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달려가는 홈쇼핑…“플랫폼 공룡 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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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3. 오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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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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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떠나는 젊은 세대
홈쇼핑, 미래 먹거리 찾아
모바일판 홈쇼핑 속속 출시
제한된 플랫폼 경쟁력
어떻게 헤쳐나갈지 촉각
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롯데홈쇼핑 제공


젊은 세대는 갈수록 티브이(TV)를 보지 않는다. 홈쇼핑 업계에 ‘티브이를 안 봐도 괜찮다’는 소비계층이 늘어나는 현실은 그 자체로 ‘구조적 위험’이다. 홈쇼핑 업계가 타깃층을 ‘5060 여성’으로 삼은 지도 오래됐다. 홈쇼핑 업계에서 최근 수년간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이유다. 최근에서야 홈쇼핑 업계는 ‘티브이’를 버릴 태세로 일제히 ‘모바일’로 달려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치열해진 온라인 시장에서 기존 홈쇼핑 업계가 뚜렷한 두각을 보이기엔 기존 ‘플랫폼 공룡’의 벽이 높다.

채널 이름도 버리고 모바일로


1995년 국내 최초로 티브이홈쇼핑을 개국한 ‘씨제이오쇼핑’(당시 HSTV, 삼구쇼핑)은 오는 10일 ‘씨제이온스타일’이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인다. 기존 티브이홈쇼핑(씨제이오쇼핑)과 인터넷몰(씨제이몰), 데이터홈쇼핑(씨제이오쇼핑플러스)에 쓰던 브랜드를 통합했다. 오쇼핑은 “사업 기반을 티브이에서 모바일로 옮기며 ‘모바일판 홈쇼핑’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도 케이티(KT)와 손잡고 ‘미디어 콘텐츠’를 공동기획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콘서트나 팬미팅, 웹드라마 등을 제작해 ‘모바일 콘텐츠’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특정 스타가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서 입고 나온 옷을 그대로 모바일에서 판매와 연계하는 등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홈쇼핑에서 모바일은 티브이의 ‘보조수단’ 성격이 컸다. 방송을 보다가 해당 홈쇼핑 채널의 온라인몰에 접속해 결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성장이 둔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회사의 ‘캐시카우’(현금 창출) 역할을 하며 묵묵히 성장 중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쇼핑이 반짝 수혜를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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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과 흥망성쇠 함께하는 홈쇼핑
그럼에도 업계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코로나로 1년 새 거래액을 두배 가까이 늘렸지만, 홈쇼핑에서는 업계 1위인 지에스홈쇼핑의 거래액(취급액)도 전년 대비 5.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티브이홈쇼핑 시장 전체 거래액에서도 티브이 방송 비중이 줄고, 온라인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66%였던 방송부문 취급액은 2019년엔 67.7%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모바일 및 온라인 사업이 포함된 기타사업매출은 34%에서 42.3%로 늘었다. 티브이홈쇼핑이 티브이를 버리고 모바일에 뛰어들지 않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티브이홈쇼핑의 역사는 곧 유료방송의 역사다. 국내에서도 홈쇼핑 채널은 케이블티브이(TV)의 등장과 함께 출범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방송채널인 만큼 인허가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었다. 2003년까지 홈쇼핑 매출은 연평균 50%이상 성장했고 이후에 채널이 늘어나도 연 10%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홈쇼핑 채널은 시대마다 ‘도깨비방망이’나 ‘스팀 청소기’ 등 국민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며 화제성도 몰고 다녔지만, 파편화된 소비 행태가 굳어지자 더는 이런 상품도 찾기 어렵게 됐다. 2010년대 후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고, 이에 유료방송을 끊는다는 ‘코드 커팅’이라는 말도 횡행하는 등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가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홈쇼핑 시장 다 합쳐도 네이버에 못 미쳐


최근 급성장하는 ‘라이브커머스’(온라인 라이브쇼핑) 시장은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홈쇼핑 업계가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다. 씨제이오쇼핑은 지난달 28일 ‘씨제이온스타일’ 계획을 밝히면서 “홈쇼핑이 라이브커머스의 원조”라며 “그간 홈쇼핑 사업자로서 쌓은 방송 노하우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도 “기존 방송채널이 동시간대에 제품을 하나밖에 팔지 못할 때, 라이브커머스로 여러 건 팔아 전체 취급액을 늘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지난해 네이버의 커머스(쇼핑) 부문 거래액만 28조원으로, 홈쇼핑 업계 전체 취급액(약 27조원, 추정치)보다 많다. 티브이홈쇼핑 업체 7곳과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0곳을 합친 시장 규모가 네이버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들며 관련 투자를 늘려가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울역’이라면, 홈쇼핑 업체의 개별 플랫폼은 ‘지방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차별화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매출이 잘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전환기, PD 역할도 달라졌다

티브이(TV)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은 홈쇼핑 업계에서 방송을 연출하는 ‘프로듀서’(PD) 역할도 바뀌고 있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편성’이다. 티브이 홈쇼핑은 통상 인기 프로그램이 끝난 뒤 광고가 시작될 때 시청자 유입이 갑자기 는다. 광고를 보기 싫은 시청자들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기 때문이다. 각 채널 입장에선 이 짧은 시간에 시청자들의 ‘혼을 빼는’ 게 중요하다. 이들 업체가 낮은 번호의 채널에 ‘비싼 자릿세’(송출수수료)를 내고 들어가려는 까닭이기도 하다. 피디는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는 지상파 3사 드라마가 있다고 할 때,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홈쇼핑 방송을 편성하는 식으로 전략을 짠다. 이런 편성 전략이 피디의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자리잡았다.

편성 이후엔 짧은 시간 동안의 연출력과 구성이 피디에겐 중요하다. 피디 출신의 지에스(GS)홈쇼핑 한 관계자는 “이때 만약 비싼 상품을 판다면 광고 시간 안에 쇼호스트가 기승전결을 설명하고 주문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연출을 해야 한다. 비교적 저렴한 상품이라면 설명은 짧게 끝내고 콜을 유도하는 연출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피디마다 저마다 다른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일반 광고 시간보다 더 짧은 ‘중간 광고’ 시간도 1~2초를 허투루 쓰기 어렵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게 곧 해당 피디의 능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신 한 채널에서 방송 하나만 했던 것과 달리, 하나의 플랫폼에서도 동시간대 수많은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티브이에는 없던 ‘댓글 수’, ‘동시접속자 수’와 같은 지표가 추가된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나간다. 지에스홈쇼핑 관계자는 “채널을 돌리다가 멈추는 티브이 홈쇼핑과 달리, 모바일 커머스는 소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영상을 보기 위해 참여한다”며 “상품이나 할인행사 등 프로모션 차별화가 어려우면, 쇼호스트의 외모나 댓글 반응 등에 따라 시청 시간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 시간’과 상품 매출 실적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씨제이오쇼핑 관계자는 “모바일 특성상 티브이보다 고객층이 젊고, 호흡은 짧다”며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재미’를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게 피디가 요구받는 주요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말은 쉽지만 두 가지를 모두 잡는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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