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CEO는 옛말…여성 리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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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11. 오후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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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다양성 못 갖추면 투자도 ‘뚝’
혁신·성장 위해 여성 리더는 필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여성 리더의 약진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포천’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2명이었지만, 지난해 41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사상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하는 등 여성 리더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여성 리더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기업들이 여성 리더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글로벌 여성 리더들과 전문가들과 만나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새해 1월부터 재계에는 새 여성 리더의 탄생 소식이 이어졌다. 1월 6일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의 신은영 한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은 SAP 코리아 최초의 여성 대표로 임명됐다. 미국 소재 IT 기업인 알테어 역시 1월 7일 신임 한국지사장 자리에 유은하 지사장을 선임하면서 창사 이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여성 지사장이 탄생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여성 리더의 부상이 흐름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40대 여성인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 리더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으로도 여성 리더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포천’에 따르면 포천 미국 500대 기업의 여성 CEO는 2000년까지만 해도 2명에 불과했지만 2021년 41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글로벌 500대 기업의 여성 CEO도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가 차지하는 비율 또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6→28→31%로 상승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내에서도 여성 임원이 증가세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 조사 결과, 지난해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사상 처음으로 300명을 돌파했다. 5년 전 여성 임원 수(150명)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해 전체 임원 수는 2020년보다 200명 넘게 감소했지만, 여성 임원은 36명 늘었다.


여성 리더의 약진은 기업에 다양성 추구가 필수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기업 이사진에 성별·인종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난해 승인했다. 3000여 곳에 달하는 나스닥 모든 상장사는 이사회에 적어도 여성 이사 한 명과 소수 인종 혹은 성 소수자 이사 한 명을 선임해야 한다. 8월부터는 국내에서도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반드시 한 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제는 기업 내 성별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투자받기도 어렵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월 12일(현지시각) 대형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는 ‘2022년 주주총회 투표 관련 CEO 서한’에서 “모든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에 1명 이상의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2018년부터 투자 지침에 이사회 내 다양성 여부를 추가하며, 여성 이사가 두 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여성 리더를 뽑는 게 ‘기업들의 부담’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늘며 구매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구매 결정력까지 쥐고 있어 여심을 잡는 게 여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사 업체 월드데이터랩에 따르면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소비하는 금액은 약 32조달러(약 3경8848조원)에 달하며,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 소비자가 전체 구매 결정의 70~80%를 담당하고 있다.

다양성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뮌헨공대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17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다양성 지표가 높은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다양성이 부족한 회사보다 수익을 38% 더 거뒀다. 바스카르 차크라보르티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성별이나 인종, 지역 등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없으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지 못해 제품 설계부터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시니어 에디터인 스콧 베리나토는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뿐이면 기업의 기존 행동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기 몹시 어렵다”며 “적어도 세 명의 여성 이사가 필요하며, 이사회와 임원직 모두에 여성이 진출해 있을 때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맥킨지’는 “여성이 한두 명뿐일 경우, 많은 이가 몇 없는 여성의 성공과 실패를 자세히 관찰한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이나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성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오티스 엘리베이터 설립 164년 만인 2017년 첫 여성 CEO에 오른 주디 마크스는 “코로나19가 공감, 포용력, 감성 지능, 유연성 등의 필요성을 높였다”고 했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여성 리더십의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운송 업체 UPS의 첫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사장 미셸 호도 “남녀에게 동등한 경쟁⋅승진 기회가 주어질 때 조직의 위기 극복 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팬데믹 위기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이코노미조선’이 여성 리더의 성공 스토리와 여성 리더를 늘리기 위한 과제를 탐구하는 ‘글로벌 비즈 여성 리더’를 기획한 배경이다.

‘이코노미조선’은 기술, 물류, 사모펀드, 벤처캐피털(VC) 등 남성들의 리그에서 살아남은 여성 CEO들과 마거릿 앤 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글로벌 리더십 컨설팅 업체의 공동 창업자인 조셉 포크먼을 통해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들었다.

plus point

Interview 로자베스 모스 칸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여성 리더를 ‘기여자’로 보고 기회 주는 회사가 성공할 것”

이소연 기자

이코조 여성

“여성 리더를 단순히 성별을 상징하는 ‘토큰(token·징표)’ 정도로만 여기지 않고, 이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문화를 기업 안에 조성해야 한다.”

로자베스 모스 칸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리더가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를 연구해 온 경영학계 권위자다. 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인 그는 20여 개 저서를 발표했는데, 1977년 발표한 ‘기업의 남성과 여성’에서 기업 내 성별에 따른 차별과 힘의 균형 차이를 분석해 사회문제연구회(SSSP) 등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이코노미조선’은 1월 20일 칸터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여성 리더 약진이 돋보인다.

“세계적으로 조직 내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여성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공적 영역 내 여성 리더 약진도 돋보인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조직 내 주요 가치로 삼으면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여성 리더 증가가 눈에 띄지만, 능력 있는 여성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여전히 여성에게 육아 책임이 전가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여성이 타격받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육아 공백이 생기면서 미국에선 원치 않게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렇듯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많은 여성 리더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사회에 더 많은 여성 리더가 필요한 이유는.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이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인적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소비자 중 절반을 차지하기도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조직에 반영돼야 다양한 공동체의 니즈(수요)에 대해 알 수 있다. 협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 시대에 상대적으로 더 좋은 대인관계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여성들이 리더 자리에 오른다면 기업을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까.

“기업 내 여성 리더의 수가 적을수록, 여성이 ‘기여자(contributor)’가 아닌 명목상의 ‘토큰’으로 여겨지고, 그렇게 대우받을 때가 많다. 이들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이다. 기업은 조직 내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조직 내에, 특히 리더급 여성을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여성이 자신이 가진 실력을 편하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이 채용과 승진 과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엔지니어링 등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은 산업에서도 여성 리더가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젊은 여성이 해당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여성들을 지원하고, 이런 분야의 남성 역시 여성과 일하는 것이 편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더 많은 기사는 이코노미조선에서 볼 수 있습니다]

Part 1. 약진하는 여성 리더

넥타이 CEO는 옛말…여성 리더가 온다

Infographic 유리 천장 뚫은 여성 비즈니스 리더

Part 2. 비즈니스 파워우먼

Interview 주디 마크스 오티스 엘리베이터 최고경영자(CEO)

Interview 글로벌 화물 운송 기업 UPS 아·태 지역 사장 미셸 호

Interview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 이인경 MBK 파트너스 부사장

Interview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Interview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

Interview 일하는 여성 네트워킹 플랫폼 헤이조이스 이나리 대표

Part 3. 전문가 제언

Interview 조셉 포크먼 젠거-포크먼 공동 창업자

Interview 마거릿 앤 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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