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68)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뜨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업계 인물이었다.
곤은 96년 프랑스 르노에 수석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루이 슈웨체르(슈바이처) 르노 회장이 미쉐린에서 경영 수완을 보인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고 데려온 것이다. 곤이 르노에 오자마자 손댄 것은 구매 방식이다. 기존 1000여 곳의 부품 공급업체를 300여 개로 우선 줄였다.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일본 닛산이 르노에 SOS를 치면서다. 결국 99년 인수합병(M&A) 방식이 아닌 주식 맞교환 형태로 동맹(얼라이언스)을 맺었다. 대신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곤에게 맡겼다.
고용 안정과 원청-하청 협력 관계를 소중히 여기던 일본 제조업 전통과 맞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준 칼을 마음껏 휘둘렀다. 99년 큰 적자를 냈던 닛산은 2000년 바로 흑자로 돌아섰다. 곤은 2001년 닛산 CEO에 오른 뒤 2005년 슈웨체르 르노 회장이 은퇴하자 르노도 함께 맡았다.
끝이 없을 거 같았던 곤의 성공 가도는 2018년 일본 검찰이 그를 비리 혐의로 전격 체포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곤의 장기 집권을 인위적으로 막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했다. 그는 이후 체포-구속-보석의 과정을 몇 차례 거친 뒤 2019년 가택연금 상태에서 탈주에 성공해 레바논으로 도피했다.
반면 서구 언론은 ‘21세기 빠삐용’ 신세가 됐다며 억울한 점을 암시했다. 25일 AFP 등 외신은 일본 정부의 인터폴 공조 수사 요청에 따라 프랑스 수사 당국이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레바논에 있는 곤의 신변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