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북적이자 IT 기업들도 동네로 모여든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넘어 ‘우리동네판 네이버’가 되려하고, 네이버도 지역별 중소상공인(SME)과 네이버의 콘텐트를 엮는 로컬 커머스 생태계 만들기에 나섰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동네 생활 플랫폼이 되면 지역상생 명분을 얻는 동시에, 플랫폼의 가치를 높여줄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데이터 기반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어 다들 눈독을 들인다”고 했다.
네이버도 ‘로컬’과 ‘이웃’을 키워드로 들고 나왔다. 네이버카페는 12월 ‘이웃 서비스’를 내놓고 관심지역의 중고거래나 인기 카페를 보여주더니, 지난달 말엔 사용자가 동네 주민들과 교류하는 ‘이웃톡’을 출시했다. 네이버카페에서 이웃 간 교류를 늘리며 플랫폼 전반에 로컬 접점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쇼핑(포레스트CIC), 결제·금융(네이버파이낸셜), 지도·예약(글레이스 CIC), 카페·밴드·블로그(그룹앤 CIC) 등 관련 사업조직이 네이버 곳곳에 포진해있다.
네이버는 동네 속 연결에 더해 동네 밖까지 연결하고자 한다. 외지인이 지역을 찾았을 때 스마트 어라운드(장소기반 AI추천)를 통해 더 쉽게 숨겨진 가게를 발견하도록 하는 식. 인공지능(AI)추천·데이터 분석·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기술 도구를 지원해 로컬 사업자나 콘텐트를 동네 밖에서도 경쟁력 있게 키우려 한다. 골목 시장의 닭강정 가게를 전국구 브랜드로 키우고, 동대문 디자이너를 해외 진출시키겠단 구상.
당근마켓은 ‘동네는 동네답게’ 남길 원한다. 손님이 단골 반찬가게 사장님과 채팅·댓글을 주고 받고, 퇴근길에 들르는 관계를 지향한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업체엔 계정(비즈프로필)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김은지 프로젝트 매니저는 “동네 수퍼마켓 사장님은 주민이라 끈끈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그러기 어렵다”고 했다.
네이버는 기술을 앞세워 동네 SME를 공략 중이다. 디지털 전환이 느린 SME에게 온라인 창업 도구를 제공하고, 카페·블로그 등에 흩어진 로컬 콘텐트를 ‘스마트 플레이스(네이버 검색·지도 등에 상점 노출)’와 엮는 전략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합작사인 일본 라인-Z홀딩스에도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여 국내 SME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 지난 1일 공개한 CEO 주주서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년 후 스마트스토어 100만개”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당근마켓은 콘텐트·커뮤니티의 커머스화를 갓 시작했다. 구인·구직, 부동산, 중고차, 근처 매장 할인정보 등이 올라오는 ‘내근처’ 게시판엔 올초부터 세탁·이사·반려동물 케어서비스가 등장했다. 올 2분기엔 GS리테일 편의점에서 주민들에게 유통기한 임박 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작한다. 간편결제 당근페이(가칭)도 붙일 예정이다. 당근마켓서 동네 미용실을 예약하고 동네 식당에서 음식 주문·배달이 가능해진다는 의미.
미국에선 지역 기반 SNS ‘넥스트도어’(2008년 창업)가 인기다. 주소 인증 이후 지역 부동산·분실물 찾기·중고거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4가구당 1가구가 쓴다. 올해 기업공개(IPO) 예정인 이 회사의 몸값은 50억달러(5조 6000억원)다.
정원엽·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 소름돋게 잘 맞는 초간단 정치성향테스트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 당신이 궁금한 코로나, 여기 다 있습니다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