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격화 수순G마켓·옥션·G9 인수시 이커머스 '선두권' 확보규모의 경제 가능하나 '높은 몸값·경쟁 심화' 난항
  • ▲ ⓒ이베이
    ▲ ⓒ이베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대형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이베이가 지난달 G마켓, 옥션, G9 등 서비스를 보유한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을 발표했고, 대주주의 엑시트(exit·투자 회수) 수요가 있는 티몬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급격하게 성장 중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이나 치열한 출혈경쟁 때문에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워진 만큼, 업계는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시장 지배력 ‘껑충’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1%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성장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빠른 성장만큼 시장도 요동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이베이는 지난달 “한국 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탐색, 검토 및 평가하는 절차를 시작했다”며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8년부터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에도 거대 유통기업을 상대로 수요조사에 들어갔다가 가격 괴리에 매각을 철회한 바 있으며, 지난해 초에도 매각설이 제기된 바 있다. 회사 측이 평가하는 매각 희망가는 5조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주체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정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온라인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 구축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매출은 2019년 1조954억 원으로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도 1조547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615억 원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 유일하게 15년 연속 흑자 기록을 세웠다. 쿠팡과 티몬, SSG닷컴 등 경쟁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여전히 영업적자 상태다.

    거래액만 봤을 때도 업계 1위는 이베이코리아다. 2019년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 135조 원 중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업계 추산 19조 원으로 전체 거래액의 13%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셀러와 바이어 기반이 견고한 것도 강점이다. 오픈마켓만 따로 떼어보면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이 각각 1, 2위를 독점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 것으로 관측된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직매입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유통사들에게는 비즈니스 모델이 겹치지 않으면서 이커머스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는 기회 요소”라고 분석했다.

    ◇ "높은 몸값·경쟁 심화" M&A 마다 난항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과 해외 사모펀드, 해외 이커머스 업체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높은 몸값과 온라인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각 측은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를 4조~5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은 2조~3조원으로 보는 등 양측의 눈높이 격차가 큰 상황이다. 여기에 5조에 달하는 몸값을 감당할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를 보유한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도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 모델로는 네이버와 쿠팡이 주도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는 승기를 잡기 힘들어졌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베이코리아처럼 오픈마켓 위주 이커머스 서비스 11번가는 지난해 98억 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을 기반으로 빠른 배송이 가능한 쇼핑몰들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수혜를 본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이런 평가는 티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티몬 역시 지난 2019년 매각설에 휩싸였다. 과거 티몬의 매각가로 1조7000억원이 거론됐으며, 당시 이커머스 시장을 확대하려는 롯데쇼핑이 인수 대상자로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본잠식이 지속되는 모습을 보인데다, 경쟁 업체에까지 밀리자 티몬 매각은 흥행에 실패했다. 2017년에도 롯데는 지난 2017년 11번가 인수 직전까지 갔지만 경영권 갈등으로 주저앉은 바 있다. 

    결국 이커머스 업계의 M&A가 성공하려면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의 인수가 필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조 단위 베팅은 쉽지 않은 탓에 SI가 재무적투자자(FI)와 맞손을 잡는 구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2017년 SK텔레콤의 11번가 지분 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인수후보의 경영권 양도 요구로 무산됐고, 티몬 매각설도 제기됐지만 진척된 건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산업은 고성장하고 있지만 이익 회수기에 도래한 기업이 한 곳밖에 없다는 점, 그 외 기업군은 적자폭이 과대하고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자본잠식을 반복하는 점, 기존 유통업체가 다소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점이 난항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