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매장이 배송 기지로... ‘경계 없는 유통’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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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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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發 온·오프 구분 없이 시장 재편 중
홈플러스, 오프라인 주축으로 온라인 확대
CJ올리브영, 3시간 내 오늘드림·스마트 반품
온라인 매장 무신사, 오프라인으로 확장 시도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올라인'으로 배송할 상품을 확인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뿐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온·오프라인의 경계 없는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유통공룡'인 네이버나 쿠팡에 의존하는 대신 전국 단위 매장을 온라인 물류 전초기지로 활용하며 생존 방안을 찾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온·오프라인 사업을 결합한 이른바 ‘올라인(Online+Offline)’ 전략에 사활을 걸었다. 오프라인 인프라를 주축으로 온라인을 강화하는 이른바 ‘피벗(Pivot) 플레이’ 전략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농구 경기에서 주축 발은 움직이지 않은 채 다른 발을 이동해 방향을 전환하는 피벗 플레이와 같이 주축은 오프라인에 그대로 두되 온라인은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언제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홈플러스의 전략은 전국에 보유한 막대한 공간 덕분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유통업체가 수도권 외곽지역에 대규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데에는 적어도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든다. 결국 초기 투자가 중요한 셈인데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해 큰 지출 없이 온·오프라인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 면적을 합치면 창고 면적이 약 5만6,000㎡(17만 평), 주차장은 약 245만㎡(74만 평) 등으로 총 축구장 420개 넓이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2018년 인천계산점에 이어 2019년 안양점, 수원 원천점 등 온라인배송이 크게 몰리는 지역 매장 3곳에 풀필먼트(Fulfilment) 센터를 설치했다. 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규모를 확대한 결과, 지난해 원천점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안양점은 101%, 계산점은 10% 신장했다.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3시간 내 배송이 목표다. CJ올리브영 제공


헬스앤드뷰티(H&B) 업계 1위인 CJ올리브영도 온·오프 경계를 허물고 있다. 올리브영은 전국 1,260여 개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해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과 온라인몰 구매상품을 가까운 매장에 반품할 수 있는 ‘스마트 반품’ 서비스를 펼치며 자체 배송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오늘드림의 경우 목표인 3시간 내 빠른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메쉬코리아, 바로고 등 물류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오늘드림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12배가량 늘었다. 온라인몰 매출도 62%나 증가해 온·오프라인에서 동반성장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4월 명동·강남 플래그십과 지역 대표 매장에 시범 도입한 ‘스마트 반품’ 서비스도 올해 전국 주요 매장 500여 곳으로 확대했다. 또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도 연내 선보일 방침이다.

e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의 전국 6개 점포를 온라인 점포로 입점시키며 오프라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9년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국내 모든 백화점은 물론 이제 아울렛과 홈쇼핑까지 이베이 플랫폼에 진입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은 굉장히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유통사뿐 아니라 브랜드 제조사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신사, 온라인→오프라인 확대 역발상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 판로를 확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패션업계의 불황에도 1,30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연내 서울에 자체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원하는 상품을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얻기를 바란다”며 “경계 없는 유통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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