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신고 춤추던 '구두 잘알' 댄서…이유 있는 부업 성공기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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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07. 오후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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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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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본캐부캐]
스타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안무가 겸 구두 브랜드 CEO 시미즈
힐 댄스 노하우 담은 아티스트용 구두 '인기'
"새로운 길 개척, 유니크한 디자인 추구"
"티나셰·리한나에 제작 구두 신기고 싶어"
"댄서는 절대 버려선 안 될 1순위 직업"
"대체 불가능한 존재의 댄서 될 것"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서울 성수동의 한적한 거리. 번화가를 벗어나 골목 사이 사이를 걷다 보면 아담한 빌딩 한편에 조그맣게 내걸린 '씨미즈(SSIMEEZ)'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눈 한가득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의 구두들이 들어온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며놓은 공간이 이 브랜드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CEO 심희정. 바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개성 있는 실력파 댄스팀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던 라치카의 멤버 시미즈다.

당차고 똑 부러지는 매력으로 라치카의 '황금 막내'라는 수식어를 꿰찬 그녀답게 구두 브랜드 CEO로서 건네는 인사에서도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야무진 느낌이죠? 평소에는 인간미가 있지만 일할 땐 책임자니까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안무가 시미즈(심희정) / 사진=변성현 기자
#부캐 구두 브랜드 씨미즈의 'CEO 시미즈'
라치카는 그간 보아, 효연, 청하, 트와이스, 에스파 등 K팝 대표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에 참여해온 실력파 안무팀이다. 최근에도 가수 제시의 '줌(ZOOM)' 안무를 짜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안무를 만들어 무대에서 힐을 신고 춤을 추는 일, 이게 바로 시미즈의 본업이다. 그리고 본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아티스트용 구두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일, 이건 그만의 특별한 부업이다.

4년 전 동대문에서 구두를 사 와 팔았던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당시 쥔 돈은 30만원. "그땐 사무실도 없었고, 모든 걸 저 혼자 했어요. 동대문을 돌아다니면서 구두를 사고, DM(다이렉트 메시지) 문의와 주문도 직접 받고, 댄스 연습이 끝나면 택배 포장에 송장도 수기로 썼죠. 그렇게 매출이 생기면 또 구두를 사입하러 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했나 싶어요."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부터라고. 시미즈는 "2년 전에 온라인 스토어가 생겼고, 직원들도 구했다. 업무 분담을 할 수 있게 되니 훨씬 수월해졌다. 지금 직원이 3명이다. 더 영입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최대한 이 멤버로 능력치를 발휘해보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제는 100% 수제화 브랜드가 됐다고 자부한 시미즈였다. 그는 "힐 댄스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해낼 수 있는 사업이었다. 전문적인 댄스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댄서라서 힐의 착화감을 더 세밀하게 고려해 제작할 수 있다. 덕분에 고객들이 시미즈가 만들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를 신뢰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품들은 스크래치에 강한 단단한 표면과 달리 안감은 발을 폭신하게 감싸는 쿠션감을 자랑했다.

씨미즈 구두는 가수 조권, 블랙핑크 리사 등이 사랑하는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연 매출 6억원을 달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이에 대해 시미즈는 "나만 보면 다들 그 얘기를 하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하루에 주문이 300건이나 들어온 날도 있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이후로는 아티스트가 아닌 일반 대중분들도 많이 신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거잖아요. 유니크한 디자인을 뽑아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저희만의 디자인을 계속 개발, 연구 중이에요. 나중엔 꼭 티나셰, 리한나에게 제 구두를 신겨보고 싶어요"

유일무이한 '메리트'를 갖추기 위해 남자 사이즈도 꾸준히 내고 있다는 그였다. 시미즈는 "남자 사이즈는 275~285mm까지 나오고 있다. 남자도 힐을 신고 춤을 추거나 여러 쇼잉을 한다. 우리도 편견을 두지 말자는 생각에서 남자 사이즈를 개발하게 됐다"면서 "수익을 고려하면 고민되는 지점이긴 하지만 돈이 아닌 다양한 소비층을 고려한 선택이다"고 전했다.

시미즈는 지속해서 고객들과의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프로젝트 S라는 행사를 진행해 고객들이 직접 신발을 신어보고,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세일 존도 마련했다. 시미즈는 "실제로 보고 만져봐야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착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으시더라도 직접 신어보고 느끼시길 바랐다"고 했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매장과 힐 패션쇼도 열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본캐 댄스팀 라치카의 '안무가 시미즈'


"저의 1순위 직업은 늘 댄서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운영도 사실 댄서라는 직업에서 파생된 일이잖아요. 댄서의 길은 절대 버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무가 시미즈와 관련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춤과의 인연은 10세 때 시작한 댄스 스포츠에서 출발했다. 댄스 스포츠를 배운 지 5년 정도 됐을 즈음 장르적으로 권태로움을 느꼈다는 시미즈는 이후 재즈 댄스, K팝 댄스 등으로 눈길을 돌렸고 스무살이 돼 본격적으로 안무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가비, 리안과 함께 라치카로 팀을 꾸려 활동한 지는 어느덧 2년을 훌쩍 넘겼다고. 청하 '벌써 12시', '스내핑(Snapping)', '플레이(PLAY)', 보아 '베터(Better)', 트와이스 '사이언티스트(SCIENTIST)', 에스파 '넥스트 레벨(Next Level)', 아이브 '러브 다이브(LOVE DIVE)' 등 참여 작품 일부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핫'한 댄스팀인지 알 수 있다. K팝 퍼포먼스 하면 라치카, 라치카 하면 K팝 퍼포먼스라고 불릴 정도다.

시미즈는 "우리는 안무를 정확하게 삼등분해서 짠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포인트 안무를 가장 먼저 같이 짜고, 그 이후에는 정확하게 파트를 삼등분해서 각자 안무를 만든다"면서 "처음엔 구간을 나누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제 바로 나눈다. 호흡이 좋아져서 안무 짜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3일이면 뚝딱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라치카 리안, 시미즈, 가비 / 사진=라치카 공식 SNS

최근에 작업한 건 제시의 '줌'이다. 시미즈는 "'줌'은 듣자마자 꽂히는 게 있었다. 우리가 잘 짤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오더라. 제시 언니가 안무를 보자마자 너무 귀엽다고 했다. 귀엽게 보이려고 짠 건 아니었는데 섹시하고 센 캐릭터인 댄서들이 추니까 귀여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댄서로서의 삶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전후로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시미즈는 "라치카가 아는 사람만 아는 팀이었는데, 이젠 확실히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다. 마니아 문화인 춤이 대중화되니 화보,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일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댄스가 온전한 형태의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기획사로부터 일정의 창작비를 받고 안무 시안을 넘길 뿐, 작사·작곡 등 일반적인 음악 작업물과 달리 창작자로서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 K팝의 전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안무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시미즈는 "안무가들에겐 소중한 포트폴리오인데, 안무 저작권 문제는 늘 아쉬움이 크다. 저작권이 우리한테 없기 때문에 안무 시안 영상도 마음대로 공개적인 곳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락받아 올리게 되더라도 우리에겐 저작권이 없어 수익 창출을 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실 안무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받는 게 라치카의 최종 목표일 수 있다. 더 영향력을 키워 이 문제를 정확히 짚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우리 말고도 여러 댄서들이 개선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댄서로서 확실한 캐릭터를 잡았다는 말이 좋아요. 무대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하면서도 그 안에 저만의 캐릭터가 있는 거죠.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마치 힐 댄스용 구두를 만드는 최초의 댄서가 된 것처럼 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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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곳을 취재합니다. 가요·공연계 소식을 빠르고 바르게, 그리고 흥미롭게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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