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㉜] “닭 체온 올라가면 의심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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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5-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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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팜 스타트업 파이프트리 이병권·장유창 대표 인터뷰

  • 닭 체온, 울음소리 변화로 조류독감 발생 예찰

  • “디지털화로 영세 농가 수입 증가 방법 고민 중”

한국은 닭고기를 사랑하는 나라다. 20년 전 6.9㎏에 불과했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019년 2배 넘게 증가했다. 연간 소비되는 닭의 양만 해도 10억 마리를 훌쩍 넘는다. 꾸준한 생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돼지와 다르게 닭은 크기가 작고, 단가도 낮기 때문에 사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 비좁고 밀집된 공간은 질병에 항시 노출돼 있다. 한 번의 발병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양계 농장주들은 전염병 차단에 온 신경을 쏟는다.

스마트팜 스타트업 ‘파이프트리’는 양계 축산 농가를 위한 질병 예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용 문제로 일일이 백신 주사를 맞힐 수 없는 구조적 환경에서 최대한 빨리 조류 독감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조류는 병에 걸리면 체온이 올라가고, 울음소리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조류 독감을 예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관찰을 통해 조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가 있는 축산 농가가 발견되면 수의사를 대동해 정밀 검사를 진행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응에 들어간다.

이병권 파이프트리 대표는 “닭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소나 돼지처럼 한 마리씩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출 수 없다. 축산 농업을 하는 분들이 외부 리스크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닭의 체온, 울음소리 등으로 질병을 예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생산의 효율성보다는 안정성과 가치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영세 축산 농가 분들이 실질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한다. 농가에서 일하는 분들이 노동력을 덜 들이고, 적당한 보상을 받으며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이병권 파이프트리 대표. [사진=파이프트리]

예방 비용의 최소화, 데이터 수집과 AI 분석
조류 독감은 매년 양계 농가를 고통받게 하는 질병이지만, 이렇다 할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 않다. 치킨용 육계는 한 마리당 1500원에 거래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닭고기는 마리당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예방에 비용을 투자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질병이 발생해도 폐사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수많은 문제 지적에도 축산 환경은 개선되기 어렵다.

장유창 공동대표(최고운영책임자 COO)는 “파이프트리의 질병 예찰 기술은 건강검진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건강에 유의하더라도 병에 걸리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빠르게 병을 파악하고, 궁극적인 치료비용을 줄인다”며 “농장주도 오직 경험만으로는 질병을 미리 파악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큰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사육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려 한다. 닭 한 마리의 이상 상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소수 군집이라면 AI 시스템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유창 공동대표 겸 COO. [사진=파이프트리]

"사회에 가치를 흘러보내는 기업"
파이프트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에 가치를 흘려보내는 기업”이다. 농업 분야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고, 자동화가 가속화하면 결국 대형화한 시설만 살아남게 되리라는 것이 그들의 예측이다. 파이프트리는 중소 농가가 도태되고, 기술을 보유한 소수가 독점하는 세상이 아닌 중소 농가가 기술을 통해 실질적인 수입을 증대시키고,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그 수익을 내부에만 쌓는 탱크 같은 기업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파이프가 되려고 한다. 회사명이 파이프트리인 것도 이 이유 중 하나다"라며 "지금은 기술과 자본은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들어 가지만, 기술적인 특혜를 못 받는 그룹을 파이프트리 기술로 변화시키고,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이것이 우리의 비전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장 대표도 “모든 산업군이 비슷하지만, 미래적 관점에서 보면 대형화된 시설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스마트팜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대형 축산 농가가 중소 농가를 잡아먹는 방향이 아닌 우리 기술로 중소 농가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대형화하는 과정에 차츰차츰 준비하고, 이들이 변화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생의 방향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유치, 그리고 더 먼 미래
파이프트리는 최근 또 다른 스마트팜 기업 그린랩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데이터 농업 사업에 주력하던 그린랩스는 파이프트리 투자를 통해 양계·돈사·축사 분야로 스마트팜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팜모닝은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농업을 농가에 보급하며 농업, 축산, 수산 등 농가 생산성 증대, 수익개선에 노력해왔다”며 “축산 인공지능 스마트팜기업 파이프트리와 시너지를 통해 업계 동반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지속·강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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