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집 같은 공유 사무실로 원격근무 해법 제시한 알리콘의 김성민 조민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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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22. 오후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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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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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접목된 개인 업무 공간 제공해 인기
'공간의 우버화' 사업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원격근무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 원격이나 재택근무가 힘든 사람들도 있다. 하루 종일 아이가 보채거나 사무용 책걸상을 놓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비좁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 밖에 마땅히 일할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할 수 없이 사무실로 출근하게 된다. 사실상 원격 근무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신생기업(스타트업) 알리콘의 김성민(39) 조민희(38) 공동대표는 원격근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집무실'을 선보였다.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뜻의 집무실은 일종의 공유 사무실이다. 하지만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기존 공유 사무실과 개념이 다르다. 기존 공유 사무실이 기업 전체가 일할 공간을 빌려줬다면 집무실은 독서실처럼 개인이 일할 공간을 빌려 준다. 즉 1인 업무에 최적화된 공유 사무실이다.

그래서 집무실은 사무실 밀집 지역이 아닌 주택가에 있다. 그래야 원격근무자들이 집 근처에서 손쉽게 원격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KT,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유수의 기업들이 집무실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 정동에 위치한 알리콘 연구소에서 두 공동대표를 만나 이들이 제시하는 원격근무의 해법을 들어봤다.

김성민(오른쪽) 조민희 알리콘 공동대표가 서울 정동에 위치한 알리콘 연구소에서 재택근무자들을 위한 공유 사무실인 '집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지은 인턴기자


주택, 철도 하역장, 전화국이 아늑한 원격근무지로 변신



알리콘은 김 대표의 공간기획업체 엔스파이어와 기업용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던 조 대표의 로켓펀치가 2020년 합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공간을 매개체로 만난 두 사람은 부산 대연동에서 나고 자란 동네 친구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조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를 나왔다.

합병 제의는 조 대표가 했다. "공간과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통도구가 결합된 새로운 일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김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2016년에 집무실 상표 등록을 미리 해놓아 의기투합했죠." 김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공간구성(미장센)에 반해 집무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충분히 사업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대신 이들은 기존 공유 사무실과 다르게 접근했다. 기존 공유 사무실이 대상을 기업들에 맞췄다면 이들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 맞췄다. "원격근무자가 가장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했죠. 그래서 사람들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각 지점을 배치했어요."

집무실의 6개 지점은 서울 정동, 석촌, 서울대 근처, 목동, 왕십리, 경기 일산 등 주택가에 있다. 따라서 높은 건물이 아니어도 된다. 주택을 빌려 개조한 곳도 있고 주상 복합이나 상가 건물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일산의 고양타워점은 예전 KT 전화국의 기계장비실을 개조했고, 왕십리점은 철도하역장을 바꿨다. 김 대표는 원래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디자인했다. "기계장비실의 각종 장비를 소품처럼 활용했어요. 또 하역장의 아주 높은 천장에 맞춰 높이가 제각기 다른 의자와 편하게 눕다시피 해서 일할 수 있는 소파를 배치했죠.”

이를 김 대표는 공간 다이내믹이라고 정의했다. "일하는 곳과 휴식 공간이 결합된 개념입니다. 업무 공간이라고 한 자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세로 일하면서 능률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죠."

서울 왕십리의 철도하역장을 개조한 집무실 지점 모습. 높은 천장을 활용해 다양한 높이의 의자를 배치했다. 알리콘 제공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개념을 도입한 업무 공간



김 대표가 구상한 공간 다이내믹이 적용된 집무실 내부는 독특하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개념을 도입해 업무 공간을 구성했다. 서울 정동 지점을 방문해 보니 개인의 독립된 업무 공간을 키 높이 가림막으로 둘러쳐 아늑한 방처럼 만든 곳과 1인용 소파처럼 편하게 기대어 앉아 일할 수 있는 개방형 좌석, 여럿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긴 테이블과 회의실 공간 등 다양한 구성이 눈에 띈다. 각 업무 공간에는 편안한 조명과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한편에는 커피와 차, 과자 등 가벼운 간식이 마련된 휴게 공간이 있다.

독서실과 다른 점은 각자 공간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적당히 개인의 사생활도 보호한다. 방 같은 공간은 가림막이 높아서 일어서도 맞은편과 좌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가 모듈러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주거지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주택들은 기존 사무건물처럼 사각형 공간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주택 모양에 맞게 모듈러 설계를 도입했죠. 격벽을 없애고 사각형 책상을 되도록 배제했어요."

서울 송파에 위치한 집무실 지점. 독서실처럼 개인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알리콘 제공


앱으로 출입하고 소통



각 지점은 집무실 앱으로 출입한다.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회원 가입하면 개인별 고유의 QR코드가 생성된다. 이를 출입문 인식장치에 대면 드나들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출입카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 관리가 간편하고 비용도 절약된다. 특히 QR코드 하나로 6개 지점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따라서 알리콘과 집무실 이용 계약을 한 기업들은 앱 이용현황을 통해 직원들이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일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기업들 입장에서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깔끔하게 할 수 있다.

앱은 이용자들 사이에 소통 도구 역할도 한다. 이용자들은 앱 화면에 사진이 뜨고 이를 누르면 메시지를 보내 연락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를 2세대 공유 사무실로 정의했다. "공유 사무실 1세대가 공간만 제공했다면 2세대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제공하죠. 이용자들 요청에 따라 같은 회사 직원들은 전화번호까지 볼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 다음 달에 제공할 계획입니다."

비용은 시간당 3,300원이다. "기존 공유 오피스는 직원 숫자만큼 비용을 내야 했지만 집무실은 직원이 100명이어도 20명만 사용했으면 그만큼만 내면 돼요. 기업 입장에서는 절약이죠. 개인 이용자에게는 월 3만 원을 내면 매일 1시간씩 무료로 제공해요."

특히 카페처럼 좌석당 회전율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 공유 사무실에 비해 면적당 3배 정도 많은 인원이 사용해요. 지점당 평균 80석 정도인데 실제 이용자는 하루 240명이죠."

집무실 각 지점은 앱에 나타나는 개인별 QR코드로 출입한다. 알리콘은 이 장치를 별도 상품으로 개발한 '집무실 문'을 이달 중 내놓는다. 한지은 인턴기자


“우리는 공간 OS 회사” AI로 조명, 온도, 음악까지 원격 관리



알리콘은 24시간 돌아가는 모든 지점들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원격 관리한다. AI는 공간에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전등을 끄고 한꺼번에 두 명이 들어오면서 한 명만 앱을 사용하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고를 띄운다. "엔스파이어의 공간 설계 역량과 로켓펀치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결합해 무인화한 것이 핵심이죠. 그렇지 않으면 관리 비용이 올라가죠."

또 모든 지점에 폐쇄회로(CC)TV와 사물인터넷(IoT) 감지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이용 상황을 살피며 냉난방, 조명, 배경음악 등을 원격 관리한다.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몰 시간에 맞춰 조명을 아늑하게 바꾸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죠. 이용 통계를 보니 이용자의 19.2%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에 일을 해요."

이를 위해 알리콘의 서울 정동 연구소에서는 소음과 음악 등 일하기 좋은 공간을 따로 연구한다. 전체 직원 5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명이 공간 연구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요즘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향기도 연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공간 운용체제(OS)를 만드는 회사라고 강조한다. 컴퓨터 OS '윈도'처럼 공간을 운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을 높이 산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캐피탈, 산업은행 등이 총 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특히 KT에스테이트는 전국에 산재한 전화국 활용을 위해 투자뿐 아니라 지난해 공동 사업 추진 계약까지 했다.

알리콘의 김성민(오른쪽) 조민희 공동대표는 건물주들이 공간을 나눠 쓰는 '공간의 우버화' 사업도 준비 중이다. 한지은 인턴기자


‘공간의 우버화’ 사업도 준비



조 대표는 올해 전국에 지점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도심 과밀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본다. "지점을 서울 경기 주요 구에 1개씩 늘려서 연내 30개까지 확대하고 싶어요. 직접 만드는 곳도 있지만 기업들과 손잡고 프랜차이즈처럼 확장할 생각입니다. 전국 휴양지에도 지점을 내서 굳이 서울에 오지 않아도 일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만큼 이들의 대상은 명확하다. 바로 흩어져 일하는 사람들이다. "기존 공유 사무실은 한곳에 모여야 돈을 벌 수 있지만 우리는 흩어져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사무 공간보다 가상 공간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메타버스로 이어지겠죠."

이와 관련해 '집무실 문'이라는 별도 상품도 개발해 이달 중 내놓는다. QR코드를 인식하는 이 장치를 출입문에 붙이면 직원들이 출입증 없이 앱을 이용해 드나들 수 있다. "각 지점 출입문에 붙어 있는 출입통제장치를 별도 상품으로 만들었어요. 원하는 기업들에 이를 달아주고 앱으로 출입 관리를 할 수 있게 돕죠."

앞으로 김 대표는 '집무실 문'이 공간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본다. "건물에 집무실 문 장치를 붙이면 집무실 지점처럼 활용할 수 있어요. 공유 자동차 서비스 우버처럼 공간을 나눠쓰는 '공간의 우버화' 사업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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