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파는 전자랜드, 와인 파는 하이마트…외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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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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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 유입 효과·시장 경쟁력 확대 목적
코로나19에 가전 수요 증가
이커머스·대기업 제조사 양판점 바짝 추격


국내 가전 전문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사업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전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 졌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직영몰의 '선한과일' 판매 페이지. /전자랜드 온라인몰 캡처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자랜드는 최근 서울청과와 합작해 만든 과일 브랜드 ‘선한과일’을 정식 선보였다. 선한과일은 가락시장 법정 도매 법인인 서울청과의 베테랑 과일 경매사들이 직접 고른 국내 상위 10%의 우수한 과일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전자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고, 과일 전용 배송 차량으로 수도권 지역에 한해 당일 배송한다.

지난 1일에는 선한과일 정식 출시를 기념해 네이버에서 과일 판매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다. 당시 방송 시청자 수는 3만3000명에 달했다. 전자랜드는 앞으로 선한과일의 라이브 커머스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자랜드가 과일 판매에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으뜸과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설 명절에도 ‘선한과일 기획전’을 열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당시 고객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 과일 판매 브랜드를 정식 선보이게 됐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과일 판매를 통해 온라인몰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8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나오는 구조인데, 과일 판매로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가전업체가 파는 과일'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자사 온라인몰을 알리고 유입을 늘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자랜드는 2년 전부터 직영몰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확대해 왔다. 현재 가구, 완구, 골프 용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과 과일도 판매 중이다. 올 1월에는 집청소 전문 회사 메리메이드코리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홈케어 서비스 ‘클린킹'의 서비스 범위도 확장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가전제품 청소(에어컨·세탁기·건조기·매트리스 등)에 더해 욕실청소, 이사 및 입주 청소도 진행 중이다.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지난 3월 문을 연 메가스토어 ‘압구정점’ 1층에 와인숍을 배치했다. 이 와인숍은 롯데하이마트가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처음 선보인 매장으로, 132㎡(약 40평) 규모다. 10만원대 이하 가성비 와인부터 1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와인까지 판매하며, 매장에는 와인을 잘 아는 롯데칠성음료 직원까지 상주시키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 셀러 등 관련 가전제품과 음향기기를 함께 판매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이 문을 연 3월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하이마트 온·오프라인 매장의 와인 셀러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40% 급증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와인 수요가 계속 늘면서 와인 셀러 제품 매출이 늘어난 것과 함께 ‘와인족’을 겨냥한 제품 체험존으로 구성한 메가스토어 압구정점 개장 효과도 매출 신장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 1층 와인숍과 와인셀러존. /롯데하이마트 제공

하이마트는 이 밖에 다양한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전기자동차 충전사업과 자동차 판매 중개 및 대행업, 전자제품 렌탈·유지관리 서비스업, 인터넷 정보 중개·매개 서비스업, 중고제품 도·소매 및 중개 서비스업, 금융거래 결제 및 처리 서비스업, 방역소독업 등을 추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직은 준비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들이 가전 판매를 넘어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 먹거리 발굴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늘어난 ‘집콕족'의 가전 교체 수요로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판매액은 29조5000억원으로 전년(24조9000억원) 대비 19% 가량 늘었다.

매출 규모 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0.6% 증가한 4조517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삼성전자판매는 매출 3조2977억원으로 롯데하이마트와의 매출 격차를 2019년 1조2636억원에서 작년 7540억원으로 줄였다. LG전자 ‘하이프라자'의 지난해 매출은 2조891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1조453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사이 2배,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15%에 달한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SY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8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가량 늘었다.

이런 성장세를 주목한 쿠팡, 무신사, 마켓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최근 가전 판매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삼성전자, SK매직, 밀레, 캐리어 등 주요 전자·가전 제품 기업들의 제품에 대해 대형가전 로켓배송 서비스인 ‘전문설치’를 선보이고 있다. 다른 오프라인 전자제품 양판점이나 온라인 가전 몰과 달리 주문 다음 날부터 설치기사를 확정·배치해 다음날 배송,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무신사에 삼성전자의 TV·에어컨·냉장고 등 대형 가전이 정식 입점했다. 그간 스마트폰, 이어폰 등을 판매하긴 했지만 설치가 필요한 대형 가전을 상시 판매하는 건 처음이다. 마켓컬리도 지난달부터 LG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설치가 필요한 대형 가전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전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로 가전 제품 교체가 잦았던 것도 향후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 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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