업의 대책이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를 완전히 막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이러한 한계는 대표적으로 악성 댓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악성 댓글을 쓰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법적인 처벌을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피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나 기업의 규칙을 교묘하게 피해 작성하는 일부 이용자의 악성 댓글은아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법이나 규칙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온라인 쇼핑 이용자들의 성숙한 태도가 건전한 소비 및 리뷰 문화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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