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디자인스튜디오에이 대표. [사진=굿모닝경제]

[굿모닝경제=이세영 기자] “회사에서 직원을 뽑는 게 아니라 서로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계속 머물기 원하는 조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5년 전 7명의 창업 멤버로 시작해 현재는 30여명의 직원들과 동행하고 있는 이상희 디자인스튜디오에이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듯, 구성원들 간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우직하게 나아간다면 성공한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모든 직원들과 함께 동행하길 원하는 이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가양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9년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패션코드의 특별 세미나 연사로 초청한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마틴 쿠퍼와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김형균 국민대 교수, 송상열 이사,  마틴 쿠퍼, 이상희 대표, 김형렬 부장.[사진=스튜디오에이]
2019년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패션코드의 특별 세미나 연사로 초청한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마틴 쿠퍼와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김형균 국민대 교수, 송상열 이사,  마틴 쿠퍼, 이상희 대표, 김형렬 부장.[사진=스튜디오에이]

우직하게 기다리며 동행하기

이상희 대표가 이끌고 있는 디자인스튜디오에이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업체로 2016년 닻을 올렸다. 매출은 창업 첫 해 5억원에서 지난해 27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이다.

회사가 꾸준히 커진 데는 직원 한 명의 소중함을 알고 기다린 이 대표의 ‘동행 리더십’이 있다. 직원의 성장 속도가 더디더라도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기다림이 배경이다.

“입사 초기부터 업무 능력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이도 있다. 당장엔 성장 속도가 아쉬울 수 있지만 대체로 3년쯤 지나면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온다.”

신입 직원의 성장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의 근원에 대해 물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키울 때 기다림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재직 직원의 50% 이상이 인턴 경험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직률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대표의 기다림이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최대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근무 시간을 오전 10시~오후 6시로 정했고, 5년 근무 시 1개월 휴가와 휴가비를 지급하는 등의 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모두 직원들이 ‘번 아웃’(Burn-out) 되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법들이기도 하다.

“창업하기 전 10년간 쉼 없이 직장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지치더라. 결혼한 여직원이 아이를 낳고 나서 번 아웃되는 것도 자주 봤다. 맘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스튜디오에이 사업분야는 크게 콘텐츠를 중심으로 SI와 홍보로 나뉜다. [표=디자인스튜디오에이]
디자인스튜디오에이 사업분야는 크게 콘텐츠를 중심으로 SI와 홍보로 나뉜다. [표=디자인스튜디오에이]

'사업다각화'로 시너지 창출

디자인스튜디오에이는 회사 설립 이후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진행해오고 있다.

사업 초기 UI(사용자 환경)나 UX(사용자 경험)를 기반으로 웹, 애플리케이션(앱), 시스템 개발에 주력했다면, 이후에는 온라인 기반의 홍보, 마케팅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대표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게 현실적인 이유였고, 결과적으로는 사회가 변화하는 방향성에 따라가다 보니 사업 영역이 확대됐다”며 “하나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유사 분야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게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싶다’는 니즈가 있을 때 마케팅 회사는 상품 자체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고, SI(정보시스템 통합) 회사는 쇼핑몰 구축을 제안한다. 홍보 회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각 분야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보에서는 패션, 관광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패션의 경우, 많은 곳으로부터 수주 받아 진행하다보니 공장이나 디자인 쪽도 알게 됐고, 코이카의 IBS(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 사업까지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관광 분야에선 키르기스스탄에서 관광 상품 판매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여대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상희 디자인스튜디오에이 대표. [사진=굿모닝경제]
이상희 디자인스튜디오에이 대표. [사진=굿모닝경제]

"여성 직장인, 조직과 업무의 전체적 맥락 이해해야"

이 대표는 아직 만기친람(萬機親覽)형 CEO다. 나이가 어린 직원이 다수인데다 인턴들이 수행하는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젝트별로 리더들이 있지만 효율성과 생산성을 고려하니 인턴들이 진행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는 대표가 챙길 수밖에 없더란다.

올해로 25년간 회사생활을 해온 이 대표에게 취업을 준비하거나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이 대표는 “조직과 업무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했다.

“대체로 입사초기엔 여성이 남성 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들의 성장 폭이 커진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만 키울 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미덕을 가져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부족함 때문에 자신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불평하기보다 그를 포용하고 책임져줄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좋다.”

이 대표가 지향하는 ‘동행 리더십’은 경영에 대한 개인적 철학은 물론 사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표출된다.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디자인스튜디오에이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성장이 효율성과 생산성, 수익성을 강조하는 최근 경영기조에 의미 있는 질문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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