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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뛰어든 롯데, 재도약이냐 돈낭비냐

인수가 5조…온라인 시장 영향력 확대할 수 있지만 '승자의 저주' 우려도

2021.04.19(Mon) 15:31:37

[비즈한국] 전통의 유통명가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이커머스 경쟁에서 뒤로 밀려버린 롯데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해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개조에 나섰다. 업계는 자체적인 체질 개선은 1차 목표이고, 궁극적으로는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게 이베이코리아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가 5조 원에 달하는 점 등은 롯데에게 ‘승자의 저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을지로 롯데그룹 본사. ​유통명가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흥행몰이 성공

 

국내 시장점유율 12%인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는 5조 원 수준. 8주의 실사 이후 본입찰에 돌입하는 일정이다. 인수전은 아직까지는 흥행에 성공적인 모습이다. 롯데(롯데쇼핑)와 이마트, SK텔레콤 등 대기업군 외에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등이 매수를 희망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력 포인트는 분명하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쿠팡 등과 달리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한 흑자 회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덕을 톡톡히 봐 영업이익이 8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수치라는 후문이다. 

 

특히 동탄, 백암, 인천 3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물류센터와 이베이코리아가 운영 중인 스마일배송 시스템은 치열한 물류 경쟁에서 이베이코리아가 20년 넘게 영업하면서 확보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높은 인수가에도 기업들이 참전을 선언했다. 지난달 중순 마감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를 가진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이커머스업체 11번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이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 이베이 품고 유통명가 명예회복 하나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롯데다. 최근에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롯데 측은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개조 등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이유로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한 롯데그룹의 의지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에 있을 때에도 미국과 소통했던 인물”이라며 “매각이라는 게 매각 가격처럼 정량적인 부분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며 “인수 후 기존 롯데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화학적 결합도 이뤄져야 하는데 인수 전과 인수 후를 모두 노린 영입”이라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체질 개선이 불가피했다. 올해 1월 초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은 “경영방향을 다시 설정해 강도 높게 체질 개선을 추진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신 회장은 “올해도 지속할 코로나19 대응을 단단히 준비하라. 주중장기 비전을 잘 세우고 무엇보다 혁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라”고 주문했는데, 이는 지난해 유통 등의 영역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롯데온(ON)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 6000억 원으로 네이버와 쿠팡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롯데가 온라인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가장 확실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사진=롯데온 캡처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거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롯데그룹 매출이 감소했다”며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이커머스 업체가 급성장하며 롯데그룹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데 신동빈 회장도 이를 지적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실제 롯데온(ON)의 지난해 거래액은 7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연간 20조 원 수준인 네이버와 쿠팡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4월 롯데온이 출범한 뒤 전년 대비 7%가량 늘어난 규모지만, 온라인 쇼핑 전체 거래액이 코로나19로 19% 증가한 것에 비해 낮은 성장세다.

 

결국 지난 2월 롯데그룹은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대표를 경질 후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커머스사업본부 대표)로 영입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쇼핑의 4개 사업 부문(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에서 백화점 부문장을 뺀 나머지는 전무급이었으나, 나 대표를 부사장으로 격상시키며 ‘온라인 시장 중심 체제 개편’을 시사했다.

 

앞선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은 롯데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온라인 시장 영향력 확대’라는 가장 확실한 옵션일 것”이라며 “지금 이름을 올린 기업들 중 일부는 실사 후 빠질 수도 있겠지만 롯데는 남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자체적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에게 이베이코리아는 단순한 거래 규모 확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롯데나 이마트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거래 규모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돈 낭비가 될 수도 있다”며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입지를 키우려면 자체적으로 확보한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거래 활성화가 우선이고, 이는 인수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홍보 등으로도 해봄 직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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