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는 올봄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알려진 규모는 국내외 1조원 안팎.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쇼핑·콘텐트 등 신사업 분야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라고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1조 2153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다. 그럼에도 쿠팡 상장을 대비해 실탄을 더 확보한다는 것.
· 검색 강자와 쇼핑 강자의 대결은 정해진 수순이다. 미국을 봐도, 구글은 일찌감치 최대 경쟁자를 아마존으로 보고 대비해 왔다.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으려 할 뿐, '쇼핑 기업'이냐 '검색 기업'이냐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것.
① 네이버 닮아가는 쿠팡
· 쿠팡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개발자 컨퍼런스 ‘리빌(Reaveal) 2020’을 열었다. 구글 출신 전준희 부사장, 우버 출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등장해 쿠팡의 검색·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소개하며 ‘쿠팡에 오라’고 했다. ‘쿠팡은 최고 수준의 테크 기업’이라는 홍보나 다름 없었다.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는 그 회사의 기술력을 뽐내고 외부 인재를 모을 기회이기 때문. 네이버가 지난 2006년부터 여는 개발자 컨퍼런스는 국내 최대 규모다.
· 쿠팡은 지난해 12월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출시하고 이를 자사의 ‘로켓와우 멤버십’(월 2900원, 로켓배송 무료 제공)에 포함했다. 앞서 네이버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 쇼핑 적립과 콘텐츠 제공)과 유사하다. 다만, 네이버가 조만간 OTT(CJ티빙)을 멤버십에 추가하는 데다 웹툰·음원까지 고루 갖춘 데 비하면 쿠팡의 콘텐츠 구성은 약한 편이다.
② 쿠팡 닮아가는 네이버
· 네이버는 ‘일단 시장을 선점하는 쿠팡 식 투자’를 공언했다. 실적발표에서 ‘단기적 영업이익률 개선은 쉽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당분간 이익보다 사업 확장에 힘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 네이버는 쇼핑 객단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스토어 1인당 구매금액은 전년 대비 47% 성장했다. 플러스 멤버십에 일단 가입하고 나면, 이전까지 네이버 쇼핑에서 월 20만원 미만 구매하던 이들도 결제금액이 5배 이상 늘어난다. 다만, 가입 회원 수(1월말 250만 명 추정)는 쿠팡(470만 명)보다 적다.
· 네이버는 판을 키우는 데 능하다. 콘텐트·검색·금융을 쇼핑과 연결해 네이버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쇼핑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것도 네이버에 유리하다. 네이버웹툰 원작의 드라마 ‘여신강림’에 등장한 제품을 네이버의 쇼핑라이브에서 판매하는 게 한 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협력해 소상공인 전용 신용평가와 대출 상품을 내놨고, 판매대금도 빨리 정산해준다. 판매자들이 네이버 안에 상점(스마트스토어)을 열도록 이끈다.
· 쿠팡의 롤 모델인 아마존의 과감한 쇼핑 투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흑자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쿠팡은 이런 수입원이 없다. 오히려 검색 광고 수익으로 쇼핑에 투자해 온, 네이버가 아마존 방식에 가깝다. 플랫폼 노동 이슈도 남아있다.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달인력(쿠팡친구) 외에, 쿠팡플렉스·쿠팡이츠 배달 인력이 쿠팡과 향후 '고용관계'로 정리될 경우, 쿠팡의 비용구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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