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이커머스 목장의 혈투'…패자는 유통명가 고개 못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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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7. 오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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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본입찰 마감

신세계 승리땐 2위인 쿠팡 넘고
롯데가 이기면 '1위 네이버' 제쳐

이베이 요구 4.5조~5조원보다
본입찰때 낮게 써냈을 가능성도

IB업계 "실탄 2.8조~3.8조 필요"
양사, 현금 조달엔 문제없을 듯


◆ 쿠팡發 유통빅뱅 ⑩ ◆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이 진행된 7일 서울 강남구 소재 이베이코리아 고객센터 빌딩에 기업 로고가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이커머스 업계 최고 대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후보가 결국 전통 유통 업계 라이벌인 롯데(롯데쇼핑)와 신세계그룹(이마트)으로 좁혀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에 따라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유통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이 지난해 거둔 거래액은 각각 7조6000억원과 3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161조원을 기록한 국내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은 각각 4.7%와 2.4%에 불과하다. 거래액 20조원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경우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17.1%, 신세계그룹은 14.8%까지 올라간다. 인수만으로 업계 선두인 네이버쇼핑(16.6%)과 쿠팡(13%)을 뛰어넘어 단번에 온라인 쇼핑 최강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인수에 실패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키울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뿐 아니라 롯데 또는 신세계라는 가장 강력한 라이벌의 힘을 길러주는 악수를 두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양사는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 단계부터 "절대 빼앗기면 안된다"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의 부진을 극복하는 동시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힘을 쏟기 위한 긴급처방을 쏟아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나영호 부사장을 새 롯데온 대표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롯데쇼핑이 인수전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에서 이뤄진 파격적인 외부 인사 영입이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존 전무급이던 롯데온 수장 직급을 롯데쇼핑 내 다른 사업 부문인 백화점과 똑같은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마트는 최근 패션 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며 SSG닷컴의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그간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그룹 계열사 상품 위주로 팔던 것에서 벗어나 외부 판매자 제품도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서비스를 SSG닷컴에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SSG닷컴의 제품 구색을 기존보다 늘리는 한편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한다.

이번 인수전 승자를 결정할 관건은 가격이다. 이베이코리아 측에서는 4조5000억~5조원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500억원의 30배 수준이다. 30년을 영업해야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수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물류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이번 본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이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전 결과는 두 후보의 자금 조달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대출(인수금융)을 제외한 2조8000억~3조8000억원을 인수자 측에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을 각 계열사에 양도하는 등 방식으로 2조원이 넘는 실탄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점포 및 물류센터 토지를 롯데리츠에 양도해 7300억여 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지난 4월에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을 롯데물산에 넘겨 83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지난 1분기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성 자산 2조4000억여 원을 감안하면 롯데쇼핑 단독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만 3조4000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마트도 네이버라는 든든한 우군이 있는 만큼 자금 조달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올해 초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 지분스왑을 단행해 협업을 강화했고,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서 1조5000억원가량의 추가 현금을 마련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7300억원에 이마트 가양점을 매각하면서 680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예비입찰에 참여한 SK텔레콤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이날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오픈마켓 11번가,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오늘은 일단 참여하지 않았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입찰 마감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다음주 중으로 알려진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로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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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경제 증권부 강인선 기자입니다. 한국과 미국 주식에 대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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