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불붙였다, 11년만에 돌아온 ‘10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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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15.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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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원 전쟁’ 이어 전면전
롯데마트가 15일부터 주요 생필품 500개 품목을 업계 최저가로 맞춰 경쟁사 이마트와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 품목들을 사면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기본 적립률의 5배로 적립도 해준다. 이마트가 생필품 500여 개 품목을 쿠팡·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보다 싸게 팔겠다며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로 선공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편의점 GS리테일·CU가 8일부터 채소 최저가 판매에 나섰고, 마켓컬리도 지난 12일 과일·채소·정육 등 60여 가지 제품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온라인몰보다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다. 유통업계에선 “2010년 대형마트들이 10원 단위로 최저가 낮추기 혈투를 벌였던 ’10원 전쟁'이 돌아왔다”는 말이 나온다.

전쟁에 불을 댕긴 건 쿠팡이었다. 쿠팡은 지난 2일부터 기한 없이 ‘로켓배송 상품 무조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저가 상품이라도 배송비가 추가되면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다”라는 설명을 붙였다. 모든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쿠팡이 사실상 ‘최저가’라는 메시지였다. 쿠팡의 도발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유통업체까지 응전에 나서면서, 최저가 전쟁이 확전된 것이다.


쿠팡發 최저가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쿠팡의 도발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오프라인 대형마트 이마트였다. 지난 8일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준다”며 ‘최저 가격 보상 적립제’를 내놓은 것이다. 매일 오전 쿠팡 등 온라인 몰과 비교해 최저가의 차액만큼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GS리테일·CU 등 편의점 업계에서도 채소를 앞세워 전쟁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온라인 장보기 몰(GS프레시몰)에서 50여 종의 채소를 초저가로 판매하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하기로 결정했고, CU 편의점은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대파, 깻잎, 모둠 쌈 등 6종 채소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행사를 시작했다.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도 지난 12일 최저가 판매 프로그램인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첫 구매 시 금액에 따라 무료 배송을 제공하고, 인기 제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내놓았다.

울며 끌려가는 전쟁터에 유통업체·제조사 모두 울상

유통 업체들 간의 ’10원 전쟁'은 양날의 칼이다. 당장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득을 보지만 유통 시장이 기형적으로 왜곡되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미 10원 전쟁을 치러본 대형마트들은 “부작용을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10년 불황과 함께 시작된 대형마트의 최저가 경쟁은 과도한 출혈 경쟁과 납품업체 단가 깎기 같은 부작용이 지적되며 1년여 만에 승자 없이 끝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장 운영비가 들지 않고, 인건비가 적은 이커머스 업체와 벌이는 지금 10원 전쟁은 과거보다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 업체들도 울상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할인 행사를 하면 판매량이 늘어 이득이지 않느냐며 납품 단가를 인하하라는 압력을 받는다”며 “인기 상품, 주력 상품을 할인 행사에 포함시키라고 하는데 잘나가는 상품의 가격을 깎아서 내놓고 싶은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자본력 없는 업체들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면 몇몇 업체만 독과점 형태로 남게 될텐데 그때에도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겠느냐”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과거 10원 전쟁이 서로의 손님을 뺏어오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10원 전쟁은 이커머스 업체들과 그들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이라며 “서로 손해가 큰 이 경쟁을 오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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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경찰팀, 법조팀, 주말뉴스부, 산업부 유통팀, 부동산팀, 자동차팀, 베트남 특파원을 거쳐 다시 산업부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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