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흑자’ 새벽배송 오아시스의 진격,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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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3.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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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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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주관사 추가선정…기업공개에 박차
경기 성남에 있는 오아시스 본사 전경. 오아시스 제공


유일하게 흑자 내는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의 진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018년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오아시스는 업계 선도 업체인 마켓컬리(2015년)보다 출발이 3년 늦었지만,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업계에서 드물게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불려가면서 이르면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노리고 있어서다.

오아시스는 지난 2일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추가 선정했다고 밝히며 상장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엔에이치(NH)투자증권을 선정한 데 이어 두번째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회사가 급성장한 데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도 상장에 박차를 가하자 애초의 계획보다 서두르는 모양새다.

오아시스는 ‘알짜 경영’으로 유명하다. 최근 3년 새 매출액은 2018년 1111억원에서 지난해 2386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억원에서 97억원으로 급증했다. 쿠팡과 마켓컬리를 필두로 한 주요 이커머스 업체가 적자를 보면서도 우선 고객을 끌어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무게를 싣는 움직임과 대조적이다. 업계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마켓컬리와 쓱(SSG)닷컴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각각 1163억원, 469억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아시스 임직원들은 “왜 이커머스 기업이 돈을 버느냐”는 웃지 못할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오아시스는 흑자 비결로 주로 수도권에 분포된 42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연계로 ‘재고 효율화’를 손꼽는다. 오아시스는 현 김영준 대표를 비롯한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 경영진이 주축이 돼 ‘유기농 식품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고 설립됐다. 이때부터 생산자 직거래가 기본인 ‘생협’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통을 경험한 오아시스는 2018년 온라인몰을 출시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후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 두 채널뿐 아니라 직원 식당까지 재고를 ‘떨이’로 연계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유통하며 폐기율을 최소화했다.

비용 관리도 철저했다. 마켓컬리가 배우 전지현·박서준 등 대형 모델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과 달리, 오로지 가격과 제품, 입소문에 의지했다. 지난해 오아시스의 매출(2386억원) 대비 판매관리비(524억원) 비율은 약 22%에 불과했다. 마켓컬리는 이 비율이 30%였고, 오아시스보다 매출이 적은 업체 ‘헬로네이처’(426억원)는 55% 수준이었다. 오아시스는 하반기에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광고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없었어도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괜찮은 상품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자 소비자 재구매율은 80~90%까지 기록했다. 3일에도 오아시스에선 난각번호 1번이 적힌 ‘완전방사 동물복지 유정란 10구’를 37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컬리에선 비슷한 자체 브랜드 제품이 5300원이다. 이와 관련 김수희 오아시스 이사는 “생협 때부터 연을 맺은 거래선을 유지하면서 같이 성장하고 있고, 대부분 생산자 직거래를 바탕으로 한다”며 “현재 전체 상품가짓수(SKU) 중에서 대기업 제품이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업계에선 오아시스가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다 보면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매출 규모가 작아서 현재와 같은 거래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아시스가 성장할수록 대형 거래선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고 시장 포지션도 애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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