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이커머스 시장, 최종 승자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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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9. 오후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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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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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M&A 등 대형 변수 '수두룩'…합종연횡 결과 따라 시장 재편 가속화

올 하반기 이커머스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주요 업체들 간 합종연횡, 인수·합병(M&A) 등 초대형 이슈들이 벌써부터 시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업체가 내년 혹은 앞으로 수년간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19.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소매판매액 가운데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 비중(27.2%)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 2월,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각각 22.4%, 15.2%, 26.4%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백신 보급 확대에 이커머스도 주춤? 

눈에 띄는 사실은 2월에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과 함께 거래액 자체도 주춤했다는 점이다. 거래액은 1월(15조771억원)과 비교해 1조3143억원(8.7%) 감소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오프라인쇼핑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달 뒤(3월) 거래액 증가율과 거래액(15조8908억원)이 회복되긴 했지만, 코로나19의 위세가 약해지면 그만큼 온라인쇼핑도 주춤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의 조정을 예상하기도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자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커머스 시장을 분석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쪽은 다소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 컨센서스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5월31일 현재 국내에서 백신 1차 접종자는 누적 540만3854명으로, 전체 인구(지난해 12월 기준 5134만9116명) 대비 10.5%를 기록했다. 글로벌 평균(10.7%)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신 물량 부족과 불신 등으로 지지부진할 듯했던 접종률은 인식 개선과 인센티브 부여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았다면 6월1일부터 직계가족 모임 '8인까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어 7월부터 1차 접종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2차 접종을 끝낸 사람은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가능해진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 1차 접종이 마무리될 경우 10월부터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가 완화될 예정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7월부터 콘택트(대면) 관련 업종의 실적이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은 전망했다. 

성장·경쟁 구도 더 뚜렷해질 듯 

그러나 포스트 백신 국면이 이커머스 시장의 추세적 쇠퇴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전부터 글로벌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차이점을 찾는다면 기존처럼 온라인으로 팔 수 있는 것과, 오프라인으로 팔아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선명해지고 업체들의 고민·경쟁도 치열해지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시장 조정기를 거쳐 더욱 가파른 성장·변화 모멘텀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면 소비 반등을 겨냥한 전략과 더불어 협업, M&A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네이버쇼핑)는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물류기업 CJ대한통운과 손잡았다. 올 하반기 중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신선 물류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업계 경쟁자인 신세계와도 협력하는 중이다. 지난 3월 커머스·물류·멤버십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를 위해 2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한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다. 11번가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올 3월 지분 투자 형태로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환경 속 '수익성' 문제 대두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네이버쇼핑(28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롯데ON(7조6000억원), 위메프(7조원), 티몬(4조원), SSG닷컴(3조9000억원) 순으로 많다. 1·2위인 네이버쇼핑(17%)과 쿠팡(13%)도 시장 점유율이 10%대에 그칠 만큼 절대 강자는 없다. 3위인 이베이코리아까지 매물로 나와 있어 업계가 어떻게 재편될지 누구도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합종연횡과 M&A 등 격변 움직임이 대형사들에 집중된 터라 소규모 업체들은 생존의 위기에 몰린 모습이다.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성태윤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동향, M&A 등 거대한 구조 변화를 지난 뒤 대형-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듯하다"며 "그러나 쿠팡, 네이버 등 시장 주도적 업체들 또한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해낼 수 있는지를 두고 강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미래에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버텨왔는데, 계속 기대만으로 사업을 이어갈 순 없는 상황"이라며 "M&A 등 외부 요인보다 내부적으로 얼마나 내실을 다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낮은 가격, 빠른 배송 등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유지해 왔다. 하지만 거래액이 대폭 늘어나도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이익 대신 투자·고객 유치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쿠팡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한 42억 달러(약 4조7271억원)를 기록했다. 동시에 영업손실은 2억9503만 달러(3300억원)로 지난해 1분기(1억535만 달러)의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투자·고용·관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쿠팡 측은 설명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매출 1조4991억원, 영업이익 2888억원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9.8% 늘고 영업이익은 1% 줄었다. 커머스 등 신사업 부문이 성장세를 이어갔음에도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수익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렸다.

이베이코리아, 누구 품에 안길까
매각가 최대 5조원대…인수 성공 땐 빅3로 도약 


유통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6월7일 정오에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각각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예비입찰을 통해 후보군에 포함됐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발을 뺐다.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써낸 인수 가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 거론하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가는 최대 5조원이다.

일각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독이 든 성배'로 표현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 잠재력이다. 지난 3년 사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76% 성장한 반면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액 증가율은 37%에 머물렀다.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본입찰에 뛰어든 회사들의 최근 움직임을 살펴보면 리스크를 감수할지언정 인수를 피하진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앞두고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롯데는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지난해에도 부동산을 롯데리츠에 양도해 73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 쿠팡(13%)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1번가(6%), SSG닷컴(3%), 롯데ON(4%) 중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회사가 업계 빅3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이마트-네이버 동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 점유율에서 쿠팡을 압도할 수 있다.

한편 신세계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강화에 매진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반면, 롯데는 지난 4월 뒤늦게 선보인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의 안착에 아직도 애를 먹는 모습이다. 올 1분기 롯데ON으로 대표되는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은 280억원으로 41.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90억원으로 적자 폭이 거의 2배로 커졌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매출은 3371억원으로 9.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1억원으로 적자 폭이 166억원 축소됐다.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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