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고피자, 블루칼라·화이트칼라도 아닌 뉴칼라를 찾았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5일 뉴스레터 스타트업 독자들에게 발송된 기사입니다. <구독> 클릭! 네이버에선 검색창에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입력하세요.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벤처캐피털 대표님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주는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님이 고피자의 투자 스토리를 전합니다.

캡스톤파트너스(이하 “캡스톤”)의 투자 철학을 굳이 이야기하라고 하면 캡스톤은 뉴칼라 창업자를 선호한다. 뉴 칼라는 IBM의 CEO 지니 로메티가 2016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육체 노동직을 뜻하는 ‘블루칼라(Blue Collar)’나 전문 사무직을 뜻하는 ‘화이트칼라(White Collar)’가 아닌 새로운 직업 계층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서적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 뉴 칼라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고 이 책의 내용에 반해 캡스톤은 투자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책에서 뉴 칼라의 5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둘째,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가 있는가?

셋째,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넷째,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다섯 번째,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사람이 뉴 칼라, 창업자이면 뉴칼라 창업자이다. 캡스톤은 뉴칼라 창업자를 선호하고 찾고 있다. 다섯가지 조건 모두 마음에 들지만 그 중에서도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조건을 선호하고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를, 네 번째 다섯 번째 조건을 중요하게 본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창업자는 캡스톤의 포트폴리오에서 여러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오늘 소개할 사람이 고피자의 임재원 대표이다.

1인 화덕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반전 매력을 뽐내며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가는 스타트업이다. 고피자는 피자프랜차이즈란 이유로 회사 초기에 벤처캐피탈로부터 외면 당했다. 캡스톤은 고피자만의 남다름에 주목했다.

카이스트 출신인 임재원 대표가 혼밥 트렌드에 맞춰 ‘1인용 피자’를 개발하고 있었다. 임 대표는 어떻게 하면 피자 맛을 높이면서 간편하게 만들까 고민하며 1인용 피자를 간단하게 구워낼 수 있는 소형 화덕을 직접 개발했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들 듯 고피자 체인 사업자는 1인용 피자를 매우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현재 고피자 매장에선 2~3분만에 1인용 피자를 5개씩 구울 수 있다.

2018년 캡스톤의 투자 등에 힘입은 고피자는 20개 미만이었던 매장 수를 120여개로 늘리고, 싱가포르와 인도에도 매장을 냈다. 2020년 6월엔 중소벤처기업부가 꼽은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현재 고피자가 받은 누적 투자금은 200억원에 달한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 /고피자 제공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임재원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피자에 빠진 사람, 피자에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가 만든 1인용 피자로 전세계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고 1인용 피자를 생각해내고 맛있는 1인용 피자를 만들기 위한 오븐을 직접 디자인하고 두 번째 리비젼을 보였주었다. 첫 번째 오븐에 비해 두 번째 것은 쉽게 피자의 익힘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꺼내기 쉽게 만들었다고 했다.

피자의 맛은 오븐 뿐만아니라 도우가 맛있어야 한다. 도우를 맛있게 하기 위해 공장에서 도우를 생산해서 피자 지점으로 매일 아침 배달하는 체계를 생각해냈다. 임재원 대표의 머리 속에는 어떻게 하면 피자의 생산의 시작부터 소비자가 매장을 떠날 때까지 어떻게 하면 모든 과정에서 효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임대표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고 실험하고 학습하고 다시 적용하는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나는 벤처캐피탈에 입문한 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것은 새로운 창업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런데 그 들 중에 상당수는 나의 제품이 뛰어나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나의 제품에 맞춰 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기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적응해 갈 것인지 생각이 없는 창업자들이다. 임대표는 기존 방법과 같거나, 약간의 변화로는 피자 제조 자동화와 효율 극대화, 최고 수준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던 사람이다. 이를 위해 혁명적인 개선을 시도하고 실험했고 이것에 미친 사람이었다.

사실 현재의 상황을 잘 알려면 전체를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노련한 스타트업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나의 모델이 작동할지 고민한다. 나의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되면, 실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도 한다. 당장 이뤄놓은 것이 없더라도 나의 모델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이라는 걸 어느 정도는 예상해 보려고 한다. 고피자는 신생 스타트업이었지만 노련한 스타트업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투자한 이후 실수도 있었지만 큰 실수나 패착이 없었던 이유다.

임대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막 달려왔던 사람이다. 사실 우리는 뭔가를 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면 부차적인 나머지를 포기하거나 나중에 해야 한다. 포기해야할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도, 저것도 갖고 싶어 하고 포기하지 못한다.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용기 있고, 남다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한 후에 푸드트럭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외식 사업을 실험하고 준비했었던 사람이다.

석사를 졸업한 후 어떻게 하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창업의 꿈을 꾼 만큼 그 목표를 이루기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이다. 그동안 이력에 걸맞은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벌고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면 가능했을까?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연봉을 당분간 희생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에는 이런 사람들이 가득하다. 자기가 원하는 꿈을 위해서 다른 것들을 포기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혹자는 이상해 보인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남다른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던 시절 임재원 대표. /고피자 제공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나는 지금도 창업과 관련한 교육이나 창업자 멘토링 등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것을 통해서 젊고 신입 창업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삶이 더욱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이 기술과 사업 모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캡스톤은 그리고 나는 여러 좋은 인재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힘을 모으는 창업자를 좋은 기술자나 좋은 사업모델 보다 훨씬 선호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좋은 기술, 좋은 사업모델이 있는 회사에는 큰 관심이 없다. 좋은 사람들에 투자하고자 노력한다.

이 좋은 사람들의 특징이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대표와 창업자들이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 것, 주주와 함께 고객과 함께 외부의 협력 파트너와 함께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임재원 대표는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일찍부터 인재를 알아보고 자기 사업에 필요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관리해본 식자재 관리와 유통을 경험한 나이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임재원 대표는 주주와 소통이 아주 좋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잘 알려준다. 의견도 잘 묻는다. 피티도 참 잘한다. 소통이 좋은 사람들은 결국 투자자 설득도 잘 하기 때문에 후속 투자도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오늘까지 꾸준히 성장해 온 이유이다.

아직 고피자의 성장은 미완성이다. 이제 막 회사가치 5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내가 기억하는 한 홍콩, 싱가폴, 인디아 등 해외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확장한 첫 회사이다. 배달 위주의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던 피자 비즈니스를 다시 큰 길의 앞에 손님을 직접 모으는 오프라인 매장사업으로 변모시켰다. 세계 어디서나 고피자 피자집을 만날 수 있는, 한국의 맥도날드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꾼다. 우리 캡스톤은 그때까지 고피자의 여정과 함께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